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부족 vs 위산과다, 당신의 소화불량은 어느 쪽인가요

40대 남성 F씨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스트레스성 위염 진단 후 위산억제제를 복용했지만, 복부 팽만감과 불쾌한 트림은 계속되었다. 그는 속이 쓰릴 때마다 겔포스나 알마겔을 먹었고, 그 순간만 괜찮을 뿐 증상은 악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위산은 ‘적’이 아니라, 우리 몸의 ‘보호자’다

많은 사람이 속쓰림을 느끼면 무조건 위산과다를 의심하고 제산제를 찾는다. 하지만 위산은 단순히 음식물을 소화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다. 위산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세균을 살균하는 **1차 방어선**이자, 위장 운동을 조절하는 **신호등**의 역할도 한다. 위산이 부족하면 음식물이 제때 소화되지 못하고 위장 안에 정체되면서 부패하기 시작한다.

위산부족의 아이러니: 위산과다와 같은 증상들

위산부족은 ‘가성 위산과다’라고도 불린다. 위산이 부족해지면 음식물 소화가 지연되면서 위장 내에 가스가 가득 차고, 이 가스가 위 내용물을 밀어 올리면서 역류를 일으킨다. 이때 식도로 넘어온 산은 소량일지라도 식도 점막을 자극하여 속쓰림을 유발한다. 이는 위산과다로 인한 속쓰림과 구별하기 어렵다. 또한,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단백질이 부패하면서 계란 썩는 냄새와 유사한 불쾌한 트림을 유발하기도 한다.

무작정 억제하지 말고, 원인을 찾자

만성적인 소화불량으로 제산제를 달고 산다면, 잠깐 멈춰 서서 당신의 증상이 정말 위산과다 때문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위산부족을 위산과다로 오인하여 제산제나 위산억제제를 복용하면, 가뜩이나 부족한 위산이 더욱 억제되어 소화 기능이 완전히 망가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이는 위장의 1차 방어선을 무너뜨려 세균 감염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진정한 해결책은 위산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위산이 정상적으로 분비되도록 돕는 것이다. 식사 시 천천히 꼭꼭 씹어 먹고, 식전에 가벼운 위장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되찾아 위산 분비를 정상화해야 한다. 당신의 속쓰림은 위산과다의 비명소리가 아니라, 위산부족의 속삭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