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는 왜 재발할까? 바이러스와 피부조직의 숨겨진 전쟁
안녕하세요. 오늘은 사마귀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사마귀는 흔하지만, 단순한 피부 병변은 아닙니다. 표면을 제거해도 다시 올라오고, 몇 번을 치료해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죠. 많은 분들이 “이거 뿌리가 깊은 건가요?”라고 물으시는데요, 사실 그 표현에는 꽤 정교한 병리학적 진실이 담겨 있습니다.
1. 사마귀의 병리: 기저층의 잠복감염
사마귀는 HPV(Human Papillomavirus)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 바이러스는 피부의 가장 깊은 표피 기저층(basal layer)에 감염됩니다. 이때 바이러스는 각질형성세포(keratinocyte)의 세포주기 조절을 교란하고, p53, Rb 같은 종양억제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여 감염세포의 분화와 사멸을 회피하게 만듭니다.
이런 과정은 단순한 유전자 돌연변이가 아니라, 바이러스가 유도한 에피제네틱 리프로그래밍(epigenetic reprogramming)의 결과입니다. 즉, 유전자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세포의 발현 프로파일이 바이러스에 의해 재조정되는 거죠.
그 결과, 피부는 정상적인 각질 탈락 주기를 잃고, 비정상적인 각질 증식과 표피 비후를 보이며 우리가 흔히 보는 사마귀 형태를 형성하게 됩니다.
2. 왜 반복적으로 재발할까? — 면역 회피와 치료 실패
HPV는 진피를 침범하지 않고, 면역 감시가 상대적으로 적은 표피 내에 국한되어 활동합니다. 특히 기저층의 감염 세포들은 MHC class I 발현이 저하되어 있어, CD8+ T세포에 의해 인식되기 어렵습니다.
즉, 치료 과정에서 겉의 병변만 제거하고 기저층의 잠복 감염 세포를 남긴다면 → 다시 감염된 각질세포가 표면으로 올라오며 재발하게 되는 거죠. 임상적으로 흔히 이야기하는 “사마귀의 뿌리”는 바로 이 기저층 내의 잠복감염 중심(viral reservoir)을 의미합니다.
3. 조직 침윤성과 사마귀의 형태적 다양성
일부 사마귀는 표피에 국한된 얕은 병변을 보이지만, 특히 심부 사마귀(deep plantar wart)나 수장부(wart on palm)에 위치한 병변은 기저층을 넘어 가시층(spinous layer)이나 유두진피(papillary dermis) 근처까지 조직학적으로 압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병변은 경계가 명확하고, 표면이 단단하며, 외과적 제거 없이 표면 치료만으로는 잘 사라지지 않고 반복적 재발과 주변 조직으로의 확산까지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환자의 피부 생리나 면역 반응에 따라 어떤 사마귀는 과각화(hyperkeratosis)가 심해져 딱딱하게 굳고 또 어떤 사마귀는 각질처럼 부드럽게 탈락되며, 면역 억제 환자에서는 융합성 사마귀(mosaic wart)처럼 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4. 진짜 치료의 핵심은?
진정한 치료는 단순한 병변 제거가 아닙니다. 핵심은 기저층의 감염 세포에 면역계가 반응하게 만드는 것.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들이 사용됩니다:
- 병변 자극을 통해 국소 면역 반응을 유도
- TLR7을 자극해 사이토카인 분비 증가
- 각질층 제거를 통해 표피 재생 촉진
이러한 방법들은 모두 면역 회피 상태의 감염세포에 대한 접근을 유도하는 치료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마귀는 단순한 ‘각질 덩어리’가 아닙니다. 그건 피부 속 기저층에서 시작된 바이러스와 면역 시스템의 지리한 전쟁이고, 치료는 그 중심을 정확히 겨냥해야 의미가 있습니다. 환자의 체질, 면역력, 감염 범위에 따라 단순한 제거 이상의 면역 재활성화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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