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진단의 무력함에 대한 고찰
신경정신과에서도 다양한 증상의 패턴에 따라 진단명을 구분해놓고 있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볼 때는 대개 불안, 우울을 비롯해 불면증 등의 수면장애 등 여러 증상이 섞여 있는 경우를 더 자주 보게 됩니다. 공황장애 등이 생각보다 나이브하게 진단되는 경우도 보게 되고요. 흔히 '공황장애' '초기증상' '같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듣고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신경정신과 여기저기 거쳐서 오는 환자들은 SSRI, 벤조디아제핀계열의 신경안정제, z-drug 한두서너 개 섞어서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번 보는 환자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 진단이라는 게 뭔 소용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피부질환에서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실제 피부과에서 별다른 이야기를 듣지도 못하고 약이나 연고만 받아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항히스타민, 스테로이드 주거나 항생제, 항진균제 이 정도 선에서 주고 좋아지면 다행이고 안 좋아지면 환자들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면서 증상이 꼬이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구진인설성 질환
구진인설성 질환(Papulosquamous diseases)은 scaly papules and plaques로 특징지어지는데요. 구진(papule)과 더불어 인설(scale)이 나타나는 다양한 질환을 포괄하는 표현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구진인설성 질환에서 추정에 따른 임상진단(presumptive clinical diagnosis)과 조직검사 상의 차이가 생각보다 많다고 하네요. 때문에 필요에 따라서 조직검사를 통한 추가적인 진단에 대해서도 알아둘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Faraz, A., Dharamshi, H. A., Zahir, N., Saleem, A., & Ullah, S. (2015). Role of skin biopsy in papulosquamous lesions—a comparative study. Comparative Clinical Pathology, 24(5), 1205–1209. doi:10.1007/s00580-015-2061-8
건선과 장미색비강진의 비교
대표적인 구진인설성 질환인 건선(psoriasis), 장미색비강진(pityriasis rosea), 편평태선(lichen planus) 등을 비교한 연구들이 꽤 있습니다. 건선 가운데 물방울건선(Guttate psoriasis)과 장미색비강진(pityriasis rosea)을 감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물방울 건선
물방울 건선의 양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an acute bilateral, symmetric eruption consisting of multiple, well demarcated, salmon-pink to erythematous, round to oval papules ranging in size from 1 mm to 10 mm in diameter. 주로 streptococcal infection 이후에 trunk와 proximal extremities에 발생합니다.
때문에 인후염, 상기도감염, 편도염 등을 앓고 나서 수일 후에 구진인설성 병변이 나타난다면 물방울 건선의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피부 증상 이전에 감기로 목이 아팠다는 표현을 하는지 유의 깊게 보시면 좋겠습니다.
장미색비강진
장미색비강진은 헤르페스 바이러스에 대한 피부 반응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전신적인 피부반응을 보이기 전에 herald patch라는 특징적인 형태가 선행된 이후에 크리스마스 트리 형태의 체간부위 병변을 보입니다.
Drago, F., Broccolo, F., & Rebora, A. (2009). Pityriasis rosea: An update with a critical appraisal of its possible herpesviral etiology.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61(2), 303–318. doi:10.1016/j.jaad.2008.07.045
이렇게만 보면 장미색비강진이랑 물방울건선 구분하기가 쉬워 보이는데요. 장미색비강진도 비전형적인 양상들도 많고 병변 부위를 가까이 확대해서 보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는 생각보다 헷갈리는 것 같습니다.
Chuh, A., Zawar, V., & Lee, A. (2005). Atypical presentations of pityriasis rosea: case presentations. 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and Venereology, 19(1), 120–126. doi:10.1111/j.1468-3083.2004.01105.x
즉, 그냥 naked eye로 판별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 좀 헷갈리는 경우에는 dermatoscope나 조직검사 등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