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도서관, 중요한 회의실에서 갑자기 배에서 '꾸르르륵...' 소리가 울려 퍼져 얼굴이 화끈거렸던 경험, 있으신가요?

어쩌다 한두 번이라면 그저 배가 고픈가 보다 하고 넘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심지어 물만 한 모금 마셔도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 때문에 조용한 공간에 가는 것이 두려워진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부분 '원래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지만, 사실 이 소리는 당신의 장이 보내는 중요한 '위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 신호를 계속 무시해도 정말 괜찮은 걸까요?

안녕하세요.

15년간 장의 상태를 진단하고, 그 안에 숨어있는 '담적(痰積)'과 '장내 세균' 문제를 해결해 온 한의사 최연승입니다.

오늘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당신을 괴롭히던 그 소리가 단순한 생리 현상인지, 아니면 치료가 필요한 '위험 신호'인지 명확히 구별하고, 더 큰 문제로 나아가기 전에 바로잡을 방법을 알게 되실 겁니다.

건강한 소리 vs 위험한 소리, 당신의 소리는 어느 쪽?

원장님, 배에서 소리 나는 게 다 나쁜 건 아니잖아요?

맞습니다. 모든 배 소리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특히 공복 상태에서 '꼬르륵~' 하고 나는 소리는, 우리의 장이 밤새 쌓인 찌꺼기를 청소하는 '이주운동복합체(MMC)' 활동의 증거입니다. 오히려 장이 제 역할을 잘하고 있다는 '건강한 신호'에 가깝죠.

하지만,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소리가 다음과 같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 식사를 했는데도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난다.
  • 배가 고프지 않은데, 물만 마셔도 소리가 난다.
  • 유독 조용한 곳에 가거나 긴장하면 소리가 더 커진다.

만약 위와 같다면, 이 소리들은 더 이상 '건강한 신호'가 아닙니다. 이는 당신의 장 내부에 어떤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리는 '위험 신호'이자 '경고등'입니다.

자동차 계기판에 경고등이 켜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소리 자체가 병은 아니지만, '엔진(장)에 이상이 생겼으니 점검하라'는 몸의 신호인 셈이죠.

구체적으로는 아래의 세 가지 상태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1. 장 속에 불필요한 '가스'가 과도하게 찼을 때
  2. 장 속에 배출되지 못한 '수분(담음)'이 정체되어 있을 때
  3. 장의 신경이 칼날처럼 '과민'해져 있을 때

위험 신호의 정체 ①: '가스 경보' (feat. SIBO)

첫 번째 위험 신호의 정체는 바로 소장 속에 가득 찬 '가스'입니다. 마치 자동차에 가스가 새면 경보가 울리듯, 장에 비정상적인 가스가 차면 '꾸르륵' 소리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죠.

그리고 이 가스를 만드는 주범이 바로, 지난 시간에 다루었던 'SIBO(소장내 세균 과증식)'입니다.

그런데 원장님, 가스가 찼는데 왜 물만 마셔도 소리가 날까요?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거의 다 비운 물병을 흔들어 본 경험을 떠올려보세요. 물이 가득 차 있을 때보다, 물이 조금만 있고 공기가 많을 때 훨씬 '출렁'거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죠. 우리 장도 마찬가지입니다.

SIBO로 인해 장이 건강한 내용물이 아닌, 과도한 가스(공기)로 가득 차 있으면, 소량의 물만 들어가도 그 물이 가스 사이를 지나가며 훨씬 크고 요란한 소리를 내게 됩니다. 물 자체가 아니라, 물과 가스가 부딪히며 내는 소리인 셈입니다.

위험 신호의 정체 ②: '침수 경보' (feat. 담음)

그렇다면 꾸르륵 소리는 단순히 가스만의 문제일까요? 한의학에서는 조금 더 근본적인 원인을 지목합니다. 가스가 자랄 수밖에 없는 '환경'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그것은 바로 장 속에 정체된 불필요한 수분, '담음(痰飮)'입니다.

이는 장에 '침수 경보'가 울린 것과 같습니다. 앞서 소장의 운동성이 떨어지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씀드렸죠? 장의 움직임이 둔해지면, 우리가 마신 물이나 음식물 속 수분이 제대로 흡수되거나 배출되지 못하고, 장 내에 출렁거리며 고이게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병리적인 수분을 '담음'이라고 부릅니다.

마치 '배수구가 막힌 싱크대'를 상상하시면 쉽습니다. 배수구가 시원하게 뚫려있을 땐 물을 부어도 조용히 내려가지만, 머리카락이나 음식물 찌꺼기로 막혀 물이 고여있을 땐, 약간의 물만 더 부어도 '꾸르륵'하며 요란한 소리를 냅니다. 담음이 있는 장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결국 당신을 괴롭히던 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의 장에 '가스(SIBO)'가 찼거나 '침수(담음)'되었으니 빨리 조치해달라는, 몸이 보내는 다급한 '경고등'이자 'SOS 신호'였던 것입니다.

경고등이 켜진 당신의 장, 골든타임을 놓치지 마세요

자동차 계기판의 경고등을 무시하면 엔진이 망가지듯, 우리 몸의 경고등을 외면하면 장 기능은 더욱 저하되고 문제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소리'라는 비교적 가벼운 신호가 왔을 때가 바로, 더 큰 문제로 나아가기 전에 바로잡을 수 있는 '골든타임'입니다.

이제 그 경고등의 의미를 알았으니, 우리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오늘은 '경고등'의 정체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장내 가스와 담음을 유발하여 이 경고등을 켜지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 즉 '장의 운동성을 떨어뜨리는 최악의 생활 습관'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음 시간에는 무심코 한 '이 행동'이 당신의 장을 멈추게 한다는 주제로, 반드시 피해야 할 일상 속 습관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더 이상 소리 때문에 불안해하지 마세요. 당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는 것이 건강한 내일을 여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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