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나는 왜 이렇게 졸릴까?’ 단순 피로를 넘어선 몸의 신호


제가 진료실에서 뵙는 많은 젊은 환자분들 중에는 유독 과도한 주간 졸림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20대 초중반의 젊은 분들께서는 이런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선생님, 제가 잠을 충분히 자는데도 왜 이렇게 졸린지 모르겠어요. 심지어 운전 중에도 깜빡 졸아서 너무 위험할 때가 많아요.”

이러한 심한 운전 중 졸음은 단순한 피로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위협적인 상황을 만듭니다. 우리는 흔히 ‘젊으니까 체력이 약해진 건가?’,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봐서 그런가?’ 하고 생각하기 쉽죠.

저 역시 처음에는 그런 생활 습관의 단서를 찾곤 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을 이어갈수록, 이 문제의 본질이 단순히 ‘피곤해서’라는 차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직관을 얻을 때가 많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경우 기면증과 같은 특정 수면 질환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젊은이가 감당하기 어려운 졸음과 싸우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몸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테니까요.

뇌의 지휘봉, 각성-수면 조절 기능의 미묘한 불균형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수면 질환, 특히 기면증의 근본 원리를 탐구하다 보면 우리는 뇌 속 깊은 곳, 바로 ‘뇌의 각성-수면 조절 기능’에 주목하게 됩니다.

우리 뇌는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습니다. 잠이 들고 깨는 리듬, 즉 수면 각성 주기를 섬세하게 조율하죠. 이 지휘자가 뇌의 각성과 수면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의 균형을 잃으면, 잠에서 깨어나야 할 낮 시간에도 무대 위의 악기들이 제멋대로 졸음을 연주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런 미묘한 불균형은 낮에 극심한 졸림을 유발하고, 심하면 감정적인 변화나 갑작스러운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 발작'과 같은 증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주목했던 것은, 이러한 뇌의 구조와 체계가 개개인의 체질과 생활 맥락 속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는지였습니다.

“단순 피로”와 “수면 질환”의 경계선: 몸의 신호를 읽는 법

많은 분들이 ‘그냥 피곤한 것과 수면 질환은 어떻게 구분하나요?’라고 묻습니다.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임상에서 얻은 단서들을 바탕으로 몇 가지 패턴을 말씀드리자면 이렇습니다.

잠의 만족도: 밤에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에 개운하지 않고 계속 졸음이 쏟아진다면, 단순 피로가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졸음의 강도: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하는 중에도 잠에 빠져들거나, 중요한 상황에서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과도한 주간 졸림이 반복된다면 눈여겨봐야 합니다.

졸음의 타이밍: 주로 긴장도가 낮은 상황(예: 운전, 대중교통 이용, 강의 중)에서 심해진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젊은 연령층에서 운전 중 졸음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니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몸의 동반 신호: 만약 꿈을 꾸는 듯한 생생한 환각을 경험하거나, 잠들거나 깰 때 몸을 움직일 수 없는 가위눌림이 자주 나타난다면, 이는 수면 질환의 더욱 명확한 실마리가 됩니다.

이러한 몸의 신호들은 우리 뇌의 각성-수면 조절 기능에 이상이 생겼을 수 있다는 경고등입니다.

회복의 길: 면밀한 관찰과 정확한 진단

결론적으로, 20대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로 극심한 졸림을 경험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피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몸이 보내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적으로 고려해 볼 일은, 스스로의 몸의 신호를 면밀히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강도로 졸음이 찾아오는지, 다른 불편감은 없는지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정보가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입니다.

수면 질환은 단순한 휴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의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저 역시 환자분들의 생생한 감각적 표현을 존중하며, 그 안에 숨겨진 임상적 단서와 학문적 원리를 연결하여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개인의 체질과 생활 맥락에 맞춘 맞춤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비로소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의 뇌가 ‘잠과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면, 그저 피곤하다고 넘기지 마십시오. 몸은 분명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을 것입니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함께 회복의 길을 걸어갈 동반자, 즉 몸 전체를 세심히 살펴 줄 의료진을 만나시길 진심으로 권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