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먹으면 설사, 고기먹으면 설사 이유는?

“술 한잔, 고기 한 점… 왜 내 장은 바로 반응할까?”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술만 마시면 바로 화장실, 고기만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까지. 이게 단순히 예민한 체질일까요? 오늘은 정상 음식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술, 고기 — 분명히 정상적인 음식입니다

술은 사회생활의 일부고, 고기는 단백질과 지방의 공급원으로 건강한 식단에도 포함됩니다.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괜찮고, 어떤 사람은 설사, 복통, 팽만, 잔변감으로 고생할까요? 이건 단순한 과민 반응이 아닙니다. 당신의 장이 지금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2. 첫 번째 문제: 장내 미생물의 반란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만 먹는 게 아닙니다. 장 안의 세균들도 먹습니다. 술에 들어있는 발효성 당, 고기의 단백질 잔여물, 지방, 이런 것들은 특정 세균을 급격히 증식시키고, 가스, 독소, 염증성 물질을 만듭니다.

술: 알코올 + 당류 → pH 변화 + 장내 균총 붕괴

고기: 단백질 과발효 → 암모니아, 황화수소 생성 담즙산 증가 → 독성균(Bilophila 등) 증식

결과는? 복부팽만, 트림, 장내 압력 상승, 그리고 소장이나 대장에서의 설사 유발 반사작용입니다.

3. 두 번째 문제: 점막이 무너진 장

장 점막은 외부 물질이 혈액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방어벽입니다. 그런데 이 장벽은 알코올, 산화된 지방, 과도한 단백질 잔여물 같은 것들에 매우 약합니다. 술은 tight junction을 벌어지게 만들고, 고지방식은 장내 염증물질을 유도해 점막을 얇게 만듭니다.

이 상태를 우리는 흔히 ‘장누수 증후군’이라고 부르죠. 정상 음식이 들어와도, 면역계는 과민반응을 보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설사, 복통, 면역 염증, 전신 피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세 번째 문제: 장–뇌 신경계의 과민 반응

우리의 장은 뇌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감정이 격해지면 장 운동이 빨라지거나 멈추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술이나 고기는 그 자체가 미주신경을 자극하거나, 장내 압력을 올려 자율신경계의 과민 반응을 유도합니다.

결과는? 복부 불쾌감, 잔변감, 설사, 배변 후 피로감입니다. 이건 단순히 음식 소화의 문제가 아닙니다. 신경 반사 시스템이 자극에 과잉 반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5. 술, 고기는 FODMAP일까? 염증유발 음식일까?

FODMAP은 발효성 당류 → 세균의 과발효 → 가스·팽만·신경 자극 염증유발 음식은 점막을 직접 자극하고 면역을 유도해 장누수·염증을 일으킴

술은 일부 종류가 FODMAP 성분을 포함합니다. 고기는 FODMAP은 아니지만, 발효성 단백질로 작용해 FODMAP보다 더 강한 장내 발효 자극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술과 고기 모두 조리 방식과 섭취량에 따라 명확하게 염증유발 음식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6. 정상 음식이 문제라는 건, 장이 이미 비정상이라는 뜻

술과 고기가 나쁜 건 아닙니다. 건강한 장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설사하고, 팽만하고, 트림이 끊이지 않는다면, 그건 이미 장 점막이 약해졌고, 미생물 균형이 무너졌고, 신경계가 과민해졌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당신의 장이 “이 정도 음식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나는 그냥 체질이 약한 게 아니라, 지금 내 장이 회복이 필요한 상태였구나.”

그걸 인식하는 순간부터 장은 회복될 수 있습니다. 음식이 문제인 게 아니라, 장 상태가 이미 그 음식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너졌다는 걸 알아차리는 것, 그게 첫 번째 치료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