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내 딸 아이, 혹시 속으로만 울고 있진 않나요?

아이의 마음을 '안전밸브가 고장 난 압력솥'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안에서는 뜨거운 김(에너지)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 밖으로 빠져나갈 구멍이 없으니 솥 전체가 위태롭게 덜컹거리는 상황. 많은 여자아이 ADHD 특징은 바로 이 아슬아슬한 압력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CASE]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아이

초등학교 5학년 수아는 모두에게 '착하고 똑똑한 아이'로 통합니다.

하지만 집에서는 다릅니다.

"숙제 하나를 시작하면 세 시간씩 붙들고 있어요.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다 결국 울음보를 터뜨려요."

수아의 어머니는 아이의 이런 완벽주의와 잦은 감정 변화가 가장 큰 걱정입니다.

수아는 1년 전 조용한 ADHD 진단을 받고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의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수업 태도는 좋아졌지만, 사소한 실수에도 자책하며 눈물을 보이는 모습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특히 줄넘기 급수 시험처럼 정해진 틀에 맞춰야 하는 수행평가에서 유독 실수가 잦아지는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주목해야 할 한계]

이것이 우리가 마주한 딜레마입니다. 만약 이 문제가 단순히 '집중력 부족'이라면, 약물로 집중력이 개선되면서 불안이나 완벽주의 같은 초등학생 불안 증세도 함께 완화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이 다른 곳에 있음을 시사합니다. ADHD 불안장애 치료가 단순히 뇌의 스위치를 켜는 것만으로 완성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수아는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와 창의적인 생각들을 '산만함'으로 지적받지 않기 위해, 의식의 고삐를 있는 힘껏 잡아당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끓어오르는 압력솥의 김을 뚜껑째 억지로 누르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모되는 막대한 심리적 에너지가 바로 불안과 소진의 진짜 원인입니다. 넘치는 에너지가 갈 곳을 잃고 내부에서 충돌하며 완벽주의, 감정 기복, 신체 증상으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관점: 간기울결(肝氣鬱結)]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상태를 ‘간기울결(肝氣鬱結)’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스트레스나 억압된 감정으로 인해 에너지(氣)의 자연스러운 흐름이 막혀버린 상태를 뜻하죠. 이는 '압력솥의 증기 배출구가 막힌 상태'와 정확히 일치하는 해석입니다. ADHD 사회성 문제를 겪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실수할까 두려워 먼저 다가서지 못하고 맴도는 모습의 심리적 기저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만약 수아의 불안이 억압된 에너지와 무관하다면, 그림 그리기나 자유로운 놀이처럼 통제가 적은 활동에서 오히려 안정감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 이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저학년 때는 창의적이라는 칭찬을 받음 → 고학년이 되며 학업 규칙이 엄격해짐 → '산만하다'는 지적을 받기 시작 → 실수를 줄이려 과도하게 자신을 통제 → 불안 및 완벽주의 증상 심화.

혹시 당신의 아이도 실수를 극도로 두려워하며, '잘할 수 있는 영역' 안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지는 않나요?

[새로운 질문의 시작]

그렇다면 이제 여아 ADHD 양육의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끓어오르는 김을 억지로 누르는 것이 아니라, 압력솥의 '안전밸브'를 조심스럽게 열어주는 것입니다. 이제 전문가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떤 약이 집중력을 높여줄까?'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내면에 갇힌 에너지를 파괴적이지 않고 창조적으로 표출할 안전한 배출구는 무엇일까요?"가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