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성 피부염이 오래 가는 이유
1. 심하지 않은데 왜 오래 갈까?
“살짝 붉어졌다가도 사라지길 반복해요.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어요. 마치 턱 밑에서 미세한 가려움이 바늘 끝처럼 찌르고, 거울 속엔 보이지 않는 잔열이 스멀스멀 도는 것 같아요.”
많은 피부 질환은 염증이 심할수록 불편하고, 가라앉으면 금세 호전됩니다. 그런데 지루성 피부염은 염증이 심하지 않아도 몇 달, 몇 년 동안 은근히 자리를 지키며 반복됩니다. 붉은 기가 하루이틀 사이에 올라왔다 내려가고, 각질이 살짝 일어났다 금세 가라앉지만, ‘완전히 사라진 피부’를 경험하는 순간은 드뭅니다. 이 애매함이 오히려 치료를 미루게 만들고, 그 사이 피부 상태는 서서히 만성 모드로 굳어집니다.
2. 숨어 있는 저강도 염증의 흔적
검사 수치로 보면 hs-CRP 0.8 mg/L 정도로 정상 범위입니다. 하지만 이 ‘정상’은 완전히 건강하다는 뜻이 아니라, 미세한 염증 신호가 배경음처럼 깔려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염증 반응은 약하지만, 피부 표면의 피지 분비, 말라세지아 균의 증식 속도, 면역 세포의 반응성이 서로 미묘하게 어긋난 상태가 유지됩니다. 평소에는 약산성 샴푸와 하이드로코르티손 연고를 번갈아 사용하지만, 외출이 잦은 주말이나 업무 스트레스가 많은 주간이 지나면 다시 붉어집니다. 프로젝트 마감 전날, 새벽 2시까지 화면을 바라보다 잠들고, 아침 거울 속에 턱과 콧방울 옆이 붉어져 있는 순간, 불씨는 다시 살아납니다.
3. 겉만 보는 치료의 함정
많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염증이 심하지 않으니, 그냥 두면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지만 1~2년 이상 같은 상태를 반복한다면, 단순히 피부 표면 염증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스테로이드 연고는 급성기에만 효과를 보이며, 장기간 사용 시 피부 장벽이 얇아져 더 쉽게 자극과 재발에 노출됩니다. 한 번 무너진 피지·미생물·면역 시스템은 외부 자극이 없어도 불안정한 평형 상태로 머무를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표면만 바라보는 치료로는 만성화의 고리를 끊기 어렵습니다.
4. 모닥불처럼 남아 있는 불씨
이 상태는 마치 불이 활활 타오르진 않지만, 꺼지지 않고 은근히 피어오르는 모닥불과 같습니다. 불꽃은 작지만, 계속 열을 내어 주변을 데우고 건조하게 만듭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간울비허나 담습으로 설명합니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풀리지 않아 간의 기운이 울체되고, 소화기 기능이 약해져 습이 쌓이면, 피부의 유·수분 균형이 무너집니다. 간울비허로 인한 담습은 장과 피부의 면역 균형을 흐트러뜨리고, 이는 저강도 염증이 피부 표면에서 잔불처럼 남게 만듭니다. 현대의학적으로는 이 염증이 피부 장벽 회복 속도를 늦추고, 피지 조절과 미생물 생태계를 흐트러뜨립니다.
5. 불씨를 꺼뜨리는 환경 만들기
이런 잔불 같은 염증 상태는 지루성 피부염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성 비염, 경미한 소화 불량, 가벼운 두피 가려움증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납니다. 염증이 심하지 않으니 치료 강도도 약해지고, 치료가 약하니 균형 회복도 더딥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불씨가 다시 붙지 않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수면 시간을 30분 늘리고, 주 2회는 피지 분비를 자극하지 않는 샴푸를 사용하며, 일주일에 한 번은 카페인 섭취를 절반으로 줄여보세요. 생활 습관 조절, 전신 상태 개선, 피부 장벽 회복을 함께 고려할 때, 비로소 이 조용하지만 집요한 지루성 피부염을 이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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