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장애, 참으라는 말보다 중요한 것: 한의학이 제시하는 비약물적 해법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오늘은 많은 부모님들이 고민하시는 틱장애, 그 중에서도 왜 시험기간이나 새학기만 되면 더 심해지는지, 그리고 한의학에서는 이걸 어떻게 보고 어떤 식으로 치료하는지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갑자기 시작된 눈 깜빡임… 그냥 스트레스일까요?

한 중학생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새 학기라 친구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긴장감, 첫 중간고사에 대한 압박, 부모의 기대. 그러던 중 아이가 자꾸 눈을 깜빡이고, 어깨를 씰룩거리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버릇이겠거니 했지만, 점점 더 뚜렷해지고, 수업시간에 지적을 받을 정도가 됩니다. 병원에서는 “틱장애 초기일 수 있다”며 약을 권하지만, 부모는 망설입니다. 아이 성격이 예민해서 약을 먹는 걸 힘들어하고, 또 뇌에 영향을 줄까 걱정되기도 하죠. 하지만 사실, 이런 경우야말로 억제보다 회복이 더 중요한 시점입니다.

2. 틱장애, 뇌신경의 경고등이 켜진 상태

틱은 단순히 나쁜 습관이나 주의결핍으로 생기는 게 아닙니다. 뇌의 운동 조절 회로, 특히 기저핵-피질 루프의 억제 메커니즘이 일시적으로 무너진 상태로 보아야 합니다. 문제는, 이 무너짐의 배경에는 거의 항상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정서적 억압이 자리잡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은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서, 이런 내부 긴장이 무의식적인 근육 움직임으로 표출되기 쉬워요. 다시 말해, 틱은 감정의 배수구같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3. 왜 시험 때마다 심해질까 – 교감신경이 말해주는 힌트

시험은 단순한 평가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겐 존재의 안전을 건 위기 상황이에요. 우리 몸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 교감신경을 높여 전투모드에 들어갑니다. 틱은 바로 이때 자주 악화됩니다. 왜냐면,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수면이 깨지고, 식사도 부실해지고, 긴장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서 뇌는 ‘이 정도면 방출해줘야겠다’는 신호를 보내죠. 그게 바로 틱 증상의 형태로 나타나는 거예요.

4.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볼까? 억간산은 왜 자주 등장할까?

한의학에서는 이런 틱 증상을 보통 간풍내동(肝風內動)으로 해석합니다. 긴장과 억눌림, 열이 안에서 차올라 ‘풍처럼’ 튀어나오는 증상이죠. 이때 자주 쓰는 처방 중 하나가 억간산(抑肝散)입니다. 이건 단순히 ‘간을 억제하는’ 약이 아니라, 신경과민을 가라앉히고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복합처방이에요. 일본에서는 억간산이 틱장애, 분노조절장애, 알츠하이머 초기에까지 광범위하게 연구되고 있고, 틱장애 아동 대상 임상에서도 틱 빈도와 강도가 모두 유의하게 줄었다는 결과들이 있습니다. 억간산 외에도, 아이의 체질이나 긴장 양상에 따라 온담탕, 귀비탕, 보간익신탕 같은 처방이 함께 쓰이기도 해요.

5. 치료의 목적은 ‘틱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틱을 빨리 없애주세요’라고 말씀하시지만, 한의학에서는 그렇게 접근하지 않습니다. 틱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틱을 만들어내는 신체적/정서적 배경을 회복시키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침 치료는 자율신경 안정과 신체 이완에 효과적이고, 경혈 자극을 통해 수면의 질을 높이거나, 분노 반응을 낮추는 데도 사용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부모의 반응입니다. “하지 마!”, “왜 그래 자꾸!”라는 말보다, 아이의 스트레스 감수성 자체를 이해하고 안정시킬 수 있는 환경 설계가 필요해요.

6. 마무리 – 참는다고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틱은 무의식이 보내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우리 아이가 지금 어떤 내면의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경고등이에요. 그 신호를 ‘억제’할 게 아니라, 듣고 해석하고 회복시켜야합니다. 한약과 침 치료는 그 회복을 위한 섬세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시간 지나면 낫겠지”는 너무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습니다. 지금, 아이의 몸과 마음을 함께 살피는 치료, 그 시작이 가장 빠른 회복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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