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충혈과 입안 염증이 반복되는 환자

30대 여자 만성 구내염

눈 충혈과 구내염이 반복되는 환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본, 자가면역 전단계와 한의학적 해석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이상하지만 설명되지 않는 증상

혹시 이런 적 있으신가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까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고, 입안은 또 헐어 있는 거예요. 양치할 때마다 따끔따끔, 거울을 보면 혓바닥에 작은 궤양도 보이고요.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는데, 매번 이런 식이 반복되다 보니, 이게 단순한 일시적 증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해 봤지만, 의사 선생님은 “수치에는 이상이 없습니다”라고 하시고요. 비타민이 좀 부족할 수도 있으니 영양제를 챙겨보라는 이야기로 끝이 납니다. 그런데 내 몸은 분명히 말하고 있어요. 뭔가 이상하다고.

오늘은 바로 이런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눈 충혈과 입안 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증상 이면에 숨어 있는 몸의 진짜 언어를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반복되는 증상, 검사로는 안 잡힌다

제가 실제로 진료실에서 만난 분의 이야기입니다. 30대 중반의 여성 분이셨고요. 직장생활로 스트레스는 꽤 많은 편, 잦은 야근과 수면 부족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몸이 피곤할 때면 꼭 입안이 헐고, 눈이 충혈된다고 하셨습니다.

비타민을 먹어보기도 했고, 안과에서 안약도 써봤지만, 몇 주 지나면 다시 또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 겁니다. 입 안에는 2~3mm 크기의 회백색 궤양이 생기고, 눈은 충혈되며 시림까지 동반되고요. 그런데 CBC, 간수치, 염증수치, 자가면역 항체 검사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어디가 이상한 건가요?”

라는 질문에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죠.

“수치상으론 문제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몸의 말이 아니었습니다. 진짜 말은, 눈과 입,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피로감으로 이미 나와 있었던 거죠.

눈과 입은 연결돼 있다: 해부학적 연속성과 신경의 공유

일단 이 질문부터 던져볼게요. 왜 하필이면 ‘눈’과 ‘입’일까요? 왜 이 두 부위가 동시에 문제가 되는 걸까요?

현대 해부학적으로 보면, 눈·입·코·인후·기관지는 모두 하나의 점막 통로로 연결돼 있습니다. 눈물은 코로 흘러들고, 입과 코는 인두를 통해 연결되고, 그 아래는 기관지로 이어집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이냐면요, 한 부위에 염증이나 자극이 생기면, 같은 점막 구조를 따라 다른 부위도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뜻입니다.

눈의 결막, 입안의 구강점막, 목 안의 인두점막은 모두 면역 감시를 공유하는 ‘MALT’, 즉 점막연관 림프조직의 일부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연결은 신경입니다. 눈과 입은 삼차신경의 가지로 감각이 연결돼 있고요, 자율신경의 조절도 함께 받습니다.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항진되면, 눈의 혈관은 확장되고 충혈되며, 입안 점막은 건조해지고 미세한 궤양이 생기기 쉬워지죠. 즉, 눈과 입이 따로 아픈 게 아니라, 하나의 네트워크가 동시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거예요.

수치가 정상이면 병이 아닌가요? 면역의 회색지대

그럼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 볼게요. 왜 피검사상 정상이면서도 몸은 아프다고 하는 걸까요? 이건 면역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개념인데요. 우리 몸의 자가면역 질환은 대부분 “서서히 만들어집니다.” 즉, 항체가 나오고 조직을 파괴하는 ‘진단 가능한 시점’보다 훨씬 이전부터 몸은 조용히 변화하고 있는 거예요. 이를 ‘전임상 자가면역 상태’(Preclinical autoimmunity)라고 부릅니다.

이 시기엔 자가항체가 낮은 수준으로 존재하거나 점막 면역만 국소적으로 반응하거나 혹은 자율신경의 이상 반응이 먼저 시작됩니다. 대표적인 면역 활성화 패턴이 바로 Th17 경로인데요, 이 경로는 IL-17, IL-22 같은 사이토카인을 통해 눈, 입, 장, 피부 같은 점막과 피막 계통에 먼저 반응을 일으킵니다. 결과적으로, 혈액에서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데, 몸은 이미 염증을 표현하고 있는 상태인 거죠.

이런 환자들이 실제로 자주 듣는 말이 뭔지 아세요?

“신경성입니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하지만 이건 신경성도 아니고, ‘그냥’도 아닙니다. 이건 병이 되기 전의 몸이 보이는 첫 번째 표정이에요.

한의학은 이 회색지대를 어떻게 다루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한의학의 역할이 시작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런 상태를 ‘상초 열’, ‘간화상염’, ‘위열상공’, 혹은 ‘음허화동’ 같은 이름으로 불러 왔습니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간화가 상승하여 눈이 붉어지고, 입이 헐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 폭식, 과로로 위열이 올라서 혀가 붓고 입이 마르며 눈이 시큰해지는 증상 수면 부족이나 만성 피로로 인해 음혈이 마르고 허화가 올라오는 상태

이런 패턴은 서양의학으로 보면 염증, 자율신경 이상, 면역과민반응으로 표현되지만 한의학은 수치 없이도 증상의 방향과 위치를 파악해 치료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병이 아니라 ‘징후’일 때부터 개입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게 한의학이 수천 년 간 ‘미병’을 다루며 발전해 온 방식입니다.

치료는 그 증상의 깊이를 읽는 것부터 시작됩니다

눈과 입이 함께 이상하다는 건, 단순히 두 개의 기관이 문제라는 게 아니에요. 몸 전체의 면역 균형, 자율신경 상태, 점막 기능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걸 무시하고 넘기면, 몇 년 후엔 쇼그렌, 베체트,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 질환으로 혹은 만성피로, 위장염, 안구건조, 불면증 같은 만성 증후군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은 증상을 진지하게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아직 이름 붙여지지 않은 신호들을 읽는 훈련이 정말 중요합니다.

몸은 늘 말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병의 이름에만 주목하지만, 몸은 항상 그 이전에 무언가를 말하고 있어요. 눈이 붉고 입안이 헐어 있을 때, 그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면역계와 자율신경계, 신진대사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다는 징후입니다. 그리고 그 징후를 읽을 수 있다면, 병이 되기 전에 멈출 수도 있습니다.

그게 우리가 지금 이 이야기를 나누는 이유고, 그걸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한의학은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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