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이, 죽음의 공포가 나를 덮친다 | 송도 공황장애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입니다.
평범했던 일상의 순간, 지하철 안, 붐비는 마트, 혹은 고요한 내 방 안에서.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으며, 세상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이러다 내가 죽는 건 아닐까’ 하는 극심한 공포가 온몸을 덮칩니다.
“그 순간이 또 올까 봐 무서워요. 사람 많은 곳은 피하게 되고, 혼자 있는 것도 불안해요. 내 몸과 마음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요.”
공황장애는 단순히 불안이 많은 것이 아닙니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나의 행동반경과 생각의 자유를 스스로 제약하게 되는,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문제입니다.
‘화재경보기’의 오작동, 그리고 잘못된 학습
공황 발작은 우리 뇌의 ‘위험 경보 시스템(편도체)’이 치명적인 오작동을 일으킨 상태입니다.
실제로는 아무런 위험이 없는데, 마치 ‘맹수에게 쫓기는’ 것과 같은 최고 수준의 비상경보를 울려버리는 것입니다.
이 경보 신호에 따라 우리 몸은 생존을 위한 ‘투쟁-도피 반응’을 시작합니다. 심장을 빨리 뛰게 해 근육에 피를 보내고, 호흡을 가쁘게 해 산소를 공급합니다. 이것이 바로, 심계항진과 호흡곤란, 식은땀과 어지럼증의 실체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입니다. 끔찍했던 첫 발작의 경험은 뇌에 강력한 ‘트라우마’로 각인됩니다. 뇌는 발작이 일어났던 장소나 상황을 ‘위험한 곳’으로 잘못 학습하고, 그와 비슷한 상황만 되어도 ‘또 발작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예기 불안’의 스위치를 켭니다. 이 불안이 결국 또 다른 발작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심장의 불’이 '정신'을 태우다
한의학에서는 공황장애의 핵심을 ‘심장(心)’의 기능 실조로 봅니다.
심장은 단순히 피를 보내는 펌프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神)’이 머무는 가장 중요한 장기이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과로는 이 심장에 ‘불필요한 불(심화心火)’을 지피게 됩니다.
이 통제 불능의 불길은 우리의 정신을 태우고 어지럽혀, 극심한 불안과 두근거림, 불면을 유발합니다. 또한, 선천적으로 ‘심장과 쓸개(심담心膽)’의 기운이 약한 사람은,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놀라고 두려움을 느껴 공황 발작에 더 취약할 수 있습니다. (심담기허 心膽氣虛)
따라서 한의학적 치료는, 단순히 불안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심장의 과열된 불을 식혀주고(청심안신 淸心安神)’, ‘약해진 심장과 쓸개의 담력’을 키워(익기진경 益氣鎭驚), 정신 스스로가 평온과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을 길러주는 것에 집중합니다.
불안의 파도를 다스리는 3가지 기술
공황은 피하려고 할수록 더 큰 공포로 다가옵니다. 파도를 마주하고 다스리는 지혜로운 기술이 필요합니다.
기술 1: 호흡의 닻 내리기 (Breathing Anchor)
발작의 전조가 느껴질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호흡의 닻’을 내리는 것입니다. 코로 4초간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7초간 잠시 멈춘 뒤, 입으로 8초간 길게 내쉬는 복식 호흡을 반복해보세요. 과호흡을 막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여 몸의 폭풍을 잠재울 수 있습니다.
기술 2: 생각의 관찰자 되기 (Thought Observer)
‘이러다 죽을 것 같다’는 공포스러운 생각에 빠져들지 마세요. 그 생각은 ‘진짜 현실’이 아니라, ‘고장 난 경보기가 만들어낸 소음’일 뿐입니다. ‘아, 내 뇌가 지금 오작동하고 있구나’라고 한 걸음 떨어져서 상황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기술 3: 감각 깨우기 (Sensory Grounding)
차가운 물을 손에 묻혀 감촉을 느끼거나, 주변에 보이는 사물의 색깔을 세어보거나, 얼음을 입에 물어 차가움을 느끼는 등, 나의 의식을 ‘생각’이 아닌 ‘현재의 감각’으로 되돌리는 연습은 공황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는 강력한 탈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예기 불안’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시겠습니까?
공황 발작 그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예기 불안’입니다. ‘또 발작이 오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이 나의 세상을 점점 더 좁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 불안을 방치하는 길은, 지하철, 버스, 극장, 마트 등 한때는 자유롭게 누볐던 평범한 공간들을 스스로 ‘위험 구역’으로 지정하고 회피하는 ‘광장공포증’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나의 삶이, 공황을 피하기 위한 삶이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고장 난 경보 시스템을 바로잡고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길은, 단순히 발작을 멈추는 것을 넘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자유’와, 내 몸은 안전하다는 ‘믿음’을 되찾는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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