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차신경통, 약을 먹어도 해결되지 않는 통증의 한의학적 접근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얼굴을 찢는 것 같았어요.

바람만 스쳐도 찌릿찌릿해서 겨울에는 외출이 두려울 정도였죠."

40대 중반의 여성 B씨의 이야기입니다.

몇 달 전부터 찾아온 극심한 얼굴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웠습니다. 처음에는 단순 치통이라 생각했지만, 치과 검사 후 멀쩡한 어금니를 발치했음에도 통증은 그대로였습니다.

신경통약은 신경세포의 흥분 전도를 억제하여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통증이라는 ‘사이렌’이 울리지 않도록 스위치를 내리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B씨의 통증은 약으로 스위치를 눌러도 계속해서 울려댔습니다. 만약 이 통증이 단순히 신경의 흥분 문제였다면, 진통제로 충분히 조절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통증의 근본 원인이 ‘신경의 과도한 활성화’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닐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삼차신경통과 같은 만성적인 통증을 단순히 신경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증이 나타나는 패턴과 함께 몸 전체의 불균형을 살핍니다.

《동의보감》은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이라 말합니다.

이는 '소통이 잘 되면 아프지 않고, 소통이 막히면 아프다'는 뜻으로,

모든 통증의 본질이 '순환의 정체'에 있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소통을 막는 것일까요?

한의학에서는 통증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풍(風)’, ‘열(熱)’, ‘담(痰)’, ‘어혈(瘀血)’을 꼽습니다. 이 요소들은 마치 강물에 떠다니는 부유물처럼 혈액과 기(氣)의 흐름을 방해하고,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막아 통증을 유발합니다. 이는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염증 반응이나 신경의 압박과 유사한 개념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B씨의 경우, 야근과 스트레스로 인해 신경이 과민해지며 ‘열(熱)’이 쌓이고,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부족으로 ‘담(痰)’이 생겼을 수 있습니다. 특히 오전에 통증이 심했다가 오후에 잦아드는 패턴은 몸의 기혈 순환 상태가 시간대별로 다르다는 것을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였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마치 전쟁에서 아군과 적군을 식별하는 정교한 전략과 비슷합니다.

무작정 진통제로 신경 흥분을 억제하는 것은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와 달리, 한약 치료는 먼저 환자의 몸 상태를 면밀히 진단하여 통증의 근본 원인(풍, 열, 담 등)을 정확히 식별하고, 그에 맞는 맞춤형 전략을 구사합니다.

한약은 단순 통증 완화제가 아닙니다. 한약은 신경 통로에 쌓인 ‘풍, 열, 담’과 같은 부유물을 제거하고,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신경이 제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즉, 통증의 ‘원인’을 치료하여 재발을 막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신경통약인 리리카(프레가발린)가 통하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혹시 당신도 단순히 진통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얼굴 통증 때문에 매일 고통받고 있나요?

이처럼 신경계의 과민 반응에만 초점을 맞추는 대신, 통증의 원인 패턴을 찾아 치료하는 한의학적 접근은 만성적인 삼차신경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는 특정 개인을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몸의 불균형 신호에 귀 기울이고 통증의 숨겨진 원인을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