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 유전인가? 환경인가?

1. 틱장애,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틱장애(tic disorder). 눈을 깜빡이고, 킁킁거리며, 어깨를 들썩이는 움직임. 이런 틱은 많은 경우 유년기에 시작되고, 때로는 청소년기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틱장애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질문이 있죠. "이거 유전인가요?"

사실, 틱장애는 명확하게 유전적 경향(genetic predisposition)을 가진 신경발달질환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 틱장애의 유전적 특성

연구들은 분명히 말합니다. 틱장애 환자의 일차 친족(부모, 형제자매)은 일반 인구에 비해 틱장애를 가질 확률이 10배 이상 높습니다. 일란성 쌍둥이 연구에서도, 한 쌍둥이에 틱장애가 있을 경우 다른 쌍둥이가 틱을 가질 확률은 약 50%에서 60% 수준입니다.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틱장애는 높은 유전성을 가진다. 하지만 단일 유전자가 발병을 결정짓는 멘델식 질환은 아니다.

3. 복합다인자성 – 단일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틱장애의 유전은 복합다인자성(polygenic)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개의 유전적 요인들이 각각 미세한 영향을 주고, 그 위에 환경적 스트레스, 감염, 신경계 발달 경험이 얹혀져 최종적으로 틱이 발현하는 구조입니다. 현재까지 제안된 유전자들은 SLITRK1, HDC 변이 등이 있지만, 단일 유전자 변이만으로 틱장애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유전성은 있지만, 결정적 유전자는 없다. 이게 현대 틱장애 연구의 핵심입니다.

4. 유전 소인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현하지는 않는다

틱장애가 유전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틱이 예정되어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유전적으로, 신경계의 억제 시스템, 감각 처리, 운동 통합 경로에 미세한 취약성(micro-vulnerabilities)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취약성은 출생 전후 스트레스, 감염, 조기 환경 경험 등에 의해 증폭되거나, 눌리거나, 조율될 수 있습니다. 즉, 유전적 기질(genetic predisposition)은 환경적 맥락(environmental context)에 따라 다르게 발현합니다.

5. 틱장애는 어떻게 발현하는가 – 신경학적 관점

틱장애를 신경생리학적으로 보면, 기저핵(basal ganglia)과 운동피질(motor cortex) 사이의 운동 억제 회로(motor inhibition loop)에 약한 억제 실패(disinhibition)가 생기면서 미세한 운동 충동이 제어 없이 방출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감각 전조감각(premonitory urge) – "뭔가 간지럽다", "답답하다" 같은 불편감이 올라오면서 반사적으로 움직임이 발생합니다. 틱장애는 이렇게 신경계 내부의 작은 억제 실패와 반복된 감각-운동 루프가 굳어지는 과정입니다.

6. 체질과 틱장애 – 더 깊은 관점

틱장애를 단순히 유전자만으로 보지 않고, 개인별 체질적 특성까지 본다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감각 민감성(sensory hypersensitivity)이 높거나 교감신경 항진 경향(sympathetic dominance)이 있거나 충동 억제(control inhibition)가 약한 체질이라면 틱의 발현 확률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틱장애는 유전적 소인 + 체질적 경향 + 환경적 경험이 교차해서 발현하는 신경발달 질환이다.

7. 틱장애는 억제할 대상이 아니다

틱을 단순히 억누르려고 하면, 오히려 신경계 긴장이 증폭되어 틱 루프가 더 굳어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각-운동 루프를 인식하고 긴장을 풀어주며 신체가 다양한 해소 경로를 찾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약물치료를 넘어서, 신경계 발달의 유연성을 회복시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틱장애는 유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확정된 운명"이 아니라, "가능성"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유전적 소인을 이해하고, 환경적 요인을 조절하고, 체질적 경향성을 존중하면서 틱장애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틱은 억제의 대상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를 다시 읽고, 새로운 루프를 만들어야 할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