역류성식도염 기침 관련이 있나요?

계속되는 마른기침… 혹시 위산 때문일까요?

기침 왜 멈추지 않을까?

기침이란 원래 몸의 방어 반응이에요. 기관지가 자극을 받으면, 우리 몸은 그걸 바깥으로 내보내려고 기침이라는 신호를 쓰죠. 그래서 감기에 걸렸을 땐 기침이 생기고, 기관지가 예민한 분들은 먼지나 차가운 공기에도 쉽게 기침을 해요.

그런데, 문제는 감기도 다 낫고, 폐도 깨끗한데 기침이 계속되는 경우입니다. 특히 밤에 눕기만 하면, 혹은 식사 후에 마른기침이 올라오는 경우. 여러 병원을 돌았는데 폐에는 이상이 없고, 알레르기도 아니라는데 기침은 멈추질 않아요. 이럴 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기, 바로 ‘위’를 의심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기침의 원인이 위산 역류라는 걸 모르고 그냥 지나치거든요.

위산이 올라오면 왜 기침이 날까?

사실 위장에 있는 위산은 매우 강력한 산이에요. 소화에는 꼭 필요하지만, 위 밖으로 새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기죠. 특히 이 산이 식도를 넘어 인후두나 기도 근처까지 올라올 경우, 목을 자극하고, 신경을 타고 뇌에 ‘기침해라’는 신호를 보내게 돼요.

기침이 생기는 경로

기침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 경로로 발생합니다.

  • 직접 자극: 산이 식도 위쪽이나 후두, 성대 부근까지 올라와서 점막을 물리적으로 자극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목이 칼칼하고, 자꾸 목을 가다듬게 되거나, 아침에 쉰 목소리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침은 대부분 마른기침, 즉 가래 없이 콜록콜록하는 타입입니다.
  • 반사 자극: 산이 식도 상부까지 도달하지 않아도, 식도 벽을 지나는 신경(특히 미주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해서 뇌에 ‘기침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엔 기도에 산이 실제로 닿지 않지만, 기침은 여전히 유발됩니다.

내시경은 멀쩡한데 기침이 있다고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리죠. "내시경 했는데 식도에 염증도 없대요. 그럼 역류 아니지 않나요?" 이건 NERD, 즉 비미란성 역류질환(Non-Erosive Reflux Disease)의 가능성이 커요. 이 경우 식도에 상처는 없지만, 조금의 산만 닿아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상태죠. 산뿐 아니라 펩신이나 담즙 같은 소화물질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다른 형태는 후두인두 역류(LPR)입니다. 이건 위산이 성대 부근이나 후두까지 아주 소량 올라오는 상황인데, 식도에는 흔적이 없고, 목이나 성대에만 증상이 나타나요. 환자들은 이런 경우 "목에 뭔가 걸린 느낌", "침이 안 넘어가요", "쉰 목소리가 자주 나요" 같은 증상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기침도 동반될 수 있죠. 즉, 내시경이 멀쩡하다고 해서 위산 역류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산이 어디까지 올라왔느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기침이 신경성인 경우와는 어떻게 다를까?

여기서 또 하나 짚고 가야 할 점은, 신경성 이물감이나 스트레스성 기침과의 차이입니다. 신경성 기침은 감정 상태에 따라 심해지고, 보통 하루 종일 일정하게 목에 뭔가 걸린 느낌이 이어지기도 해요. 음식을 먹을 땐 오히려 나아지는 경향도 있고요. 이건 뇌의 감각 해석 오류, 즉 감각 과민 상태에서 기침 신호를 보내는 거죠.

반면, 위산 역류성 기침은 패턴이 달라요. 식후에 심하다든가 누웠을 때 유독 올라온다든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목이 쉴 정도로 불편하다든가 일반 감기약이나 흡입제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든가 이런 양상이라면 역류성 기침을 의심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을까?

위산 역류성 기침은 단순히 폐 CT나 기관지 내시경으로는 알 수 없어요. 그래서 보통은 24시간 식도 pH 검사, 후두 내시경, 또는 PPI 테스트를 통해 판단합니다. PPI 테스트는 위산억제제를 2주 정도 써보고 기침이 좋아지는지를 보는 방법이에요.

치료는 위산 억제제(PPI), 알긴산 제제, 생활 습관 조절이 기본입니다. 식후 2시간 이내에는 눕지 않기, 커피, 탄산 줄이기, 수면 중에는 머리를 약간 높이기 등 한의학적으로는 이걸 위기의 상역, 즉 위장의 기운이 위로 올라간 현상으로 보고, 청열강역(열을 식히고 기를 내리는), 화담지해(담을 없애고 기침을 줄이는) 치료를 함께 하기도 해요. 특히 증상이 만성화되어 위장과 호흡계 모두 예민해진 경우엔, 침 치료나 한약 치료를 통해 자율신경 균형을 조절하는 방식도 병행되면 더 좋습니다.

폐가 아니라 위 때문일 수도 있어요

기침이란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폐를 먼저 떠올립니다. 하지만 기침이라는 현상은 단지 '어딘가가 자극받고 있다'는 표현 방식일 뿐이에요. 만약 기침이 오래 가고, 검사에선 특별한 이상이 없고, 약도 잘 듣지 않고, 특히 식후, 누웠을 때, 아침에 심하다면 이건 ‘위’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제는 호흡기만 보지 말고, 내 몸 안의 연결을 이해할 때입니다. 기침이라는 증상이 말해주는 진짜 원인을 찾아보세요. 그 해답은 생각보다, 위쪽보다 아래에 있을 수 있습니다.

#역류성식도염 #역류성식도염기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