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그냥 손습진이 아닐 수 있습니다 — 손등 건선 이야기”
1. 손등이 자꾸 갈라지고 각질이 생깁니다
처음엔 그냥 건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손을 자주 씻고, 물일을 하다 보면 손등이 거칠어지고, 하얗게 일어나고, 때로는 미세하게 갈라지고 붉어지기도 하죠. 보습제를 바르고, 연고도 써보고, 심하면 항진균제까지 바른 적도 있지만 계속 반복됩니다. 손등만 왜 이럴까, 한 번쯤 의심해보셨을 겁니다. 혹시, 이게 건선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해보셨나요?
2. 손등에 생긴 건선은 진단이 어렵습니다
보통 건선이라고 하면 팔꿈치, 무릎, 두피에 붉고 두꺼운 병변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손등에 생긴 건선은 그렇게 명확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건조하거나 살짝 붉은 정도로 시작합니다. 경계도 애매하고, 습진처럼 진물이나 가려움이 같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손은 비누, 세제, 장갑, 물기, 자외선에 계속 노출되기 때문에 다른 피부 질환과 감별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 결과 접촉성 피부염, 손습진, 곰팡이 감염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고, 잘못된 치료로 오히려 병변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3. 하지만 건선은 이렇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손등 건선이라고 해도 초기에는 뚜렷한 단서를 주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 붉은 반점 위에 하얗고 얇은 인설이 겹겹이 생깁니다.
- 좌우 대칭적인 분포가 보입니다.
- 치료에 일시적으로 반응하지만 금방 다시 악화됩니다.
- 손톱에 작은 구멍처럼 패인 흔적이 생기기도 하고.
- 손가락 관절이 뻣뻣하거나 불편해지는 느낌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피부염이 아니라 ‘건선’이라는 면역 기반 질환의 신호일 수도 있다는 거죠.
4. 손이라는 부위는 ‘병을 유발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손등은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부위이자, 가장 자주 닿고, 가장 자주 씻고, 가장 자주 마찰되는 부위입니다. 이런 반복 자극은 건선에서 흔히 나타나는 Koebner 현상, 즉 외부 자극 부위에 새 병변이 생기는 반응을 유발합니다. 말 그대로 손등이 병변을 반복해서 ‘유발하는 조건’에 매일 노출되어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이 부위는 다른 사람에게도 가장 잘 보이는 부위이기 때문에 피부 병변이 생기면 심리적 거리감, 위축, 대인 기피 같은 사회적 부담도 크게 느껴집니다.
5. 단순한 피부 증상일까, 아니면 시작일까?
한 가지 더 중요한 포인트는 손등에만 병변이 있는 건선이라 하더라도, 그게 단독 증상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손톱에 변화가 동반되고, 손가락 관절이 아프거나 굳는 느낌이 있다면 건선관절염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건선관절염은 조기에 진단하지 못하면 관절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손등 병변이 반복된다면 피부만 보지 말고 관절도 꼭 살펴야 합니다.
6. 손등은 단순히 보이는 곳이 아닙니다
손등은 단순히 ‘피부가 건조한 부위’가 아닙니다. 그곳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부위이자, 가장 자주 노출되고 자극받는 구조이며, 피부 면역이 흔들릴 때 가장 먼저 반응할 수 있는 부위입니다. 그래서 손등 병변은 단순한 습진처럼 보이지만, 실은 몸 전체 염증 반응의 시작점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손등 피부가 반복적으로 두꺼워지고 인설이 생기며,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혹시 이게 건선일 수 있을까?” 한 번쯤은 그렇게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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