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뒤가 지끈거릴 때, 안과에 가야 할까 신경과에 가야 할까?

"오른쪽 눈알을 빼서 씻고 싶을 정도로 뻐근하고 지끈거려요. 시력도 떨어진 것 같고, 이러다 큰 병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돼요."

이처럼 눈 뒤쪽에서 느껴지는 통증, 즉 '안와후두통'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통증의 위치 때문에 당연히 눈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안과를 찾지만, 정작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CASE]

30대 직장인 K씨는 수개월간 여러 안과를 전전하며 안구건조증 치료와 안압 검사를 반복했지만 통증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안과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관점을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범인이 눈이 아니라 '뇌'일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반증 단서]

실제로 급성 녹내장처럼 안압이 급상승하는 경우에도 심한 안구 통증이 발생할 수 있지만, 이때는 보통 충혈이나 무지개 서클, 급격한 시력 저하 같은 명백한 '시각적 이상 신호'가 동반됩니다. 이런 증상 없이 통증만 반복된다면, 문제는 다른 곳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이 상황은 마치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것'과 같습니다. 경보기가 울리는 위치는 '눈'이지만, 불이 난 진짜 발화점은 '뇌'일 수 있다는 것이죠. 우리 뇌와 얼굴 부위의 감각은 '삼차신경'이라는 거대한 신경 고속도로를 통해 연결됩니다. 편두통이 발생하면 뇌 혈관 주변의 삼차신경 말단이 자극을 받는데, 이 신호가 고속도로를 타고 눈 주변으로 전달되어 마치 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통증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투사통(referred pain)'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편두통성 통증이라는 것을 어떻게 짐작할 수 있을까요? 결정적인 단서는 '통증을 넘어선 동반 증상'에 있습니다.

"눈이 아프기 시작하면 속이 메슥거리고, 밝은 빛이나 시끄러운 소리를 견디기가 힘들어요."

이는 편두통의 전형적인 특징입니다. 눈의 문제라면 구역, 구토, 빛·소리 공포증 같은 전신 증상이 나타날 이유가 없습니다.

눈앞에 아지랑이가 피는 시각 전조증상 발생 → 30분 후 한쪽 눈 뒤에서 통증 시작 → 통증이 박동성으로 심해지며 구역감 동반 → 4시간 이상 지속 후 서서히 완화.이처럼 통증의 발생부터 소멸까지 일정한 패턴과 동반 증상이 있다면 `편두통 전조증상`을 포함한 `안와후두통 원인`으로 편두통을 강력히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참고: 국제두통학회 진단 기준]

국제두통학회(IHS)의 진단 기준에 따르면, 편두통은 단순 두통이 아니라 구역, 구토, 빛·소리 공포증과 같은 동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신경계 질환으로 정의됩니다. 따라서 일반 진통제에는 잘 반응하지 않고, 트립탄 계열의 편두통 전문 치료제에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알이 아파요` 라고 호소하지만 `삼차신경통 증상`의 일환일 수 있는 것입니다.

[참고: 한의학적 관점]

한의학에서는 예로부터 '간(肝)'의 기능이 눈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간의 기운이 울체되고 화(火)가 발생하면, 그 열기가 상부로 치솟아 눈과 머리에 통증을 유발한다고 설명합니다(간화상염, 肝火上炎). 이는 스트레스가 편두통의 주요 유발 요인이라는 현대의학적 해석과도 일맥상상통하는 부분입니다.

[새로운 질문]

만약 당신의 `눈 뒤 통증`이 안과 진료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면,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입니다. '어떻게 하면 눈 피로 푸는 법을 알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 몸의 어떤 불균형이 삼차신경을 자극하여 눈 뒤에 통증 신호를 보내고 있을까?' 라고 질문을 전환하는 것, 이것이 진짜 원인을 찾는 가장 중요한 나침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