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ADHD? 증상은?
안녕하세요 백록담 한의원 입니다.
혹시 이런 분 계신가요?
사람들 앞에선 조용하고, 얌전하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데…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피곤하고, 해야 할 일은 계속 쌓여만 가는 분들요.
집중하려고 앉았는데 자꾸 다른 생각이 끼어들고, 오늘도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자책하고, 밤이 되면 내가 왜 이러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죠.
이런 분들이 흔히 겪는 고민이 있어요.
"이게 ADHD일까요? 근데 나는 산만하지는 않거든요…"
"그냥 게으른 건가요? 왜 이렇게 안 되는 걸까요?"
오늘은 그런 분들을 위해 '조용한 ADHD'라는 개념을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조용한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요?
ADHD라고 하면 보통 산만하고, 수업 시간에 뛰쳐나가고, 말을 끊임없이 하는 이미지가 떠오르죠. 하지만 모든 ADHD가 그렇게 시끄럽게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전혀 산만하지 않아요. 오히려 너무 조용하고, 너무 착하고, 너무 혼자서만 애쓰고 있습니다. 근데 머릿속은 정말 복잡해요.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손이 안 나가고, 머릿속에서만 계획하고 또 계획하고, 실행은 못 하고 결국 지쳐버리는 일상.
그런데 주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죠.
"넌 얌전하고 괜찮아 보여"
"그냥 정신 좀 차려, 너 의지가 약한 거야"
하지만 본인은 압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뭔가 계속 안 된다는 걸요.
조용한 ADHD란?
조용한 ADHD는 사실 공식 진단명은 아닙니다. 의사들이 먼저 만든 개념도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예요.
수많은 사람들, 특히 여자아이들과 성인 여성들이 “나는 ADHD는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하다” “나만 이렇게 피곤하고 산만한가요?” 하며 이 개념이 점점 뚜렷해졌습니다.
DSM-5 진단 기준에서는 ‘주의력결핍 우세형 ADHD’에 해당할 수도 있지만, 조용한 ADHD는 그보다 훨씬 넓은 스펙트럼이에요.
특징은 이렇습니다.
- 산만해 보이지 않음
- 과잉행동 없음
- 하지만 머릿속은 과잉활성화됨
- 생각이 너무 많고, 생각과 감정이 서로 뒤엉켜서 탈출이 어려움
- 실행력이 약하고, 결정이 느리고, 미루기가 잦음
- 자주 자책하고, 자존감이 낮아짐
- 근데 그 누구도 이 사람이 힘든 걸 모름
즉, ADHD의 외형적인 문제행동은 없지만, 내면에서는 실행기능과 감정의 불협화음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진단의 사각지대
조용한 ADHD는 진단받기 정말 어렵습니다. 왜냐면 문제를 '안' 일으키기 때문이에요. 교실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는 선생님도, 부모도 빨리 눈치챕니다. 하지만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는 그냥 “말 잘 듣는 애”로 여겨지죠.
특히 여자아이들이 이 진단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사회적 규범상, ‘얌전한 여자아이’는 이상한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잘 적응한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속은 다릅니다. 늘 피곤하고, 자존감은 깎이고, “나는 왜 이렇게 안 될까”라는 생각을 반복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른이 돼서야, 뒤늦게 깨닫죠. 아, 내가 그때부터 힘들었던 거구나.
강박사고? 불안장애? 아니면 ADHD?
조용한 ADHD가 어려운 이유는 불안장애나 강박사고, 우울증과도 증상이 겹치기 때문입니다.
-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다? → 불안장애?
- 자꾸 반복적으로 같은 생각에 빠진다? → 강박사고?
- 자꾸 미루고, 자기비난이 심하다? → 우울증?
하지만 조용한 ADHD는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달라요. 가장 큰 차이는 주의 전환과 실행력입니다.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선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데, 그게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아요. 그리고 반복적으로 실패하면서 자책감이 쌓입니다. 이건 단순한 기분 문제가 아니라, 두뇌의 ‘조직화 능력’, ‘우선순위 설정’, ‘과제 착수’ 기능이 약한 상태입니다.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일반적인 ADHD처럼 자극 중심 약물을 무작정 쓰기보다, 조용한 ADHD는 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너무 강한 자극제는 불안과 감정기복을 악화시킬 수 있고, 실행기능을 강화하는 훈련이 핵심입니다. ‘왜 이게 안 되는지’를 설명해주는 구조화된 대화가 필요합니다.
인지행동치료도 좋고, ACT(수용전념치료) 같은 감정 수용 기반의 접근도 잘 맞습니다. 또 한의학적으로는 심신불안, 심비불교, 간울기체 같은 진단을 통해 머릿속 사고 과잉을 진정시키고, 몸과 마음의 루틴을 조율하는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생각이 많고 잠을 잘 못 자고 식욕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산조인탕이나 온담탕 계열이 효과적이고, 감정 기복과 함께 생리주기 영향이 심한 여성의 경우에는 가미소요산 계열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조용하다는 건 괜찮다는 뜻이 아닙니다
‘조용한 ADHD’는 병명이 아니라 서사입니다. 내면의 복잡함을 드러낼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 하나를 얻은 거예요.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이름이 생겼다는 건 그 자체로 회복의 출발입니다.
혹시 당신도, 늘 잘 해보려고 애쓰지만 머릿속이 너무 복잡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조용한 ADHD의 가능성을 떠올려보세요.
그건 당신의 잘못도, 게으름도, 의지 부족도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아무 말 없이 너무 많이 버텨온 것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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