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꼬이는 듯 아프다” – 위경련, 단순 근육통이 아닙니다
쥐가 난 것도 아닌데, 배가 쥐나듯 아프다?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혹시 식사 후에 배가 꼬이는 듯 아프거나, 공복일 때 갑자기 배를 움켜쥘 정도로 통증이 밀려오는 경험 있으신가요?
“위염인가 했는데 내시경은 깨끗해요.”
그런데 이런 통증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위 점막의 문제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가 흔히 ‘위에 쥐가 난 것 같다’고 표현하는 위경련, 그 병태생리와 맥락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위경련이란? – 위장 내에서 벌어지는 쥐
위도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보내는 역할을 하죠. 그런데 이 수축이 갑자기, 매우 강하게, 그리고 조화 없이 발생하면 경련성 통증으로 나타납니다. 이건 마치 종아리에 쥐가 났을 때처럼, 위장 평활근이 의지와 상관없이 강하게 수축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위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쥐’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병태 생리 – 수축이 아니라 수축 시스템의 문제
위경련은 단순히 수축이 일어났다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 문제는 그 수축을 조절하는 시스템에 있습니다.
- 첫째, 카잘세포(ICC)가 위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핵심인데, 이 리듬이 과흥분 상태가 되면 수축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불규칙해집니다.
- 둘째, 자율신경의 균형이 깨지면 위 근육의 조절이 무너집니다. 스트레스나 불안이 누적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항진되면서, 위혈류 저하와 수축 불균형이 발생합니다.
- 셋째, 위산 과다나 음식물 팽만, 가스 축적 등 위 내부 자극이 높아지면 그에 대한 반사 수축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면서 통증이 유발됩니다.
발생 시점이 알려주는 병태의 단서
위경련이 언제 발생하느냐는 병태를 파악하는 핵심 힌트입니다.
- 공복 시에 경련이 자주 발생한다면, 위산 과다나 점막 자극, 혹은 냉성 체질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식후 즉시 발생한다면, 위의 팽만감이나 배출 지연, 위무력증이 의심됩니다.
- 식후 1~2시간 후에 통증이 찾아온다면, 위산 분비 피크 타이밍, 유문근 긴장, 또는 역류성 식도염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 야간이나 수면 중 반복된다면, 자율신경의 전환 실패, 즉 교감신경의 야간 항진 상태가 관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위경련과 소화불량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위경련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통증 문제가 아니라 기능성 소화불량(FD)의 일종으로 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조기 포만감, 팽만감, 트림, 메스꺼움 같은 증상이 함께 있다면, 이건 위의 리듬과 감각 시스템이 동시에 망가졌다는 신호입니다. 즉, 위경련은 “소화 리듬이 깨졌습니다”라는 몸의 경고입니다.
대응 전략 – 언제, 어떻게 아픈지가 중요하다
치료의 핵심은 “무엇으로 진통할까?”가 아니라 “왜 그렇게 수축했을까?”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공복이면 위산 조절, 식후면 팽만감과 위배출 보조, 야간이면 자율신경 안정 등 시점에 따른 병태별 개입이 중요합니다. 또한 단순히 위장을 풀어주는 약만으로는 반복되는 경련을 막을 수 없습니다. 위 리듬 회복, 자율신경 조율, 점막 보호, 식사 습관 교정이 모두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배에 쥐가 났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위경련은 단지 위가 아픈 게 아니라, 위장이 이만큼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리듬을 잃고, 혈류가 줄고, 감각이 과민해진 상태에서 보내는 구조적인 경고입니다. 그러니 진통제로 잠시 눌러두는 게 아니라, “왜 이 위가 이렇게까지 됐는가?”를 함께 바라봐야 합니다. 위가 보내는 이 통증의 리듬, 가볍게 넘기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위경련 #잦은위경련 #인천위경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