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성 위염이래요” – 존재하지 않는 병명, 사라지지 않는 고통

“신경성 위염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입니다.

병원 진료실에서 이런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이 쓰리고, 밥맛이 뚝 떨어져요.”

“검사에선 별 문제 없는데, 신경성 위염 같다고 하더라고요.”

참 익숙한 표현이죠. 그런데 정말로 ‘신경성 위염’이라는 병명은 존재할까요?

신경성 위염이라는 말, 그 진짜 의미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신경성 위염’은 의학 교과서에 없는 병명입니다.

내시경 보고서나 진단서에 공식적으로 적히는 이름도 아닙니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꽤 자주 등장합니다. 왜냐하면 설명하기 애매할 때, “스트레스와 관련된 위장 불편감”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말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위장은 왜 감정에 반응할까?

사실 위장은 감정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장기입니다. 우리가 긴장하면 속이 울렁거리거나, 밥이 안 넘어가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쓰림이나 트림, 조기 포만감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위장은 단순한 소화기관이 아니라, 뇌와 연결된 자율신경계의 일환이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 교감신경 항진 → 위산 과다 분비, 점막 자극

감정기복 → 위장운동 불균형 → 배탈, 쓰림, 포만감

불안·우울 → 위 감각 과민 → 사소한 자극도 통증으로 인식

즉, 몸은 아무 이상 없어 보여도, 시스템은 계속 흔들리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위염과의 차이 – 염증이 없다, 그러나 아프다

정확히 말하자면, ‘신경성 위염’은 염증성 위염이 아닙니다. 진짜 위염은 내시경에서 점막 붉어짐, 미란, 출혈, 위축이 보이며 생검을 하면 조직학적 염증이 확인됩니다.

반면, 신경성 위염이라 불리는 상태는 염증도 없고, 조직 손상도 없고, 위장 운동도 정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환자는 분명히 불편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이건 기능성 위장장애 혹은 기능성 소화불량(FD)이라는 범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즉, 기계 고장은 아니지만, 작동 오류가 생긴 상태인 셈이죠.

문제는 이 어정쩡한 진단 구조

‘신경성 위염’이라는 말이 문제인 건, 실제로 존재하는 증상을 ‘심리적 문제’로 축소하거나 낙인 찍는 방식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민해서 그래요.”

“마음 편히 먹으면 좋아질 거예요.”

“스트레스 덜 받으세요.”

이런 말은 증상을 애매하게 넘기고, 환자를 더 불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단순한 위염약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단순히 위산억제제만 먹고 끝낼 수 없습니다. 위산 분비나 운동성을 조절하는 약물 외에도, 스트레스 관리, 감정 조절, 인지행동치료 같은 심리적 개입, 음식 섭취 습관 조절, 소화기 부담 완화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의학적 관점에서는 간기울결, 위허냉, 식적 등의 변증을 통해 정서적 스트레스와 소화 기능을 동시에 조절하는 접근이 가능합니다.

‘신경성 위염’은 병명이 아니라 하나의 해석입니다

‘신경성 위염’이라는 말은 애매한 진단의 틈새에서 생겨난 표현입니다. 그 자체로 의학적 정확성은 떨어지지만, 실제 환자의 고통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중요한 건, 이 고통을 단순히 “신경 탓”이라 넘기는 게 아니라, 몸과 감정, 장기와 자율신경계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복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신경성 위염이라는 단어, 지금부터는 조금 더 다르게 바라보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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