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 속울렁거림 두근거림
인천 만성위염, 달래지지 않는 위장, 언제까지 약에만 의존해야 할까?
조금만 신경을 쓰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은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속 쓰림. 공복에도, 식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더부룩함과 명치의 답답함.
“약을 먹을 때만 잠시 괜찮아요. 이제는 뭘 먹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걱정돼요.”
만성 위염은 ‘괜찮아지겠지’라는 기대와 ‘또 아프구나’라는 체념이 매일같이 반복되는, 끝나지 않는 줄다리기와 같습니다. 나의 일상을 제약하고, 음식의 즐거움을 앗아가는 이 불편함. 과연 ‘예민한 체질’ 탓으로만 돌려야 하는 걸까요?
원인과 증상
위장의 '보호막'이 얇아지고 있다
우리 위장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위산으로부터 위벽을 지키는 끈끈하고 튼튼한 ‘점액 보호막’을 두르고 있습니다. 마치 스마트폰의 강화유리 필름과도 같죠.
하지만 맵고 짠 음식, 술, 커피, 그리고 스트레스라는 ‘사포’가 매일같이 이 보호막을 조금씩 긁어내고 마모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보호막은 점점 얇아지고, 급기야 구멍이 뚫리게 됩니다. 보호막을 잃은 연약한 위벽은 위산의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어 염증이 생기고(속 쓰림), 움직임이 둔해지며(더부룩함), 음식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게(통증) 됩니다. 이것이 만성 위염의 시작입니다.
한의학적 관점
'척박해진 땅'과 '꺼지지 않는 불씨'
한의학에서는 위장을 모든 생명의 근원이 되는 ‘건강한 토양(土壤)’에 비유합니다. 만성 위염은 이 토양이 오랜 시간 동안 공격을 받아 ‘메마르고 척박해진 상태’와 같습니다.
토양의 수분과 영양분(진액津液)이 부족해지고, 스트레스와 나쁜 음식으로 인해 ‘꺼지지 않는 불씨(위열胃熱)’까지 품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는 어떤 씨앗(음식물)도 제대로 뿌리내리고 자라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한의학적 치료는 단순히 위산을 억제하여 당장의 증상을 가리는 것이 아닙니다.
‘척박해진 토양’에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고(자음양위滋陰養胃), ‘꺼지지 않는 불씨’를 식혀주어(청열淸熱), 위장 스스로가 다시 튼튼한 보호막을 만들어낼 힘을 되찾도록 돕는 것. 그것이 토양의 근본을 살리는 한의학의 치료 관점입니다.
생활 관리
위장의 보호막을 다시 세우는 3가지 습관
일상의 노력이 위장의 얇아진 보호막을 다시 두텁게 만들 수 있습니다.
- 습관 1: 자극 피하기 (Avoid Irritants)
위벽을 직접적으로 긁어내는 맵고, 짜고, 신 음식과 위산 분비를 촉진하는 커피, 술, 탄산은 보호막이 회복될 때까지 반드시 멀리해야 할 1순위입니다. - 습관 2: 규칙적인 식사 (Regular Meals)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높은 농도의 위산이 그대로 위벽을 자극하게 됩니다. 적은 양이라도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하여 위장을 편안하게 해주세요. - 습관 3: 마음의 평화 (Peace of Mind)
스트레스는 위장의 가장 큰 적입니다. 위장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를 교란시키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산책이나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찾는 시간이 곧 위장의 평화를 가져옵니다.
예후 및 골든타임
‘만성 위염’에서 ‘위암’으로 가는 길목에서 만성 위염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가진 병’이라며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만성적인 염증이 반복되는 길은, 위 점막이 얇아지는 ‘위축성 위염’을 거쳐, 위 세포가 장 세포처럼 변하는 ‘장상피화생’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내리막길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상피화생은 위암의 강력한 전 단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한 불편함으로 남을 것인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로 나아갈 것인가. 그 갈림길은 바로 지금, 나의 위장이 보내는 신호를 얼마나 무겁게 받아들이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