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성 장염? 진짜 장염일까, 그냥 예민한 걸까? - 인천 백록담한의원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검사에서는 별 이상이 없는데, 배는 자꾸 아프고, 식사를 하면 더부룩하고, 긴장할 때면 어김없이 설사나 장명음이 반복되는 그런 경우요.
병원에 가면 이렇게 말합니다. “스트레스성 장염 같네요.”
왠지 병도 아닌 것 같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드는 말이죠. 오늘은 이 ‘스트레스 장염’이라는 말의 실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스트레스성 장염”은 진단명이 아니다
먼저, 의학적으로는 ‘스트레스성 장염’이라는 공식 진단명은 없습니다. 의사들이 이 말을 쓰는 이유는, 검사상 특별한 염증이나 병변은 없는데 분명히 장에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복통, 잦은 설사, 소화불량, 꾸르륵 소리 같은 증상들이 있는데 내시경은 정상이고 혈액검사도 특별한 이상이 없을 때, 그럴 때 환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쓰는 비공식 표현이 바로 “스트레스성 장염”입니다.
그러니까 이건 병명이라기보다 증상 설명용 일상어에 가깝습니다.
그럼 이건 어떤 병일까요?
실제로는 대부분 기능성 위장장애, 과민성장증후군(IBS), 혹은 위장관형 불안장애 같은 질환이 “스트레스 장염”이라는 말로 통칭되고 있습니다.
검사상은 멀쩡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만 하면 복통, 복부 팽만, 설사, 혹은 트림이나 장명음이 유난히 심해지고 소화기 전반이 예민해지는 상태입니다.
진짜 ‘장염’과는 뭐가 다를까요?
‘장염’이라는 말은 원래 장 점막에 염증이 있고, 전신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감염성 장염이라면 구토, 열, 두통, 복통, 설사와 함께 검사에서는 백혈구나 CRP 수치가 올라가 있고, 대변에도 염증세포나 혈액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성 장염’이라 불리는 경우에는 발열도 없고, 염증 수치도 정상이거나 경미하고, 내시경 소견도 거의 정상입니다. 즉, 진짜 염증은 없지만 기능이 무너진 상태, 장 자체가 스트레스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왜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이 아플까요?
이건 우리 몸의 신경계 때문입니다. 장에는 뇌 다음으로 많은 신경세포가 모여 있고, 장-뇌 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장 점막의 보호기능이 약해지고, 미세한 염증 반응이 올라가고, 장 운동이 불규칙해지면서 설사, 트림, 복명음, 복통 같은 증상이 유발됩니다.
그리고 이게 반복되면 장은 점점 더 예민해지고, 신경계가 스트레스 자극에 과하게 반응하면서 기능은 무너지고, 자율신경은 불안정해집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태를 간기범위(肝氣犯胃), 간울비허(肝鬱脾虛), 심비불교조(心脾不交) 같은 병기로 설명합니다.
간의 기운이 막혀서 비위를 억누르면 트림, 팽만, 명치의 불쾌감이 생기고, 기운이 아래로 순조롭게 흐르지 않으면 복통과 설사를 반복하게 됩니다.
심할 경우, 정신적 긴장과 장의 기능이 서로 얽히면서 소화도 안 되고, 잠도 안 오고, 기운도 빠지는 전신적인 문제로 확장되죠.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땐 무조건 항생제를 쓰거나, 장운동을 멈추게 하는 약보다는 기능을 회복시키는 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한약으로는 시호소간탕, 소요산, 반하사심탕, 향사육군자탕처럼 기순을 조절하고, 장 기능을 안정시키는 처방들이 쓰입니다.
침 치료도 효과적입니다. 중완, 족삼리, 내관, 태충, 심유, 신문 같은 자리를 통해 자율신경을 안정시키고, 장의 연동을 조절해줍니다.
식이와 생활도 함께 가야 합니다
공복을 오래 유지하거나, 찬 음식, 날 음식, 자극적인 음식들을 반복해서 먹으면 장의 과민반응이 더 심해집니다.
치료 초반에는 백미죽, 익힌 채소, 온량한 음식 위주로 조절하고 조금씩 식이의 다양성을 회복시켜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무조건 ‘피하는 식사’가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장 상태’를 만들어주는 게 치료의 목표입니다.
“스트레스성 장염”이라는 말은 공식 병명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올 수 있고,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운 상태입니다. 병명은 없더라도 증상은 분명하고, 그 증상은 단지 마음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몸에서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는 변화입니다.
한의학은 이런 ‘이상하지만 설명되지 않는 증상들’을 기와 장기의 흐름, 그리고 심신의 조화 상태로 풀어내는 의학입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계속 아프시다면, 그건 예민한 게 아니라 당신의 장이 보내고 있는 진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건강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스트레스성장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