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무겁고 쑤셔요, 50대 여성 습담증
온몸이 짓누르는 젖은 옷의 무게
50대 초반의 여성. 그녀는 자신의 몸을 물이 스며든 오래된 솜이불 같다고 표현했다. 마지막 아이가 대학에 가고 집이 텅 빈 느낌이 들기 시작할 무렵부터, 원인 모를 무게감이 온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냥 피곤한 거랑은 달라요. 온몸에 젖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무겁고, 어깨며 무릎이며 돌아가면서 쑤셔요. 머리는 항상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하고요.”
그녀의 고통은 뚜렷한 병명을 얻지 못했다. 류마티스내과에서는 섬유근육통의 일부 기준은 만족하지만, 전형적인 압통점 소견은 뚜렷하지 않다는 애매한 진단을 받았다. 결국 그녀가 손에 쥔 가장 흔한 이름표는 갱년기 증후군이었다.
호르몬과 진통제, 모든 약이 나를 비껴갈 때
그녀의 지난 2년간의 의료 기록은, 마치 길 잃은 탐험가의 항해일지 같았다. 첫 번째 희망은 호르몬 대체 요법(HRT)이었다. 실제로 약을 복용하자 불쑥불쑥 치밀던 열감과 식은땀은 줄었다. 하지만 그녀를 진짜 괴롭히던, 온몸을 짓누르는 무게감과 쑤시는 통증은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다음으로 처방된 것은 신경통 약물이었다. 그녀는 의사의 권유로 리리카(프레가발린 성분)를 몇 달간 복용했다.
“쑤시는 건 조금 덜한 것 같기도 한데, 머리가 더 멍해지고 온종일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어요. 몸의 통증과 맑은 정신을 맞바꾸는 것 같아 지속할 수 없었습니다.”
마지막 시도는 가벼운 항우울제였다. 우울감이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설명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깨달았다.
“기분이 나아지는 것과, 내 몸에 들러붙은 이 축축한 무게감은 전혀 다른 문제더라고요.”
약들은 모두 그녀의 몸을 스쳐 지나갈 뿐, 고통의 핵심을 관통하지 못했다.
"비 오는 날 더 아파요", 날씨가 몸에게 말을 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모든 수사의 방향을 바꾸었다.
“정말 이상한 건, 장마철이나 비가 오려고 하는 날이면 온몸이 물을 먹은 스펀지처럼 더 무거워지고 쑤셔요.”
이것이 결정적인 단서였다. 그녀의 고통이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같은 몸 안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특히 습도와 깊게 공명하고 있다는 사실. 현대의학의 어떤 가설도 이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내 몸의 눅눅한 습기, '습담'이라는 이름의 정체
한의학이라는 다른 종류의 지도를 펼쳤다. 그 지도 위에서, 그녀의 모든 증상(무게감, 통증, 브레인 포그, 습도와의 연관성)은 단 하나의 단어, 습담(濕痰)을 가리키고 있었다.
한의학에서 50대 전후는 생명의 근원인 신장(腎)의 힘이 약해지는 시기이다. 이로 인해 몸의 수분을 처리하는 제습기, 즉 비위(脾胃)의 기능이 함께 떨어진다. 처리되지 못한 불필요한 수분과 노폐물이 바로 습담이다.
그녀의 몸은 갱년기라는 계절의 변화를 맞아, 배수 능력을 잃고 서서히 눅눅한 늪지대로 변해버린 것이었다.
늪지대를 말리고, 몸의 환경을 바꾼다는 것
치료는 명확해졌다. 진통제로 이끼를 긁어내는 것이 아니라, 땅을 말리고 배수로를 뚫어 늪의 환경 자체를 바꾸는 것.
한의학에서는 이를 거습화담(祛濕化痰)과 건비익기(健脾益氣)라 부른다. 몸의 습기를 말리는 창출(蒼朮), 백출(白朮)과 같은 약재를 중심으로 처방을 구성했다.
식단에서는 몸을 눅눅하게 만드는 밀가루, 유제품, 단 음식을 멀리하고, 율무나 팥처럼 습기를 빼주는 음식을 가까이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더디던 변화가 4주차를 넘어서면서, 그녀는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아요라고 처음 표현했다.
마무리
늪에 볕이 들고 땅이 마르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방향이 올바르다면, 몸은 반드시 응답한다. 이처럼 원인 모를 전신 통증과 무게감은, 내 몸의 환경이 너무 눅눅해졌다는 구조 신호일 수 있다. 그 신호의 의미를 제대로 읽어낼 때, 비로소 지긋지긋한 젖은 옷을 벗어 던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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