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뜨거워요. 땀이 나진 않는데, 안에서 타오르는 느낌이 들어요
허열, 실열, 상열하한증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한의사입니다.
“몸이 뜨거워요”라는 말이 자주 들릴 때
진료실에 앉은 환자분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체온은 정상이래요. 근데… 자꾸 목이 뜨거워요.”
“손바닥이 항상 열나요. 특히 저녁에 더 심해요.”
“덥지는 않은데, 몸에서 열이 확확 올라오는 것 같아요.”
이런 말을 듣다 보면, 몸이 보내는 감각은 분명한데, 검사 수치나 수온계로는 확인되지 않는 뭔가가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체온이 36.5도를 넘지 않더라도, 몸의 안쪽에서 불이 지펴진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환자 본인은 그 열을 분명히 ‘감지’하고 있죠. 그리고 그것은 단지 감각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전체적인 회복 흐름이나 에너지 소모의 방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한의학은 굉장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열이 났다”는 걸 단순히 숫자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 열이 ‘어디서’ 올라오는지, 왜 꺼지지 않고 머물러 있는지를 봅니다.
심장의 열인가? 위장의 열인가? 기가 뭉쳐서 난 열인가? 혹은 몸을 식힐 ‘진액’이 말라붙어서 생긴 허열인가?
“몸이 뜨거워요.”
이 한 문장은 단순한 열감 표현이 아니라, 몸의 상태가 어느 국면에 진입했는지, 회복은 어느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의 기초 체력이나 소모 구조가 어떤지까지도 암시하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그러니 이제, 그 감각을 그냥 넘기지 마세요. 우리는 이제부터 이 ‘뜨거움’이라는 감각의 정체를 하나씩 들여다볼 겁니다. 열이 단지 열이 아니게 되는 이야기, 시작해보겠습니다.
‘열’이라는 단어의 위험한 단순화
“몸에 열이 많아요.”
“열이 올라서 그런 것 같아요.”
“열감이 계속 되니까 혹시 염증이 있는 건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진료실에 와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의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열’이라는 말이 지나치게 압축된 표현이라는 점이죠.
언뜻 들으면 단순히 체온이 올라갔다는 뜻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우선, 한의학에서는 ‘열’이라는 현상을 최소한 네 가지 이상으로 나누어 봅니다.
- 실열: 실제로 몸에 염증이 있거나, 대사가 과열되어 발생하는 진짜 ‘불’
- 허열: 몸을 식힐 자원이 부족해서 생기는 가짜 열
- 기체화열: 기가 막혀서 생긴 정체의 열
- 음허화왕: 진액이 줄고 불균형해진 상태에서 나타나는 열
이렇게 나누고 보면, 같은 ‘열감’이라는 증상도 전혀 다른 맥락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열, 청열이 필요한 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열이 났다’는 상태, 즉 몸속에 실제로 과열된 부분이 있어 청열이 필요한 경우는 분명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입안이 헐고, 얼굴이 붉어지며, 눈이 충혈되고, 대변이 마르고, 소변이 노랗고 자극적이며, 체온도 살짝 상승했거나 미열이 있고, 짜증이 많아지고, 잠들기 어렵고 꿈이 많아지는 상태.
이런 경우라면 간열, 위열, 심화(心火)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염증 수치가 살짝 올라가거나, 혀의 설태가 두껍고 노란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는 청열약을 쓰거나, 해독작용이 있는 약재들이 잘 반응합니다.
허열, 자원이 말라버린 상태에서 생긴 가짜 열
한의학에서 가장 자주 마주하는 열감의 정체는 사실 ‘허열(虛熱)’입니다. 이건 말 그대로 실체가 없는 열, 즉 몸이 덥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불이 난 게 아니라 ‘냉각장치가 고장 난 상태’에 가깝습니다.
열이 많은 게 아니라, 열이 갇혀버린 상태
몸이 뜨거운데, 염증도 없고, 진액이 마른 것도 아닌 것 같고, 잠깐 열이 올랐다가 금방 또 식고, 한 번씩 욱 올라오는 듯한 열감이 있다가도 스트레스가 풀리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진다? 이건 열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운의 흐름이 막힌’ 문제일 가능성이 큽니다.
‘뜨거움’이라는 감각을 다시 읽어내는 법
‘몸이 뜨거워요’라는 말에는 사실 단순한 체온의 상승만이 담겨 있지 않습니다. 그 속엔 지속되는 피로, 진한 감정, 감각의 과민, 균형의 붕괴가 함께 얽혀 있어요.
결국, 열은 외부에서 끌어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안쪽에서 이해되고 조율되어야 할 흐름의 일부입니다. 한의학의 치료란, 그 흐름을 다시 통하게 하고, 막힌 곳을 풀며, 마른 곳에 물을 대고, 불이 과하지 않게, 또 꺼지지도 않게 자연의 리듬처럼 되돌려 놓는 과정이죠.
‘몸이 뜨거워요’는 그 과정의 시작을 알리는, 몸이 보내는 조용하지만 절박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진료 관련 안내 사항
진료 시간:
- 월-금 오전 10:00 - 오후 7:00
- 점심시간 오후 1:00 - 2:00
※ 블로그를 통한 개별 상담은 진행하지 않습니다.
예약 및 진료 관련 문의는 네이버 플레이스 또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백록담한의원 인천 연수구 컨벤시아대로 81, 송도 드림시티 3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