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지났는데 왜 아직도 냄새를 못 맡을까요?

후각장애의 정체와 회복을 위한 한의학적 접근

1. 냄새가 안 나는 삶, 흔하지만 놓치기 쉬운 증상

코로나 끝났는데… 아직도 냄새가 안 난다는 분들 많으시죠. 특히 중년 여성분들 중엔, “고기 굽는 냄새가 비린내처럼 느껴진다”, “향수를 맡으면 어지럽고 구역질 난다”, “무슨 음식을 먹어도 다 똑같다” 이렇게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각이란 게 생각보다 우리 삶에서 굉장히 중요한 감각인데요. 음식의 맛, 감정, 기억, 안전 경고까지 다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후각이 안 돌아오면, 병원에서는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말만 듣고 끝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후각장애가 생기고, 어떤 방식으로 회복을 도와야 할까요?

2. 후각은 단순한 코 문제가 아닙니다

후각은 그냥 “냄새를 맡는다” 수준이 아닙니다. 코 안의 후각세포 → 후각신경 → 대뇌 전두엽과 변연계까지 연결되는 정교한 신경 회로입니다. 냄새 분자는 비강 상단의 후각상피에 도달하고, 여기서 신호가 뇌로 전달돼 “이건 장미 향이다” 하고 해석되죠. 그런데 코로나는 이 경로 중에서도 후각세포 자체가 아니라, 주변을 지지하는 세포들을 파괴해버립니다. 결국 후각신경은 기능을 잃고, 감각 신호를 보내지 못하거나 엉뚱하게 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냄새를 못 맡게 되거나, 있는 냄새를 다른 냄새로 이상하게 인식하는 '이상후각'이 생기게 되는 거죠.

3. 왜 어떤 사람은 괜찮고, 어떤 사람은 계속 후유증일까요?

같은 코로나를 겪었는데, 어떤 분은 며칠 만에 냄새가 돌아오고, 어떤 분은 몇 달, 심지어 1년이 지나도 회복이 안 됩니다. 이 차이는 몇 가지 요인에서 나옵니다. 유전적으로 ACE2 수용체 발현이 많은 사람은 감염이 더 심할 수 있고, 면역 반응의 속도나 강도, 신경 재생 능력, 그리고 자율신경계의 안정성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달라집니다. 특히 30~50대 여성에서 후각장애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선천면역이 강한 대신 감각 회로의 재조직이 느리거나, 스트레스와 수면 패턴에 민감한 신경구조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4. 후각장애는 왜 미각장애처럼 느껴질까요?

이건 정말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부분인데요. “맛이 없어요”라고 하시지만, 실제로 미각 자체는 멀쩡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맛’의 80% 이상은 후각입니다. 단맛, 짠맛, 쓴맛 같은 기본 미각은 혀에서 느끼지만, ‘고기 맛’, ‘커피 향’, ‘탄내’, ‘바질 향’ 같은 건 전부 코가 담당합니다. 그래서 후각이 사라지면 음식이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고, 회복 과정에서는 오히려 역한 냄새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이걸 ‘이상미각’, ‘이상후각’이라고 부르죠. 감각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뇌가 그걸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5. 후각훈련, 이게 그냥 맡는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치료법 하나가 등장하는데요, 바로 후각 훈련입니다. 이건 단순히 “냄새를 맡아보자”는 게 아니라, 뇌에게 감각을 다시 인식하게 가르치는 재활 훈련입니다. 장미, 레몬, 유칼립투스, 정향 이 네 가지 향기를 하루 2번, ‘이건 장미야’, ‘이건 유칼립투스야’ 하며 의도적으로 인지하고 이미지화하면서 맡는 겁니다. 이게 신경 재생을 유도하고, 뇌의 감각 해석 회로를 다시 연결시킵니다. 이 방법은 코로나 이전에도 외상 후 후각 손실, 바이러스 감염 후 후유증 치료에 실제로 쓰였던 방식입니다. 의외로 병원에서 하는 게 아니라, 집에서 꾸준히 할 수 있는 자가요법이기도 합니다.

6.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이것을 '개규(開竅)'라 불렀습니다

재밌는 건, 한의학에서는 후각장애를 예전부터 '기문이 닫혔다', ‘규가 막혔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상태를 풀기 위해 개규약(開竅藥)을 써왔는데요, 박하형개소합향빙편 같은 방향성 강한 약재들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약재들은 단지 코를 뚫는 데 쓰는 게 아니라, 뇌를 깨우고, 감각 회로를 다시 열어주는 개념으로 이해됐습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성뇌(醒腦)’가 바로 이겁니다. 이걸 현대적으로 보면, 휘발성 향기를 통한 신경 자극 + 인지 회로 활성화. 즉, 후각훈련의 구조와 정확히 겹치는 개념이죠.

7. 침치료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침으로도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때는 단순히 코 주위에 자침하는 게 아니라, 후각신경 → 대뇌 감각중추 → 자율신경 안정까지 함께 노려야 합니다. 상성, 인당, 영향 → 후각신경 경로 직접 자극, 백회, 합곡 → 감각회로 가소성 촉진, 신문, 삼음교, 내관 → 자율신경 안정 + 감정반응 진정. 이 조합은 후각을 다시 ‘깨우고’, 뇌가 그것을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입니다.

8. 회복은 느릴 수 있지만, 분명히 가능합니다

후각은 단순한 감각이 아닙니다. 우리 삶의 풍미를 책임지는 감정 회로이기도 하고, 감염 이후 신경 회복의 지표이자 자율신경 안정성의 바로미터이기도 합니다.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는, 향기를 인식하는 훈련, 한약을 통한 기기 회복, 침을 통한 감각-인지 회로 자극, 그리고 수면과 정서 안정까지 포함하는 회복 전략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후각은 다시 배워야 하는 감각입니다. 그러니까, 지금이 회복을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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