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자꾸 움직여요” | 10대에게 다시 나타난 운동틱장애

“우리 아이 틱이 어릴 때 분명 사라졌는데, 왜 10대가 되니 다시 시작되었을까요? 혹시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제 진료실에서 10대 자녀의 손을 꼭 잡고 오시는 부모님들의 목소리에는 깊은 혼란과 고통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는 “나도 모르게 자꾸 움직여요”라고 말하며 불안한 눈빛을 보이곤 합니다. 이처럼 어릴 적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운동틱장애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다시 고개를 드는 경우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부모님들은 아이가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를 보내는 것도 힘든데, 옛 틱이 재발하니 혹시 더 심한 병이 되는 건 아닌지 깊은 걱정에 휩싸이십니다. 대체 왜 하필 이 중요한 시기에 10대 운동틱장애가 다시 나타나는 걸까요? 저는 늘 이 질문에서부터 진료를 시작합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움직여요”: 10대 운동틱장애, 왜 다시 나타날까요?

제가 만났던 민지(가명, 15세)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눈 깜빡임 틱이 잠시 있었지만, 금세 사라졌기에 부모님은 잊고 지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갑자기 헛기침을 자주 하고, 목을 움츠리는 운동틱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합니다.

학업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이기도 했고, 친구 관계에서 사소한 오해도 겪으며 예민해진 상태였습니다.

부모님은 민지에게 “초등학생 때 잠깐 그랬던 거잖아, 그냥 신경 쓰지 마”라고 다독여보았지만, 틱은 줄어들기는커녕 민지가 힘들어할수록 더욱 빈번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합니다.

우리 몸이라는 어항: 신경계 민감성과 사춘기 변화

저는 민지와 부모님께 이렇게 설명해 드립니다.

10대 운동틱장애가 다시 나타나는 것은 단순히 '옛날 틱이 돌아온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를 '넘쳐흐르기 직전의 어항'에 비유합니다.

우리 아이의 몸이라는 어항에는 어릴 때부터 일정량의 물, 즉 신경계 민감성이 차 있었습니다.

이는 유전적 요인이나 신경생물학적 기질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신경계가 섬세하고 반응에 민감합니다.

틱 장애는 복합적인 유전적 및 신경생물학적 기질을 가진 신경발달 질환으로 인식되며, 단일 신경전달물질의 기능 장애보다는 여러 뇌 시스템의 협응력 저하가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신경계 민감성틱의 잠재적 요인인 셈이지요.

그렇다면 사춘기에 '어항으로 쏟아지는 물'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사춘기 호르몬 변화입니다.

사춘기는 틱 심각도가 정점을 보이는 시기와 겹칠 수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높은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수치가 틱 증상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호르몬 자체보다는 이 시기에 겪는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스트레스와 불안이 틱 증상을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뇌 발달 변화 또한 틱 심각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예민해진 신경계를 자극하여 잠재되어 있던 틱을 다시 발현시키는 틱 다시 나타나는 이유가 됩니다.

틱 증상을 부추기는 '외부의 물': 학업과 또래 관계 스트레스

여기에 추가되는 것이 바로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학업 스트레스또래 관계 문제입니다.

성적이 떨어질까 하는 불안감, 친구들과의 갈등, SNS를 통한 비교 등은 10대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틱은 학업에 직접적으로 방해를 주거나 스트레스를 증가시킬 수 있으며, 반대로 학업 스트레스가 틱을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또한, 또래 괴롭힘, 거부, 갈등은 청소년의 외로움과 우울증을 유발하는 주요 스트레스원이며, 이 역시 틱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긍정적인 또래 관계가 정신 건강에 보호 요인이 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들이 예민해진 신경계를 자극하여 잠재되어 있던 틱을 다시 발현시키는 10대 운동틱장애의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넘쳐흐르는 어항을 보수하는 지혜: 전인적 틱장애 치료의 여정

그렇다면 우리 아이에게 다시 나타난 청소년 틱을 어떻게 바라보고 치료해야 할까요?

저는 민지에게 “넘쳐흐르는 어항의 물을 퍼내고, 어항 자체의 균열을 보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단순히 틱 증상만 억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주목했던 것은 우리 몸의 균형을 깨뜨리는 원인들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전인적 치료 접근을 통해 아이의 신경계가 스스로 안정과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제 진료실에서는 아이의 체질생활 배경을 면밀히 살피며 틱장애 원인의 단서와 패턴을 찾아냅니다.

잠은 잘 자는지, 소화는 편안한지, 감기에 자주 걸리는 등 면역력은 어떤지, 평소 성격은 어떤지 등 아이의 전반적인 몸 상태와 생활 습관이 틱과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 탐구하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잠이 부족하거나 소화기가 약해서 몸이 늘 피곤하고 예민한 상태라면, 외부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해져 틱이 쉽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처럼 틱장애 치료는 단순한 증상 억제를 넘어 아이의 몸 환경을 바꾸고 신경계의 균형을 회복하는 과정입니다.

서양 의학에서는 약물 치료와 함께 종합적인 행동 개입(CBIT) 같은 비약물적 치료법도 효과적으로 적용됩니다.

특히 CBIT는 습관 반전 훈련 등을 포함하며, 여러 의학 아카데미에서 1차 치료법으로 권장될 만큼 급성 및 지속적인 효과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제가 만나는 환자분들께는 환자 개개인의 몸 상태와 맥락에 맞춘 한약 처방을 통해 흐트러진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되찾고, 과도하게 항진된 신경계의 긴장을 완화하여 아이가 스스로 자율적 조절 능력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긴장과 스트레스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설치는 아이에게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숙면을 유도하는 약재를 사용하여 몸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한약 치료는 몸의 큰 줄기를 바로잡아 신경계의 안정화를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치료 과정에서는 아이와 부모님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틱 치료는 단순히 한두 달 만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와 노력이 필요한 여정임을요. 때로는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인내심을 시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과정이 아이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귀한 시간이라고 믿습니다. 우리 아이의 운동틱장애를 치료한다는 것은, 이 복잡한 여정 속에서 아이가 잃어버렸던 자신의 균형점을 찾아 스스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걷는 일입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아이의 몸 전체를 세심히 살피고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는 의료진을 만나십시오. 아이가 다시금 건강한 성장과 회복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곁에서 따뜻하게 동행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