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시린 증상 이유, 원인

온몸이 시린 증상: 생명의 화로, 그 밑불이 꺼져갈 때

40대 초반의 여성. 초등학교 교사인 그녀는 진료 기록지에 빼곡한 병원 방문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혀는 전체적으로 창백하고 옅은 백태가 끼어 있었고, 맥은 물속 깊이 가라앉은 듯 가늘었다. 몸의 에너지가 깊이 잠겨있다는 명백한 신호였다.

1년 전 자궁내막증으로 수술을 받은 후부터, 그녀의 몸은 자신만의 계절, 혹독한 겨울을 살고 있었다.

“수술하고 나서부터 뼈에 바람이 드는 것처럼 시려요. 단순히 추운 게 아니라, 정강이뼈 안쪽에서부터 찬 기운이 스며 나오는 느낌이에요. 여름인데도 에어컨 바람이 닿으면 살이 아플 지경입니다.”

한여름에도 얇은 스웨터를 입고, 밤에는 발이 시려 잠을 설친다. 갑상선, 류마티스 인자 등 현대의학의 지도 위에서는 어떤 이상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녀의 고통은 이름 없는 유령처럼 몸 안을 떠돌고 있었다.

호르몬이 답이 아닐 때,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

가장 합리적인 용의자는 '외과적 폐경'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이었다. 수술로 인한 급격한 에스트로겐 감소가 체온 조절 중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은 타당해 보였다. 실제로 그녀는 저용량 호르몬 패치를 몇 달간 사용하며 안면홍조 같은 증상에는 일부 효과를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이 명쾌한 가설에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얼굴 화끈거리는 건 좀 줄었지만, 뼈가 시린 느낌은 거의 그대로예요."

호르몬 요법은 급변하는 온도 센서의 오류를 일부 보정해 줄 수는 있었지만, 몸의 근본적인 냉기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그것은 마치 보일러의 온도 조절기만 교체했을 뿐, 정작 보일러 자체의 불씨가 약해진 것은 보지 못한 것과 같았다.

허리 통증과 야간뇨, 시린 증상이 가리키는 한 곳

"그냥 추운 게 아니라, 허리가 텅 비어버린 것처럼 묵직하고 아파요. 밤에는 꼭 한두 번씩 화장실 때문에 깨고요." 이것이 사건의 본질을 향한 결정적 단서들이다.

호르몬 부족이 어떻게 허리의 공허감과 야간뇨까지 설명할 수 있는가? 이 단서들은 호르몬이라는 현상을 넘어, 더 근원적인 시스템의 문제를 가리키고 있었다. 체성분 분석 결과, 그녀의 기초대사량은 연령 평균보다 현저히 낮게 측정되었다. 몸 스스로 열을 만들어내는 힘이 고갈되고 있었다.

생명의 뿌리, '신장(腎臟)'의 불씨가 꺼져갈 때

나는 한의학이라는 다른 종류의 지도를 펼쳤다. 한의학의 경전인 황제내경(黃帝內經)에서 자궁(女子胞)은 생명의 뿌리인 '신(腎)'과 직접 연결된 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이다. 의학적으로 반드시 필요했던 수술이었지만, 이 과정은 '신(腎)'이라는 우리 몸의 가장 근원적인 에너지 시스템에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생명의 근원적인 불씨, 즉 '명문화(命門火)'라 불리는 신양(腎陽)의 손상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의 몸은 호르몬이라는 연료가 부족한 차가 아니었다. 애초에 엔진의 점화 플러그, 즉 생명의 가장 근원적인 불씨를 품은 '화로(신腎)' 자체가 손상된 것이었다. 내경에서 '허리는 신장의 집'이라 하였고, '신장은 뼈를 주관한다'고 했다. 화로의 밑불(신양)이 꺼져가니, 그 집(허리)이 무너지고, 그 기둥(뼈)이 시렸던 것이다.

단순히 몸을 덥히는 것을 넘어, 생명의 불씨를 되살린다는 것

치료의 목표는 명확해졌다. 단순히 연료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화로를 보수하고 밑불을 정성껏 되살리는 것. 한의학에서는 이를 '온보신양(溫補腎陽)', 즉 신장의 양기를 따듯하게 보충한다고 표현한다.

치료는 섬세한 노력이 필요했다. 부자(附子), 육계(肉桂)와 같이 꺼져가는 밑불을 강력하게 되살리는 약재를 중심으로 한 '우귀음(右歸飮)' 처방을 사용했고, 생명의 문이라 불리는 하복부의 관원(關元) 혈에 매주 뜸을 떠서 화로에 직접 온기를 불어넣었다. 처음에는 미미했던 변화가 4주차를 넘어서면서, 환자는 "배꼽 아래가 처음으로 따뜻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그녀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 경우, 이와 같은 통합적 접근을 통해 극심했던 시린 증상은 8주 후 그 강도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야간뇨의 빈도 또한 감소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처럼 원인 모를 시린 증상은, 우리 몸의 가장 깊은 곳, 생명의 화로가 보내는 절박한 구조 신호일 수 있다. 그 신호에 귀를 기울여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릴 때, 비로소 잃어버렸던 계절을 되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