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절되지 않는 이 통증, 삶을 갉아먹어요” | 50대 대상포진후 신경통
혹시 여러분도 ‘조절되지 않는 이 통증이 마치 삶을 갉아먹는 것 같다’고 호소하는 환자분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셨을까요? 제가 진료실에서 뵙는 많은 50대 대상포진후 신경통 환자분들이 바로 이런 고통을 이야기하십니다. 매일 잠 못 이루고, 사람 만나는 것조차 두렵다고 말이죠.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저는 깊은 공감과 함께, 이 고통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는 희망을 전하고 싶어집니다. 50대 이후에 찾아오는 만성 통증은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삶의 모든 영역을 위축시키는 그림자처럼 다가오죠. 하지만 과연 우리는 이 통증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환자 개개인의 몸 상태와 맥락을 이해하고 맞춤형 관리를 통해 충분히 통증을 조절하고, 삶의 질 향상을 이룰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습니다. |
삶을 갉아먹는 고통의 실체: 대상포진후 신경통, 왜 멈추지 않을까요?
며칠 전 찾아오신 50대 초반의 박미숙님(가명)이 떠오릅니다. 약 반년 전 대상포진을 앓으신 후, 허리부터 옆구리를 타고 앞쪽으로 뻗치는 전기 쇼크 같은 통증에 시달리고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셨지만, 통증은 밤낮없이 이어졌고, 급기야는 옷깃만 스쳐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칼로 쑤시는 것 같기도 하고, 불에 지지는 것 같기도 해요. 밤에는 통증 때문에 2시간 이상을 제대로 자본 적이 없습니다.” 박미숙님의 목소리에서는 깊은 좌절감이 느껴졌습니다. |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은 대상포진을 앓은 후에도 통증이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 지속되는 만성 합병증입니다.
대상포진에 걸린 사람 중 약 10~20%가 이 신경통을 경험하며, 특히 50세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더욱 높아져 약 13%에 달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위험은 더욱 커져, 65세 이상에서는 최대 50%까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통증은 단순히 신체적인 고통에 그치지 않습니다.
박미숙님처럼 수면 장애는 물론, 기분 변화, 직업 활동의 어려움, 심지어는 사회생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연구에 따르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 환자의 69%가 불안 증상을, 65.8%가 우울증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통증 자체가 정신을 갉아먹는 거죠. 발진이 사라진 후 180일이 지나도 통증 점수와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통계는 이 고통이 얼마나 끈질긴지 잘 보여줍니다.
통증의 끈을 끊는 지혜: 몸의 맥락을 읽는다는 것
그렇다면 왜 이렇게 끈질긴 통증은 계속될까요?
저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마치 고장 난 화재경보기 같다고 설명하곤 합니다.
불은 이미 꺼졌는데, 경보기가 계속 울려대는 것이죠.신경 손상으로 인한 염증 반응이 진정된 후에도, 신경계가 과민 반응을 일으키며 통증 신호를 계속해서 보내는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임상에서 이런 대상포진 통증을 마주할 때, 단순히 통증 부위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분의 전체적인 몸 상태, 즉 '맥락'을 살피는 데 더 집중합니다.
수면은 어떤지, 소화는 잘 되는지, 스트레스는 얼마나 받는지, 평소 체력은 어떤지 등 환자분의 개개인의 몸 상태와 맥락에서 단서를 찾습니다.
예를 들어, 박미숙님은 오랫동안 만성 소화불량으로 고생하셨고, 늘 피로감을 느끼셨습니다. 이런 패턴들은 신경계의 과민성을 유발하고 통증 회복을 방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만성 통증을 '어혈'이나 '기허' 등 몸의 균형이 깨진 상태로 해석합니다.
단순히 한 부위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의 순환과 기능이 저하되어 통증에 취약해진 것으로 보는 것이죠.
고전 의서인 『상한론』에서도 외감병(대상포진처럼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 이후의 잔여 증상이나 합병증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고전적 지혜를 현대 임상에서 얻은 지식과 접목하여, 환자분께 가장 적합한 신경통 치료 방향을 모색합니다.
맞춤형 관리, 희망의 전환점
대상포진후 신경통의 최적 치료는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양한 약물 치료가 시도되지만, 종종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는 단순히 한두 가지 약물로 고장 난 신경계의 복잡한 시스템을 모두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서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기반으로 한 '다중 기전 접근법'과 맞춤형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제가 추구하는 한약 치료는 단순한 증상 억제가 아닙니다.
박미숙님처럼 수면과 소화 기능을 개선하고 전반적인 기력을 회복시킴으로써, 과민해진 신경계가 스스로 진정하고 통증 역치가 정상화될 수 있는 몸의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입니다.
마치 흙의 양분을 고르게 공급하여 뿌리부터 튼튼하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통증에 대한 몸의 반응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통증 조절 효과를 가져다줍니다.
실제로 임상에서는 약물 치료 외에도 보툴리눔 독소 A형 주사나 고주파 열응고술(PRF) 같은 개별 중재적 치료법이 효과를 보이기도 하며, PRF와 신경 차단술의 병용 요법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치료법이 환자의 특정 상태와 기존 측정치를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으로 적용될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입니다.
다시 쓰는 삶의 이야기: 통증 너머의 희망
대상포진 후 신경통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통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수면 및 정서 장애를 완화하여 삶의 질 향상을 이루는 것입니다.
대상포진 백신이 질병 발생률을 줄이고 일상생활의 방해 정도를3분의 2까지 줄인다는 사실은 예방의 중요성을 보여주지만, 이미 신경통이 시작된 경우라면 적극적이고 맞춤형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박미숙님은 저와 함께 몸의 균형을 되찾기 위한 과정을 시작하셨습니다. 수면의 질이 개선되고 소화 기능이 좋아지면서, 통증의 강도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통증은 여전하지만, 밤에 푹 자니까 견딜만해요. 예전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에요.” 박미숙님의 작은 변화 속에서 저는 통증 조절의 가능성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
이것은 결코 한 번에 끝나는 마법 같은 치료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노력한다면, 그 끈질긴 통증의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 나답게, 온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혹시 지금, 조절되지 않는 통증으로 인해 삶의 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면, 포기하지 마십시오.
당신의 고통은 결코 당신만의 것이 아니며, 함께 길을 찾아 나설 동반자가 여기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