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몸이 가려워요: 간지러운 느낌 원인은?

인천 소양증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한의사입니다.

아무것도 없는데, 왜 미치도록 가려울까?

"피부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피부 속에서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것처럼, 어떨 땐 옷깃만 스쳐도 소름이 돋으면서 가려워요."

41세 한 워킹맘의 이야기입니다. 밤마다 잠 못 이루게 하는 가려움. 긁어도 시원하지 않은 답답함. 매일 저녁이면 습관처럼 세티리진(지르텍) 한 알을 입에 털어 넣고서야 비로소 잠을 청하는 일상.

피부과에서는 '신경성 소양증'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를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예민한 사람인가?" 어쩌면 이분에게 더 힘들었던 것은 통증 그 자체가 아니라, 아무도 자신의 감각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고립감이었을 겁니다.

가려움의 두 가지 얼굴: 과잉과 결핍

가려움에는 두 가지 얼굴이 있습니다.

  • 과잉의 가려움: 두드러기나 접촉성 피부염처럼 외부의 적(알레르겐)이나 내부의 열(염증) 때문에 생기는, 눈에 보이는 문제입니다. 집에 도둑이 들어 경보가 울리는 것처럼 원인이 비교적 명확하죠.
  • 결핍의 가려움: 겉은 멀쩡한데, 내부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가려움입니다. 이것은 집에 도둑이 든 것이 아니라, 집안의 전기 배선 자체에 문제가 생긴 것과 같습니다.

보습제와 항히스타민제가 답이 아닌 이유

우리 몸의 신경은 전선과 같습니다. 그리고 이 전선은 '혈(血)'과 '진액(津液)'이라는 영양 물질로 된 튼튼한 피복으로 감싸여 보호받고 있죠. 이 피복이 온전할 때, 신경 신호는 안정적으로 흐릅니다. 그러나 과도한 정신 노동, 만성적인 스트레스, 부족한 수면은 눈에 보이지 않게 이 피복을 계속해서 닳게 만듭니다.

한의학의 진단: 보이지 않는 가려움의 이름

한의학은 이 보이지 않는 가려움에 '혈허생풍(血虛生風)'이라는 명확한 이름을 붙여줍니다. 그 뜻을 한 글자씩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우리 몸을 자양하는 영양물질인 혈(血)이, 부족해져서(虛) 피부가 마른 땅처럼 건조해지면, 그곳에서 저절로 바람(風)이 생겨난다(生).

피부에 약을 바르는 대신, 몸에 영양을 채우는 법

그렇다면 치료의 목표는 분명해집니다. 스파크를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닳아버린 피복을 다시 감싸주는 것'입니다. 한의학적 접근은 두 가지에 집중합니다:

  1. 보혈(補血)과 자음(滋陰): 피복의 재료가 되는 혈액과 진액을 한약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충하여, 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것.
  2. 안신(安神): 이미 과민해진 신경을 안정시켜, 작은 스파크에도 놀라지 않도록 하는 것.

가려움은 내 몸이 보내는 '영양 결핍'이라는 가장 정직한 신호입니다. 이 신호를 통해 내 몸의 근본적인 허약 상태를 돌보고, 다시 건강한 안정감을 되찾는 것. 그것이 바로 이 긴 여정의 목표입니다.

진료 관련 안내 사항

- 진료 시간: 월-금 오전 10:00 - 오후 7:00 (점심시간 오후 1:00 -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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