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로 안 되는 생리통, 몸 안에서 막힌 게 있다면요?

송도 생리통

에스트로겐 디톡스와 한의학적 접근까지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1.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

“선생님, 저는 생리통이 진통제로도 안 잡혀요.”

“다른 사람들은 하루 이틀 아프다고 하던데, 전 생리 전부터 생리 끝날 때까지 거의 일주일 이상 고생해요.”

“약을 두 알씩 먹는데도 다음 날이면 다시 아파요.”

이런 말씀, 진료실에서 정말 많이 듣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아프다는 걸 넘어서 하루 종일 처지게 되는 무기력감, 감정이 벅차서 울컥하게 되는 경험, 생리 주기에 맞춰 반복되는 두통, 소화장애, 가슴통증 같은 연쇄 증상까지. 이쯤 되면 단순한 ‘생리통’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하기엔 너무 복잡하죠. 몸이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어떤 막힘의 패턴, 그것이 문제의 본질일 수 있습니다.

2. 단순한 호르몬 문제가 아닌 ‘배출 시스템의 문제’

최근 기능의학에서는 이처럼 만성적이고 광범위한 생리 증상을 ‘에스트로겐 우세(estrogen dominance)’라는 이름으로 설명합니다. 근데 이 개념에서 중요한 건 단순히 “에스트로겐이 많다”는 게 아니라 “쓸모 다하고 나간 에스트로겐이 잘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에스트로겐은 우리 몸에서 분해되기 위해 ① 간 해독 → ② 대장 배출 → ③ 장내 미생물 균형이라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간 기능이 피로하거나, 장이 제 역할을 못하거나, 장내 유익균이 부족하면?

이미 분해된 에스트로겐이 대변으로 나가지 못하고 다시 혈액으로 역흡수됩니다. 그러면 몸은 이중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필요 없는 호르몬이 계속 혈류에 떠돌고, 면역계와 신경계는 이를 ‘위험 신호’로 인식해 통증, 염증, 피로, 감정 기복 같은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죠. 이게 바로 단순한 호르몬 문제가 아니라 ‘배출 시스템의 고장’이라는 의미입니다.

3. 한의학적으로 보는 ‘생리통’과 ‘에스트로겐 정체’

한의학에서는 이런 증상을 한 가지로만 보지 않습니다. 생리통 하나에도 여러 병태가 겹쳐져 있다고 보는 거죠.

  • 간기울결: 스트레스나 정서적 억눌림으로 기가 막히고 돌지 않을 때
  • 어혈(瘀血): 혈류가 정체되거나 뭉쳐서 통증을 만드는 상태
  • 담습(痰濕): 몸 안에 찌꺼기 같은 노폐물이 쌓여서 대사가 느려진 경우
  • 비허(脾虛): 소화력과 흡수력의 저하로 인해 몸이 전체적으로 무기력해진 경우

이런 상태들은 각각 생리통의 양상을 다르게 만듭니다. 찌르는 듯한 통증, 묵직하고 누르면 더 아픈 복통, 생리 전 감정 기복, 생리 중 하혈에 가까운 다량의 출혈, 생리 후에도 남는 피곤함. 이 모든 것은 몸이 흐르지 않고 막힌 상태에서 생기는 다양한 시그널입니다. 한약은 바로 이 ‘막힌 흐름’을 해소해주는 전략에서 출발합니다.

4. 진통제만으로는 부족한 이유

진통제는 몸의 통증 신호를 차단하는 데에는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통제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 기혈순환 자체를 바꾸지 못합니다.
  • 에스트로겐의 대사 기능을 개선시키지 못합니다.
  • 복합적인 증상의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듣던 진통제가, 어느 순간 ‘이제는 안 듣는 약’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그 시점이 바로 몸 안에서 '정화 시스템이 멈춘 시점'일 가능성이 큽니다.

5. 치료 전략 – ‘해독’과 ‘순환’이라는 두 축

기능의학적으로는:

  • 간 해독 1상과 2상 활성화: B6, 마그네슘, NAC, 글루타치온
  • 장 건강 개선: 유산균, 식이섬유, 규칙적 배변
  • 환경 호르몬 제거: 플라스틱, 화학물질, 향수 등 피하기

한의학적으로는:

  • 간기울결을 푸는 소요산 계열
  • 어혈을 풀고 통증을 줄이는 활혈약
  • 담습 제거와 비위 회복을 돕는 처방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생리통이 내 몸의 전체 상태와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을 돕는 겁니다. 그럴 때, 증상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몸이 제 흐름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이죠.

6. 통증을 억누르지 말고, 흐름을 바꾸자

생리통은 단순한 증상이 아닙니다. 그건 몸이 배출되지 못한 것을 내부에 안고 있는 상태, 그리고 그 안에서 고여 있는 기운이 만든 통증의 언어입니다.

진통제만으로는 그 언어를 잠재울 수는 있어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건 아닙니다. 우리는 증상을 멈추는 게 아니라 몸이 말하는 언어를 번역하고, 몸이 제 흐름을 되찾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에스트로겐 디톡스’가 갖는 의미이고, 한의학이 증상을 순환의 개념으로 풀어내는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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