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재발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발가락이나 발등이 갑자기 불덩이처럼 부어오르고, 발을 딛기도 어려운 극심한 통증이 밤이나 새벽에 갑자기 찾아오는 것.

그게 바로 통풍 발작입니다.

소염제나 콜히친을 먹으면 며칠 내로 가라앉긴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거죠. 몇 달 후, 아니면 몇 년 후 잊을만하면 다시 찾아옵니다. 한 번은 발가락, 한 번은 발등, 그리고 언젠가는 무릎, 손목, 팔꿈치까지.

“요산 수치는 관리하고 있는데 왜 자꾸 재발하죠?”

이게 오늘 우리가 이야기할 주제입니다.

통풍은 요산의 병이 아닙니다. 염증의 병입니다.

통풍은 흔히 “요산 수치가 높아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죠. 그 말, 맞긴 맞습니다. 하지만 반만 맞습니다.

요산이 높다고 무조건 통풍이 생기진 않습니다. 실제로 요산 수치는 높지만 평생 통풍 발작이 없는 사람도 많고, 오히려 수치가 그리 높지 않아도 자주 재발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왜일까요?

그건 통풍이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그 요산 결정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즉, 면역 체계의 과잉반응, 그리고 염증에 쉽게 불붙는 체질이 근본 원인에 가깝습니다.

서양의학은 빠른 소방, 한방은 불이 붙지 않게 만드는 일

서양의학은 통풍 발작이 왔을 때, 빠르게 소염제를 써서 진화합니다. 콜히친, 스테로이드, NSAIDs… 효과는 빠르고 강력하죠. 그리고 만성기에는 알로푸리놀, 페북소스타트 같은 약으로 요산 수치를 낮춰줍니다. 그런데 이상하죠? 수치는 안정됐는데도, 여전히 몇 달에 한 번씩 발작이 옵니다. 이걸 막기 위해 약을 계속 먹어야 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통풍을 '몸 안에 고여 있는 독기'로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통풍을 습기, 열기, 어혈, 담음 같은 것들이 관절에 고여서 터지는 병으로 봅니다. 그건 단순히 요산 결정 때문만이 아니라, 몸 자체의 흐름이 막혀있고, 그 틈에 독성 대사물질이 쌓여 염증을 일으킨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한약은 이렇게 작동합니다: 급성기에는 청열해독약으로 관절의 열기와 부기를 꺼주고, 만성기에는 비위와 신장의 기능을 회복시켜 요산 배출이 잘 되도록 흐름을 만듭니다. 동시에, 통풍이 잘 발생하는 체질을 아예 바꾸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실제 연구들은 어떤 결과를 보여줬을까?

단순히 개념만 좋은 게 아닙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한약과 침 치료의 효과가 확인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황련해독탕이나 계지복령환 같은 처방은 요산 생성을 줄이고, 신장에서 배설되는 걸 도와줍니다. 실제로 혈청 요산이 25% 이상 낮아졌다는 전임상 데이터도 있습니다.

용담사간탕, 방풍통성산은 염증 유발 물질인 IL-1, TNF-α 같은 사이토카인을 억제해 관절의 붓기와 열감, 통증을 빠르게 줄여줍니다. 침치료는 족삼리, 음릉천, 태계 같은 혈자리를 활용해 관절 주변의 순환을 개선하고 사이토카인 수치를 낮춘다는 데이터도 있습니다. 또 어떤 연구에선 침 치료만으로도 NSAIDs 복용군보다 통증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결과도 있었어요.

급성기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통풍은 급성기만 잘 넘긴다고 끝나는 병이 아닙니다. 급성기는 불이 난 상태라면, 만성기는 불이 날만한 조건이 계속 유지되는 상태죠. 한의학은 이 ‘불 붙는 조건’ 자체를 없애려 합니다.

  • 비만하고 점액성 분비가 많다면 → 담습형
  • 성격이 예민하고 열이 많다면 → 간열형
  • 밤에 통증이 심하고 오래된 통풍이라면 → 어혈형
  • 관절이 약하고 오래된 사람은 → 신허형

이렇게 체질을 나누고 그에 맞는 처방을 쓰면, 단순히 통증을 조절하는 게 아니라 재발의 간격이 길어지고, 강도도 약해지는 변화가 생깁니다.

통풍, 조절하는 게 아니라 멈추게 해야 합니다

통풍은 분명히 조절할 수 있는 병입니다. 하지만 그 조절이 평생 약으로 관리하는 방식이어야 한다면, 그건 치료가 아니라 유지에 가깝습니다. 한약과 침치료는 그 유지를 회복으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요산 수치만 보지 마세요. 몸이 요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 그 반응성을 바꾸는 게 진짜 치료입니다. 그리고 그 지점에서, 한의학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