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만 받으면 화장실로 직행? 신경성 설사(칠정설)

“오늘 면접인데, 아침부터 배가 콕콕 쑤시고 화장실만 열 번 넘게 들락거렸어요. 어제 뭘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배가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집중이 안 돼요.”

20대 취업 준비생 F씨는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긴장될 때마다 으레 이런 증상을 겪었고, 특별한 음식 섭취와는 무관하게, 늘 중요한 이벤트 직전에 증상이 발생했다고 했다. 이처럼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겪는 설사 증상 때문에 그는 '의지가 약해서'라고 자책하곤 했다.

장, 뇌의 불안감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다

우리는 보통 설사를 음식 문제라고 생각한다. 물론 식중독이나 특정 음식 알레르기로 인한 설사도 있다. 하지만 F씨의 경우처럼,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갑작스럽게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음식이 아닌 ‘신경’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이 현상은 한의학에서‘칠정설(七情泄)’이라 불리는데, 기쁨, 노여움, 슬픔, 생각, 근심, 공포, 놀람 등 일곱 가지 감정이 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발생하는 설사다.

당신의 장을 ‘음식물을 싣고 달리는 고속열차’라고 상상해보자. 이 열차는 평소에는 적절한 속도로 움직이지만, ‘비상 경보(스트레스)’가 울리면 걷잡을 수 없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장이 빠르게 움직이니 음식물이 충분히 소화되거나 수분이 흡수될 틈도 없이 배출된다. 이것이 바로 신경성 설사의 정체다.

스트레스가 장의 '비상 신호'를 켜는 방식

뇌와 장은‘장-뇌 축(Brain-Gut Axis)’이라는 고속도로를 통해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는다.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는 위협에 대비하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교감신경은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고 혈압을 올리면서, 소화와 관련된 부교감신경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때로는 장의 운동을 비정상적으로 가속하는 신호를 보낸다. 이는 마치 위험을 감지한 뇌가 ‘빨리 내보내라!’고 장에 직접 명령하는 것과 같다.

문제는 이러한 비정상적 신호가 지속되면 장의 기능 자체가 불안정해진다는 것이다. 장의 움직임이 빨라지니 음식물은 충분한 시간을 머무르지 못하고, 소화·흡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배출된다. 이로 인해 영양분 흡수가 방해받고, 장 점막이 손상되기도 한다. 지사제와 같은 약물은 장 운동을 일시적으로 멈출 수 있지만, ‘비상 신호’라는 근본 원인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 당신의 장은 당신의 불안함에 반응하고 있습니다.

신경성 설사로 고통받고 있다면, '무엇을 먹었는지'보다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한다. 당신의 장은 당신의 가장 솔직한 '감정 일기장'이다.

장을 탓하지 말고, 마음을 보듬어라

스트레스만 받으면 화장실로 직행하는 증상은 당신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몸이 스트레스에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증상은 '혹시 또 화장실에 가야 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낳고, 그 불안감이 다시 증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 고리에서 벗어나려면, 지사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긴장감을 함께 풀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깊은 심호흡, 명상, 규칙적인 운동은 교감신경의 과도한 흥분을 가라앉히고, 장-뇌 축의 균형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의 장은 당신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이제 그 거울을 닦고, 당신의 몸과 마음을 함께 보살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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