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설사, 혹시 장이 '새고 있다'는 신호일까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도중, 갑자기 아랫배에서 싸늘한 신호가 와 식은땀을 흘렸던 경험. 잦고 예측 불가능한 설사 때문에 KTX나 고속버스 예매가 두려웠던 경험.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많은 분들이 이를 그저 '장이 예민한 탓' 혹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 생각하고 지사제로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하지만 이런 대증요법에도 불구하고 설사가 반복된다면,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혹시 우리 몸의 국경과도 같은 '장벽'이 무너져, 그 틈으로 모든 것이 '새어 나가고' 있다는 생각은 해보셨나요?

안녕하세요. 15년간 SIBO(소장내 세균 과증식)와 그로 인한 장누수 증후군을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만성 설사 환자들의 무너진 장벽을 재건해온 한의사 최연승입니다.

설사가 멈추지 않는 이유

오늘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시면, 왜 당신의 설사가 멈추지 않았는지 그 지긋지긋한 원인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리고 더 이상 배에서 물만 퍼내는 식의 임시방편이 아닌, '새는 구멍' 자체를 막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게 되실 것을 약속합니다.

'장누수 증후군', 정말 우리 장이 새는 건가요?

잦은 설사가 '장이 새는 신호'일 수 있다는 말, 조금은 과격하게 들리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는 이야기이며, 이 현상을 '장누수 증후군(Leaky Gut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 장의 점막을 아주 '촘촘하고 튼튼한 방충망'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건강한 방충망은 상쾌한 바람(소화된 영양분)은 솔솔 통과시키지만, 모기나 날벌레(독소, 유해균, 음식물 찌꺼기)는 철통같이 막아내는 '선별적 투과' 기능을 합니다.

'장누수 증후군'이란, 바로 이 방충망이 여러 가지 이유로 찢어지고 구멍이 나 헐거워진 상태를 말합니다. 장 세포들이 서로 손을 꽉 잡고 있던 '치밀 결합(Tight junction)'이 느슨해지면서, 방충망의 틈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 틈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막았어야 할 독소, 세균, 소화가 덜 된 음식물 찌꺼기 같은 '쓰레기'들이 여과 없이 혈관으로 새어 들어갑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이 침입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온몸에 염증 반응의 불씨를 퍼뜨리기 시작합니다.

누가 당신의 장벽(방충망)을 찢었나? (범인은 SIBO)

튼튼했던 방충망(장벽)을 찢어버리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소장에 과도하게 증식한 세균, 'SIBO(소장내 세균 과증식)'입니다.

SIBO 상태의 장은, 마치 집 안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 벌레(유해균)가 들끓는 것과 같습니다. 이 유해균들은 우리 몸의 방충망을 두 가지 방식으로 체계적으로 파괴합니다.

공격 루트 ①: '독소'로 방충망의 이음새를 녹인다.

SIBO로 증식한 특정 유해균들(특히 그람 음성균)은 'LPS(지질다당류)'라는 강력한 내독소를 뿜어냅니다. 이 LPS는 장 세포들을 꽉 붙잡아주던 '치밀 결합(Tight junction)'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공격하여 파괴합니다. 마치 방충망의 촘촘한 이음새를 부식시키는 독성 물질처럼 작용하여, 장벽에 미세한 구멍을 내는 것이죠.

공격 루트 ②: '가스'로 방충망을 계속 흔들어 댄다.

특히 설사를 유발하는 SIBO의 경우, '수소(H₂)' 가스가 주범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수소 가스는 그 자체로 장 점막에 염증을 유발하고, 끊임없이 가스가 발생하며 장을 팽창시키는 과정에서 방충망을 계속해서 흔들고 압력을 가합니다. 아무리 튼튼했던 방충망이라도 매일같이 흔들리고 압력을 받으면 결국 헐거워지고 찢어질 수밖에 없겠죠.

설사는 장이 보내는 마지막 '강제 청소' 신호

잦은 설사로 고통받는 분들은 지사제부터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하니까요. 하지만 만약 그 설사가, 무너진 장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적군(독소, 유해균)들을 쓸어내기 위한 우리 몸의 필사적인 저항이라면 어떨까요?

한의학적 관점에서, 그리고 기능의학적 관점에서 설사는 우리 몸이 보내는 마지막 '강제 청소' 신호이자 '비상 경보'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장벽이 뚫려 독소와 유해균이 혈관으로 침투하려 할 때, 우리 몸은 장에 물을 대량으로 끌어와 모든 것을 씻어내 버리는 '물청소'를 감행합니다. 어떻게든 독소가 몸 안으로 더 깊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필사적인 방어 작용인 셈이죠.

이는 한의학에서 말하는 치료 원리와도 정확히 일치합니다.

몸에 염증(熱)과 독소(毒)가 쌓였을 때, 이를 대소변이나 땀으로 배출시켜 몸을 깨끗하게 하는 '청열해독(淸熱解毒)'. 그리고 장에 정체된 불필요한 수분과 노폐물(濕)을 제거하는 '거습(祛濕)'.

즉, 우리 몸은 스스로 '청열해독'과 '거습'을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그 원인(SIBO, 장누수)이 너무 강력하여 힘에 부치는 상태인 것입니다.

따라서 무작정 지사제로 설사를 멈추는 것은, 불이 난 집의 화재 경보기를 끄고, 집안을 청소하려는 소방관을 내쫓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구멍을 막을 것인가, 물만 퍼낼 것인가?

이제 우리는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계속해서 배에서 '물을 퍼내시겠습니까(지사제 복용)'? 아니면 '새는 구멍'을 찾아 근본적으로 막으시겠습니까?

잦은 설사는 '구멍 난 배(장누수)'에서 계속해서 '물을 퍼내는 행위(설사)'와 같습니다. 지사제는 잠시 물을 퍼내는 양동이일 뿐, 찢어진 배의 구멍을 근본적으로 막아주진 못합니다. 구멍이 그대로 있는 한, 배에 물은 계속 찰 수밖에 없습니다.

만성 설사의 악순환을 끊는 진짜 해결책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하는 데 있습니다.

구멍을 낸 진짜 원인, SIBO 치료하기

찢어진 장벽을 재건하고 강화하기 (장누수 치료)

저희 한의원에서는 해독 작용과 장내 환경 개선을 통해 SIBO를 제어하고, 장 점막의 재생을 돕는 한약을 통해 무너진 장벽을 튼튼하게 재건하는 통합 치료를 진행합니다.

물론, 전문가의 치료와 함께 스스로 장벽을 재건하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오늘은 왜 장벽이 무너지는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무너진 장벽을 재건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벽돌과 시멘트'를 공급해야 할까요?

더 이상 불안한 신호에 시달리지 마세요. 당신의 장벽은 다시 튼튼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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