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좋다는 양배추, 왜 내 장은 비명을 지를까? | 양배추의 두 얼굴

"속이 쓰려서 양배추즙을 꼬박꼬박 챙겨 먹기 시작했는데, 분명 위는 좀 편안해진 것 같은데... 이상하게 배에 가스는 더 차고 꾸르륵거리는 소리는 더 심해졌다고요?" 혹시 이런 알 수 없는 경험 때문에 혼란스러웠던 적 없으신가요?

안녕하세요, 15년간 수많은 소화기 환자분들을 만나며 음식의 두 얼굴에 대해 연구해온 한의사 최연승입니다.

많은 분들이 바로 이런 비슷한 경험으로 진료실 문을 두드립니다. 바로 그 현상이, 양배추가 가진 '두 얼굴' 때문입니다.

오늘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언제 양배추가 우리 몸에 약이 되고, 언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나의 몸을 위해 양배추의 효능을 100% 누리는 현명한 섭취법까지 완벽하게 알게 되실 겁니다.

위(Stomach)의 수호자, 비타민 U

양배추가 '위장 명약'으로 불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타민 U'라는 특별한 성분 덕분입니다. 사실 비타민 U는 정식 비타민은 아니고, 'MMSC(메틸메티오닌설포늄클로라이드)'라는 아미노산 유도체의 별명입니다.

이 비타민 U가 하는 역할은, 마치 상처 난 우리 위벽에 '재생 연고'를 부드럽게 발라주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보호 물질을 분비하는데요, 비타민 U는 바로 이 보호 물질의 생성을 도와 이미 상처가 난 부위를 코팅하고, 새로운 세포가 잘 재생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평소 위산 과다로 인한 속쓰림, 잦은 위염, 그리고 특히 위궤양으로 고생하는 분들께 양배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 연구에서는 비타민 U가 위궤양을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양배추가 가진 첫 번째 얼굴, 우리의 '위(Stomach)'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수호자'의 모습입니다.

장(Intestines)의 무법자, 포드맵(FODMAP)

위에서는 훌륭한 수호자였던 양배추가, 소장과 대장으로 내려가면 '가스를 만들어내는 말썽꾸러기'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양배추가 '고포드맵(High-FODMAP)' 식품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포드맵(FODMAP)은 소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고 대장에서 발효되기 쉬운 당 성분들을 말하죠. 양배추에는 특히 프룩탄(Fructan)이라는 올리고당이 풍부합니다.

이 과정을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의 시끄러운 파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이 미처 소화시키지 못한 프룩탄(파티 음식)이 대장으로 내려오면, 그곳에 살던 장내 미생물들(손님들)이 "이게 웬 떡이냐" 하며 달려들어 마구 먹어 치우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소음과 쓰레기)가 발생하게 되죠.

이것이 바로, 건강을 위해 먹은 양배추가 오히려 배를 빵빵하게 만들고, 꾸르륵 소리를 내며, 심한 경우 복통까지 유발하는 이유입니다. 특히, 평소 가스가 잘 차고 배가 더부룩한 과민성대장증후군(IBS)이나 소장세균과다증식(SIBO)으로 고생하는 분들에게는 이 반응이 훨씬 더 격렬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장 속에 불필요한 가스와 수분이 정체되어 더부룩하고 불편한 상태를 '습담(濕痰)'이 쌓였다고 봅니다. 고포드맵 식품은 바로 이 '습담'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양배추는 위 점막에는 '약'이 될 수 있지만, 장내 환경에는 '독'이 될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까다로운 양배추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요?

그래서, 나는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위에는 좋은데 장에는 안 좋을 수 있다니…그럼 나는 대체 양배추를 먹어야 할까요, 말아야 할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이런 혼란에 빠지셨을 겁니다.

Case 1. '속쓰림', '위염' 등 위(胃)의 문제가 더 크다면?

평소 가스나 복부팽만은 심하지 않은데, 위산 과다로 인한 속쓰림이나 위염, 위궤양 진단을 받은 분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분들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익혀서, 소량만' 드시는 것은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위벽을 보호하는 비타민 U의 이점은 얻으면서, 가열을 통해 가스를 유발하는 포드맵 성분과 거친 섬유질의 자극은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아무리 익히더라도 한 번에 너무 많은 양을 드시거나, 차가운 생즙 형태로 드시는 것은 여전히 위산 분비를 자극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Case 2. '가스', '복부팽만감' 등 장(腸)의 문제가 더 크다면?

속쓰림보다는, 이유 없이 배에 가스가 차고 배가 빵빵해지거나 꾸르륵거리는 증상이 더 힘든 분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SIBO 등) 이런 경우에는 '잠시 멈춤'을 추천합니다.

이미 장에 가스가 많이 차고 예민한 상태에서, 양배추의 포드맵 성분은 증상을 악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저포드맵 식단의 '제거기'를 진행 중이라면, 양배추는 잠시 피해야 할 음식 목록에 포함시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결국, 내 몸의 가장 불편한 증상이 '위산과 속쓰림'인지, '가스와 복부팽만'인지를 먼저 파악하는 것이 현명한 양배추 섭취의 첫걸음입니다.

최고의 해결책, '익힌 양배추'

네, 있습니다. 위가 보내는 신호와 장이 보내는 신호, 그 까다로운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양배추의 이점을 가장 안전하게 누릴 수 있는 최고의 방법. 그것은 바로 '익혀서, 그리고 따뜻하게' 먹는 것입니다.

양배추를 가열해서 익히게 되면, 우리가 걱정했던 대부분의 문제들이 마법처럼 해결됩니다.

  • 가스 유발 감소: 가열 과정에서 양배추 속 포드맵(FODMAP) 성분 일부가 파괴되고, 세포벽이 부드러워져 장내 세균의 과도한 발효를 줄여줍니다.
  • 위장 부담 최소화: 거칠었던 섬유질이 매우 부드러워져, 위가 소화시키기 훨씬 쉬운 상태가 됩니다.
  • 찬 성질 중화: 생채소의 차가운 성질이, 따뜻한 조리 과정을 통해 중화됩니다. 우리 '소화의 아궁이'에 부담을 주지 않죠.
  • 갑상선 문제 해결: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이트로겐 성분 또한, 열을 가하면 대부분 파괴되므로 안심하고 드실 수 있습니다.

가장 추천하는 방법은 '양배추찜'입니다. 찜통에 살짝 쪄서 부드럽게 만든 뒤, 자극적이지 않은 간장에 찍어 드셔보세요. 위와 장 모두를 편안하게 하는 최고의 반찬이 될 것입니다. 혹은 다른 채소와 함께 푹 끓인 '양배추 수프'도 훌륭한 선택입니다.

양배추의 '두 얼굴'을 이해하는 지혜

양배추는 '위의 친구'이자, 때로는 '장의 적'이 될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진 매력적인 채소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 두 얼굴을 모두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다'는 말만 믿고 무작정 먹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의 상태를 먼저 살피고, 나의 주된 증상이 '위'의 문제인지 '장'의 문제인지를 파악하여, 그에 맞는 현명한 조리법을 선택하는 지혜입니다. 그 지혜야말로, 양배추의 좋은 점만 100% 누리는 최고의 방법이 될 것입니다.

[본 콘텐츠는 백록담한의원 의료진이 직접 작성하고 감수하였습니다.]

[참고 자료]

#양배추효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