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끝났는데 왜 아직도 숨이 차고 피곤할까요?
1. 병은 끝났는데, 왜 몸은 안 돌아올까요?
코로나는 지나갔다고들 하죠. 마스크도 벗었고, 확진자 숫자도 이제 뉴스에 잘 안 나옵니다. 그런데… 유난히 피로하고, 숨이 차고, 작은 활동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이런 이야기, 요즘 들어 오히려 더 많이 듣게 되지 않으세요?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 중에도 “검사에선 이상이 없는데, 계단 오르기만 해도 숨이 차고 힘들어요”, “예전에는 하루쯤 야근해도 괜찮았는데, 요즘은 오전만 지나도 퍼집니다” 이렇게 호소하시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나이 탓, 운동 부족 탓으로 넘길 수 있는 문제일까요?
2. 숨이 찬 것과 피로한 건, 같은 듯 다릅니다
숨이 찬다는 건, 말 그대로 산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호흡은 빠른데 산소가 안 들어온다—폐, 심장, 혈액순환 어디에선가 공급 시스템에 병목이 생긴 거죠. 반면, 피로하다는 건 산소나 영양소가 도달했어도, 그걸 쓸 에너지 시스템이 고장 났을 때 나타납니다. 근육 대사, 세포 내 회복력, 미토콘드리아 기능, 신경계 통합… 좀 더 복잡하고 근본적인 회복 시스템이 무너졌다는 신호일 수 있죠.
이 두 증상은 서로 얽히면서 악순환을 만듭니다. 숨이 차서 활동량이 줄고, 활동량이 줄어들수록 근육이 더 약해지고, 약해진 근육은 더 빨리 지치고… 결국 점점 더 피곤해지고, 점점 더 숨이 차는 몸이 되는 거죠.
3. 진짜로 몸이 바뀐 걸까요? VO₂max, 실제로 떨어집니다
이런 변화는 ‘기분 탓’이 아닙니다. 실제로 코로나 이후 환자들의 VO₂max—최대 산소 섭취량—이 평균 10~30%가량 감소했다는 보고가 여럿 있습니다. VO₂max는 말 그대로 내 몸이 1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산소량인데요, 마라톤 선수나 운동선수의 경기력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심폐 회복력, 일상 생활의 체력 지표로도 널리 쓰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에는 폐의 가스교환 효율이 떨어지고 심장의 박출량이 줄고 근육에서 산소를 활용하는 능력까지 줄어드는 게 연구에서도 반복해서 확인됩니다. 그래서 계단 몇 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고, 예전보다 회복이 오래 걸리는 건 아주 당연한 반응인 겁니다.
4. 숨이 차고 피곤한데, 검사에선 정상?
검사에서는 정상이래요. 폐활량도, 심전도도, 피 검사도 괜찮다고 하죠. 그런데 여전히 피곤하고, 숨이 차고, 가슴이 벌렁벌렁합니다. 이런 경우 자율신경계 이상, 특히 POTS라는 증후군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POTS는 ‘기립성 빈맥 증후군’이라고 하는데요, 서 있다 보면 심박수가 과도하게 오르고, 두근거림과 피로감이 함께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놀라운 건, 이게 젊고 건강하던 사람에게도 생긴다는 거예요. 감염 이후 갑자기 생기기도 하고, 회복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코로나는 ACE2 수용체를 통해 폐, 심장, 혈관, 신경까지 건드릴 수 있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처럼 다장기적인 자율신경 이상을 남기고 가는 경우도 적지 않죠.
5. 이게 코로나만의 특징일까요?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이런 증상은 있었습니다. 인플루엔자, 사스(SARS-1), EB 바이러스, 심지어 독감 후유증. 이런 바이러스들 이후에도 피로, 숨참, 회복 지연, 자율신경 이상같은 증상들이 나타난 사례가 꽤 많습니다. 다만 그때는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그걸 추적해서 연구할 시스템이 부족했을 뿐이죠.
이번 코로나는 전 세계 수억 명이 동시에 감염된 유례없는 사례였기 때문에 이전에는 잘 보이지 않던 병후 회복 문제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올랐던 겁니다.
6. 한의학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걸 여병이라 불렀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병이 끝났는데도 회복이 안 되는 상태’, 즉 여병(餘病) 또는 병후허증으로 인식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개념이 아닙니다. 오히려 상한론과 금궤요략에 이미 꽤 자세히 정리되어 있죠.
예를 들어, 죽엽석고탕은 “병 후에 열이 약하게 남고, 번조하고, 갈증이 나는 사람”에게 쓰는 처방입니다. 지금으로 치면, 열은 없지만 몸이 뜨겁고 지치고 신경이 날카로운 상태, 즉 롱코비드의 대표 증상군과 겹치죠. 또 생맥산은 “기운이 떨어지고, 숨이 짧고, 맥이 약하고, 자꾸 땀이 나는 사람”에게 씁니다. 심박이 잘 회복되지 않고 피곤함이 지속되는 분들, 즉 POTS나 VO₂max 저하형 피로와도 맞아떨어집니다.
이처럼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병이 낫는 것과 몸이 회복되는 것은 다르다”는 점을 아주 중요하게 봐왔습니다.
7. 회복을 도와주는 생활 전략은 따로 있습니다
이런 분들한테는 단순한 체력 운동이나 약 처방보다는 회복 시스템 자체를 자극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 이게 먼저입니다. 무리한 운동은 금물입니다. 오히려 회복이 더 늦어질 수 있어요. 대신 ‘페이싱’, 즉 자신의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조금씩 활동을 늘려가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충분한 수분과 염분 섭취, 일정한 수면 리듬 유지, 스트레스를 줄이는 환경 설계도 회복을 빠르게 합니다. 한약을 사용하더라도, 단순히 기력을 보충하는 게 아니라 기의 흐름을 안정시키고, 음양의 불균형을 조절하고, 위기를 복원하는 쪽이 핵심이 됩니다.
8. 끝난 건 병, 회복은 아직입니다
코로나는 끝났습니다. 그런데 우리 몸의 회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숨이 차고 피곤한 건, 게으르거나 약해져서가 아니라 회복 시스템이 충격을 받았고, 아직 균형을 되찾는 중이라는 신호입니다.
과거에는 그냥 지나쳤던 병후의 증상들—지금은 그것을 더 정확히 보고, 이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니 “다 나았는데 왜 이러지?”라는 자책보다, “회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관점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회복은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롱코비드 #코로나후유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