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 전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토합니다 – 병명이 없는 고통을 해석하는 법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매달 무너지는 몸, 그런데 병명이 없어요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생리 시작 며칠 전이 되면, 머리가 아프다 못해 깨질 것 같고, 속은 울렁거리고 토할 것 같고, 심지어 눈이 시리거나, 복부가 울렁거리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

병원에 가보면 이상은 없다고 하고, 편두통일 수도 있으니 진통제를 먹어보라 하시고요. 그런데 진통제가 듣지 않거나, 일시적으로만 괜찮고, 이 증상은 매달 같은 패턴으로 반복됩니다. 검사는 정상인데, 정작 나는 쓰러지고 있는 거죠.

오늘은 이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생리 전 두통과 구토를 반복하는 환자들의 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병명으로 설명되지 않는 고통이 반복되는지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병명이 없지만 반복되는 증상

31세의 직장 여성 분입니다. 업무 스트레스는 적지 않지만 평소 컨디션은 괜찮은 편이에요. 그런데 생리 시작 이틀 전쯤이 되면, 어김없이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먼저 머리 뒤통수가 당기듯 아프기 시작하고, 눈이 시리고, 속이 울렁거리다가 결국 구토. 식사를 하고 나서 토한 적도 있었고요. 그날은 하루 종일 일도 못 하고 누워있어야 합니다.

처음엔 내과, 신경과, 산부인과 돌아다녔고 MRI, 혈액검사, 심지어 호르몬 검사도 다 해봤지만, 전부 정상이었습니다. 진단은 ‘생리 관련 편두통’, 혹은 ‘스트레스성 증상’. 하지만 환자는 말합니다. “이건 단순한 두통이 아니에요. 제 뇌가 무너지는 것 같아요.”

뇌는 호르몬 수치를 해석한다.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다

생리 전은 여성의 몸에서 가장 큰 내분비 변동이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문제는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변화를 뇌가 어떻게 ‘해석’하느냐라는 겁니다.

생리 전엔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이 동시에 급격히 떨어집니다. 이때 뇌는 억제성 회로(GABA)가 느슨해지고, 감각 회로는 민감해지며, 특히 뇌간의 미주신경, 삼차신경이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결국, 작은 자극에도 머리는 아프고, 속은 울렁거리고, 불안이 올라오고, 토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 증상은 “호르몬 수치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 변화에 대해 뇌가 보이는 과민 반응”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증상은 취약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런데 생리 전 두통이나 구토가 모두에게 오는 건 아니죠. 똑같은 호르몬 변화를 겪는데도 어떤 사람은 괜찮고, 어떤 사람은 쓰러질 정도로 힘들어집니다. 왜일까요?

이건 이렇게 보면 됩니다. 우리 몸에는 평소 ‘커버링 시스템’이 존재합니다. 호르몬, 자율신경, 감정조절 능력, 신체 인지력 같은 것들이 하루하루의 불균형을 덮어주는 방어막처럼 작용하죠. 그런데 생리 전은 그 커버링이 벗겨지는 시기입니다.

호르몬이라는 강력한 완충 장치가 빠지고 나면, 그동안 겨우 붙잡고 있던 감각, 정서, 내장 기능의 조절력이 드러나는 겁니다. 그래서 생리 전 증상은 단지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몸의 ‘기존 취약성’이 가시화되는 타이밍입니다.

한의학적 해석: 상역, 허화요동, 담열상요

이런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단순히 ‘편두통’, ‘소화불량’으로 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걸 조절 실패의 양상, 즉 병기(病機)로 해석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패턴이 있습니다:

  1. 간양상항 (肝陽上亢) -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분노 억제가 심한 분 생리 전엔 간화가 올라오며 머리가 아프고, 눈도 충혈됨
  2. 음허화동 (陰虛火動) - 피곤한데 잘 쉬지 못하고, 자율신경이 예민한 분 밤에 증상이 심하고, 머리 화끈, 입마름, 구토 동반
  3. 담열상요 (痰熱上擾) - 속이 더부룩하고, 가래 잘 생기며, 구토와 메스꺼움 동반 머리가 무겁고 멍하고, 감각이 흐릿해짐

이처럼 같은 생리 전 두통과 구토라도, 몸의 구조적 불균형은 완전히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라 개입 방식도 달라집니다.

치료의 핵심은 억제가 아니라 조율입니다

그럼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이건 단순히 진통제를 먹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건 단지 표면에 드러난 경보음만 끄는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해야 할 건 ‘몸이 커버링을 잃었을 때, 그 조절 체계를 복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개입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 간화상항형 → 용담사간탕
  • 태충·풍지음허화동형 → 지백지황환
  • 조해·삼음교담열상요형 → 온담탕
  • 풍륭·내관

이렇게 병기 구조에 따라 몸의 조절 시스템을 다시 조율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설계합니다.

증상은 병이 아니라 몸의 언어입니다

생리 전마다 반복되는 두통과 구토는, 단순히 병명을 붙이기 위해 존재하는 고통이 아닙니다. 그건 몸이 매달 당신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일 수 있고, 지금의 조율 체계가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 신호를 억누르기보다는, 왜 이 타이밍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를 해석하고, 조절력을 되찾는 방향으로 회복을 설계하는 것, 그게 진짜 치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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