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은 피하라면서 두부는 괜찮은 이유 (저포드맵의 비밀)

"콩국수만 먹으면 배가 더부룩해요. 그런데 같은 콩으로 만든 두부는 괜찮더라고요."

CASE STUDY

30대 직장인 B씨는 점심에 콩국수나 삶은 콩을 먹으면 오후 내내 배가 단단하게 부풀고 방귀가 자주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저녁에 순두부찌개를 먹을 때는 같은 ‘콩’인데도 상대적으로 편안했다고 했습니다. 이 아이러니가 바로 저포드맵 식단에서 자주 등장하는 질문의 출발점입니다.

왜 ‘콩’은 힘들고 ‘두부’는 비교적 괜찮을까?

핵심은 갈락토올리고당(GOS)이라는 수용성 탄수화물입니다. 통콩에는 GOS가 풍부해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됩니다. 그 결과 발효가 과하게 일어나 가스와 복부팽만이 늘어나기 쉽습니다. 과민성장증후군(IBS)에서 이런 반응은 더 뚜렷해져 ‘콩 먹으면 더부룩’ 경험으로 이어집니다.

반대로 두부는 제조 과정에서 콩을 갈아 물에 풀고, 응고제로 단백질 덩어리(두부)를 만들며, 수용성 성분의 상당 부분이 유청(whey-like)과 함께 제거됩니다. 즉, 문제의 GOS가 크게 줄어들어 장내 ‘발효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같은 콩을 원료로 하더라도, ‘가공 과정’이 소화 경험을 바꿔놓는 셈입니다.

이 차이는 마치 정제 연료의 비유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원유는 불순물이 많아 그을음이 심하지만, 정제 과정을 거치면 매연이 적고 깨끗하게 타는 연료가 됩니다.

콩이 ‘원유’라면, 두부는 불필요한 성분이 제거된 ‘정제 연료’에 더 가깝습니다. 물론 이 비유는 곧바로 기전으로 이어집니다. 두부는 실제로 수용성 FODMAP 함량이 낮아져 장내 미생물의 과발효를 덜 자극합니다.

저포드맵 식단의 관점에서 본 ‘콩 vs 두부’

저포드맵 식단의 핵심은 식품을 ‘좋다/나쁘다’로 이분화하기보다, 어떤 성분이 어떤 사람의 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과발효되는가라는 맥락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콩은 GOS가 많은 편이라 초기 제거 단계에서 제한되는 경우가 많지만, 두부(특히 단단한 두부, firm tofu)는 상대적으로 FODMAP이 낮아 소량부터 시도해볼 수 있는 선택지가 됩니다.

📖 용어 해설: FODMAP

Fermentable Oligo-, Di-, Monosaccharides And Polyols의 약자로, 소장에서 흡수되지고 남아 대장에서 쉽게 발효되는 탄수화물 군을 말합니다. GOS는 그중 ‘Oligo’에 해당합니다.

한의학적 관점에서도 이 해석은 흥미롭게 이어집니다. 통콩은 체내에 ‘습(濕)’을 만들고 체기를 유발하기 쉬운 반면, 두부는 가공을 거치며 담백하고 청량한 성질이 강조되어 소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설명되어 왔습니다. 현대의 저포드맵 원리와 전통의 해석이 ‘수용성 성분의 제거’라는 접점에서 만납니다.

✅ Key Takeaways

  • ‘콩이 힘든 이유’는 통콩의 수용성 FODMAP(GOS) 부담 때문이다.

  • 두부는 제조 과정에서 GOS가 크게 줄어 상대적으로 저포드맵에 가깝다.

  • 개인별 민감도 차이가 크므로 두부도 소량부터 반응을 확인하며 시도한다.

주의: ‘두부=무조건 안전’은 아닙니다. 두유나 연두부처럼 수분과 수용성 성분 비율이 높은 제품은 FODMAP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 있고, 조미·가공이 추가되면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IBS 하위 유형(변비형/설사형/혼합형)과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민감도는 다양합니다.

결국 목표는 흑백리스트가 아니라, 발효 과정과 나의 장 상태를 연결해 해석하는 일입니다. 오늘 식사 일지에 ‘콩’과 ‘두부’의 반응을 각각 기록해보세요. 같은 재료라도 ‘가공의 차이’가 당신의 장에서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질문: 최근 일주일 식단에서 ‘통콩·콩국수’와 ‘두부·순두부’를 각각 먹은 뒤 배의 팽만, 가스, 복통을 0~10점으로 기록해보면 어떤 패턴이 보이나요? 그 패턴이 바로 당신의 다음 선택을 안내하는 지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