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기침인데 가래가 있어요? — 감각과 생리 사이의 오해
기침은 단순한 증상이 아니다
기침은 너무 익숙한 증상입니다. 감기에 걸려서, 먼지를 마셔서, 말을 많이 해서, 기침은 우리 일상 속에 언제나 있습니다. 그런데 기침이라는 현상을 정말 단순히 ‘목 간지러움’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기침은 사실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 중 하나입니다. 이물질, 병원균, 분비물, 혹은 기도 자극을 감지했을 때, 기도를 보호하고 정리하는 목적을 가진 매우 정교한 생리 반사입니다.
자극은 상기도의 수용체들에서 시작됩니다. 이 자극이 미주신경을 타고 뇌간에 있는 기침 중추에 전달되면 폐를 압축하고, 성대를 닫았다 열며 압력을 폭발적으로 방출하는 복합적인 기전이 작동됩니다. 단순히 “기침이 난다”는 한 문장 뒤에는 신경계, 호흡근, 성대, 심지어 복부까지 동원되는 전체적인 생리 작용이 숨어 있습니다.
“마른기침”이라는 표현은 감각이다
우리가 말하는 "마른기침"은 과연 무엇일까요? 사전적으로는 ‘가래가 동반되지 않는 기침’을 말합니다. 하지만 실상 병원에서 환자들이 말하는 ‘마른기침’은 훨씬 더 복잡한 감각을 포함합니다.
결국 마른기침이라는 말은 분비물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보다는 “배출 가능하냐 아니냐”는 감각 차원에서 작동합니다. 이 감각은 개인에 따라 달라지고, 경험에 따라, 기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즉, 의학적으로 말하는 ‘드라이(Dry)’는 진단 기준이지만, 환자가 말하는 마른기침은 언제나 주관적인 감각의 묘사입니다.
보이지 않는 가래도 자극이 된다
실제로 임상에서는 “가래는 없는데 자꾸 기침이 나요”라고 말한 뒤 며칠 지나서 끈적한 분비물을 뱉어내며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가래가 ‘없던 것이 생긴 것’이 아니라, ‘있었지만 올라오지 않았던 것’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후비루는 마른기침의 대표적인 착각 요소
또 다른 흔한 예는 후비루입니다. 코 뒤쪽이나 부비동에서 생성된 분비물이 목 뒤로 천천히 흘러내리면서 기도 상부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현상입니다.
위식도 역류와 흡연성 기침도 혼동을 유발한다
위식도 역류가 있는 경우, 특히 역류성 인후두염처럼 미세한 위산이 인두나 성대 주변을 자극하면 점액 분비는 없고, 자극만 남게 됩니다. 이때 기침은 극도로 건조한 느낌으로 나타납니다.
진짜 마른기침은 따로 있다
그렇다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진짜 마른기침'은 어떤 걸까요? 이건 실제로 분비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감각신경 자극에 의해 기침이 유발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마른기침인데 가래약을 주는 이유
많은 환자들이 의아해합니다. “가래 없다고 했는데 왜 거담제를 주셨나요?” 하지만 이때 의사가 고려하는 건 눈에 보이는 가래가 아니라, 숨겨진 점액 분비와 섬모운동의 상태입니다.
기침은 감각이고, 해석은 복잡하다
마른기침이든 가래기침이든 그 이면에는 단순한 감각 이상의 것이 숨어 있습니다. 기침은 흔하지만, 절대 단순하지 않은 증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