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지루성 피부염

“낫지 않지만 아프지도 않은 피부병”

“피부가 아프진 않은데, 이상하게 계속 신경이 쓰입니다”

어떤 병은 너무 강해서 금방 병원에 가게 만듭니다. 하지만 지루성 피부염은 반대입니다. 가렵지도 않고, 진물도 나지 않고, 통증도 없어요. 그런데 거울을 보면 늘 코 옆이 붉고, 세안하고 나면 각질이 얇게 일어납니다. 피부가 완전히 정상은 아닌데, 그렇다고 명확한 병도 아닙니다. 그래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상태가 장기화되죠. 아예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거나, 반대로 스테로이드로 억누르기만 하다 피부가 더 예민해지기도 합니다.

지루성 피부염은 피부라는 생태계가 조절 능력을 잃었을 때 생기는 루프성 질환입니다. 오늘은 이 질환의 정체를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지루성 피부염은 무엇인가?

단순한 염증이 아닌, 생태계의 무너짐

지루성 피부염의 핵심은 단순히 “피지가 많아서 생긴 병”이 아닙니다. 그건 결과일 뿐이고, 진짜 문제는 피부에 존재하는 미생물, 면역반응, 피지 분비, 피부 장벽 사이의 미세한 루프가 무너진 것입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미생물은 말라세지아(Malassezia)입니다. 피지를 영양분 삼아 증식하는 진균인데, 정상 피부에도 항상 존재합니다. 문제는 이 균이 특정 조건에서 과증식하며 피지를 분해하고 자극성 free fatty acid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이 지방산은 표피를 자극하고, 그 자극에 피부는 저등급의 염증반응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이 염증은 진물도 없고, 강한 열감도 없고, 딱히 “피부병 같다”는 느낌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애매하고 오래 가는 불편함만 남습니다.

‘급성병이 아니라 루프성 병’

지루성 피부염은 거의 항상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 T존, 미간, 코 옆, 귀 뒤, 두피 경계 등 피지선 밀집 부위
  • 얇고 미세한 인설이 각질처럼 일어남
  • 붉은기와 약한 따가움 또는 당김
  • 가려움은 경미하거나 없음
  • 심하면 귓바퀴, 가슴 중앙까지 확산

이 증상은 특정 시점에 악화되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샴푸나 세안제, 계절 변화가 있을 때입니다. 이때마다 “피부가 좀 뒤집어진 것 같아요”라고 표현되죠. 그런데 그게 감각 이상이 아니라, 피부 생태계의 조절 루프가 무너졌다는 신호입니다.

한의학에서의 변증

지루성 피부염은 한의학에서 주로 풍열형, 습열형, 열독형 이런 이름으로 변증됩니다. 증상이 가볍고 홍조 중심이면 풍열, 인설이 많고 번들거리면 습열, 강하고 급성 염증이면 열독이죠. 문제는 여기에 아토피, 장미색 비강진, 지루성 피부염이 서로 다름에도 같은 이름으로 들어간다는 점입니다. 현대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아토피는 진피층까지의 면역세포 침윤과 Th2 면역 과활성, 장미색 비강진은 바이러스성 후천 면역 루프, 지루성 피부염은 표피–지질–미생물 생태계 붕괴입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 이를 분명히 구분하지 않으면 결국 세 질환 모두에게 동일한 ‘청열해독’ 계열의 처방이 반복될 수밖에 없고, 무차별적 치료가 되는 구조적 한계가 생깁니다.

치료 전략

많은 치료가 항진균제 + 약한 스테로이드 + 보습제 조합으로 시작됩니다. 실제로 효과는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효과가 짧고 재발이 흔하다는 거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말라세지아를 줄였지만, 피지 분비는 그대로고 장벽도 회복되지 않았고, 피부 pH나 자율신경 루프도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짜 전략은:

  • 말라세지아를 조절하면서
  • 피지의 ‘양’보다 ‘성분’ 조절
  • 각질층 pH 안정
  • 장벽 지질 회복
  • 자율신경계의 교감항진 완화

→ 다섯 개 루프를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서 관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열을 꺼주고 습을 빼는 게 아니라, 환자의 루프가 어떤 조절 실패로 이어졌는지에 따라 루프-타입별로 분화된 전략이 필요합니다.

피부는 붉지만, 진짜 문제는 피부 아래에 있습니다

지루성 피부염은 피부가 붉어지는 병이 아니라, 피부가 스스로 균형을 못 잡는 병입니다. 그건 우리 몸의 생리 리듬과 생태계가 미세하게 어긋났다는 신호입니다. 그래서 이 병은 ‘억제’해서는 이기지 못합니다. 회복하고 조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비로소 이 지긋지긋한 반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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