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 언제부터 병이 되었을까? – 진단, 약물, 그리고 우리가 놓친 것들

1. 무심코 지나치던 움직임이 병이 되기까지

요즘 아이들 중엔, 눈을 자주 깜빡이거나 킁킁거리며 코를 울리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꽤 많아요. “버릇인가요?” 하고 물으면, 의사들은 이제 “틱장애일 수도 있다”고 말하죠. 그리고 일부에선 항정신병 약물을 포함한 도파민 조절제가 처방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예전에도 이렇게까지 진단되었을까요? 틱이라는 개념 자체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그걸 병으로 분류하고, 진단기준을 만들고, 약물로 개입하게 된 건 생각보다 최근의 일입니다.

2. 투렛 증후군의 기원 – 조르주 질 드 라 투렛

틱을 처음 질병 범주로 기술한 사람은 19세기 프랑스 신경과 의사 조르주 질 드 라 투렛이에요. 1885년, 그는 복합적인 근육 움직임과 음성틱을 보이는 몇 명의 환자를 관찰하고 논문으로 발표했죠. 이 논문이 ‘Gilles de la Tourette Syndrome’의 기원이 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처럼 ‘틱장애’라는 진단 개념이 보편적이지 않았고, 이 증상들은 대체로 신경증, 히스테리, 또는 기이한 증상군 중 하나로 분류됐어요. 한 마디로 말하면, 드물고 괴이한 특수 사례였던 거죠.

3. DSM이 만든 진단 체계 – 병리의 확대

진단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점은 사실상 1980년 DSM-III 이후입니다. 그때부터 틱장애와 투렛장애가 명문화되기 시작했어요. 이전까진 정신분열증, 신경쇠약, 혹은 아동 행동장애의 일부로 묶였던 증상들이 이제는 ‘단독 질병’으로 코드화된 거죠. DSM의 진단 체계는 기본적으로 통계적 분류 시스템이에요. 원인을 다루는 게 아니라, 관찰 가능한 증상을 반복적으로 보이면 진단하는 방식이죠.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시스템의 기반이 ‘사회적 적응의 방해’예요. 그러니까 같은 눈 깜빡임도 혼자 있을 땐 그냥 습관, 학교에서 발표할 땐 병리. 맥락보다 행동 자체만 보게 되는 구조라는 거죠.

4. 진단은 폭증했다. 병이 많아진 건 아닐 수도 있다

틱장애의 유병률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0.05% 이하로 추정되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운동틱까지 포함하면 전체 아동의 5~10%가 진단 대상이 됩니다. 이건 단순히 '많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죠. 질병 개념이 확장되었고, 우리가 그것을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는 뜻이에요. 이런 현상을 사회학에서는 “질병의 재구성(medicalization)” 혹은 “진단 팽창(diagnostic expansion)”이라고 해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점점 넓어지는 구조. 그리고 이 확장은 치료 시장, 제약 산업, 학교 제도, 평가 체계 등 사회 전체의 요구와 맞물려 일어나요.

5. 도파민 이론의 그늘 – 억제는 해답이었을까?

틱장애에 대해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료는 도파민 D2 수용체 길항제 계열의 약물입니다. 대표적으로는 리스페리돈, 할로페리돌, 아리피프라졸 등이 있죠. 그런데 이 치료는 ‘틱 = 도파민 과다 활성화’라는 가정 위에서 이뤄져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 가설은 직접적인 과학적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반응이 있으니까 그럴 것이다”라는 식으로 굳어진 구조예요.

게다가 많은 아이들이 이 약을 먹고 집중력 저하, 체중 증가, 감정 평탄화 같은 심리적 부작용이나 기능 저하를 경험하게 됩니다. 틱은 줄어들었지만, 아이의 삶 전체는 더 위축될 수 있는 거죠.

6. 감각–운동 루프, 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근 들어 틱의 병리를 설명하는 또 다른 가설이 주목받고 있어요. 바로 감각–운동 루프(sensory-motor loop) 개념입니다. 많은 아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눈이 간지러워서 찡긋했어요.” “목이 갑갑해서 킁킁댄 거예요.” 틱은 단순한 '비의지적 움직임'이 아니라, 불편한 감각을 해소하려는 반응으로 해석될 수 있어요. 즉, 감각 → 반응 → 일시적 이완 → 반복 → 자동화 틱을 억제하는 것은 그 감각–반응 루프를 끊는 게 아니라, 더 강하게 긴장을 고착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7. 한의학은 다르게 본다 – 흐름과 균형의 관점

이런 움직임들에 대해 한의학은 서양의학과 전혀 다른 렌즈로 접근합니다. 눈의 찡긋임은 간풍내동, 킁킁대는 소리는 폐열상역, 어깨 들썩임은 간기울결, 혹은 풍사 내중으로 표현될 수 있어요. 즉, 그 움직임 자체를 억제하지 않고, 그 움직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몸의 흐름과 맥락을 해석하려고 하죠. 그리고 실제로 틱이 있는 아이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수면 불균형, 식욕 기복, 소화 기능 저하, 정서 민감성, 감각 과잉 반응들이 있어요. 이건 단순히 ‘뇌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의 자율신경과 감각 조절 실패로 연결된다는 의미입니다.

8. 억제할 것인가, 이해할 것인가

결국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틱이라는 움직임을 억제할 것인가, 아니면 그 움직임이 만들어진 맥락을 이해할 것인가. 틱은 단지 신경의 병이 아닙니다. 그건 아이가 어떤 감각을 느끼고, 그 감각에 대해 몸이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 그리고 그 반응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모두 얽혀 있는 하나의 ‘반사-반응 시스템’입니다. 그리고 저는 거기에 한의학이 가진 시선이 훨씬 더 넓고, 깊고, 부드럽다고 생각해요.

틱은 때로 이상하게 보이지만, 그건 감정이 언어로 표현되지 못할 때 몸이 대신 말을 걸어오는 방식일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이걸 병으로만 볼 필요가 있을까요? 질문을 조금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이 움직임이 나왔을까?’ ‘이 아이는 지금 뭘 느끼고 있는 걸까?’ 이 질문이 바로 약물보다 먼저, 진단보다 앞서, 우리가 해야 하는 치료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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