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설사, "과일은 독"이라는 생각, '이 과일'이 깨드립니다!
잦은 설사 때문에 기운도 없고, 입맛도 없으시죠. '뭘 먹으면 또 화장실 갈까' 하는 두려움에, 흰죽만 겨우 드시고 계신가요? 특히 '과일은 차가워서 설사에 안 좋다'는 말 때문에, 좋아하는 과일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만약 설사를 멎게 하는 데 오히려 특효약이 되는 '의외의 과일'이 있다면 어떨까요?
'과일은 설사에 독'이라는 상식을 깨는 놀라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15년간 수많은 만성 설사 환자분들께 '먹으면서 낫는 법'을 안내해온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원장입니다. 오늘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다면, 더 이상 과일을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설사를 오히려 잠재워주는 '착한 과일'의 정체와, 그 비밀 성분 '펙틴'의 놀라운 원리,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섭취법까지 모두 알게 되실 겁니다.
대부분의 과일, 왜 설사에 해로울까요?
우선, '과일은 설사에 좋지 않다'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과일은 실제로 설사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1. 과당(Fructose)과 솔비톨(Sorbitol)의 '삼투압 효과'
많은 과일의 단맛을 내는 '과당'과 '솔비톨'이라는 당 성분은, 장이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소장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않고 대장으로 그대로 내려갑니다. 문제는, 이 당 성분들이 마치 스펀지처럼 주변의 수분을 장 안으로 끌어당긴다는 것입니다. 이 '삼투압 효과' 때문에 장 내 수분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변이 더욱 묽어져 설사가 심해지는 것이죠.
2. '찬 성질'의 습격 (한의학적 관점)
한의학에서는 대부분의 과일을 몸의 열을 식히는 '찬 성질(寒性)'을 가진 음식으로 봅니다. 잦은 설사로 인해 우리 장은 이미 '소화의 불씨'가 약해지고 차가워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찬 성질의 과일이 들어오면, 가뜩이나 약한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아 장의 연동운동을 비정상적으로 만들고 설사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우리는 설사가 잦을 때 과일을 피하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규칙을 뛰어넘는 아주 특별한 과일이 있습니다.
바나나의 비밀 병기, '펙틴(Pectin)'
하지만 이 모든 규칙을 뛰어넘어, 오히려 설사로 고통받는 장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특별한 과일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바나나'입니다.
1. 장 속의 물먹는 스펀지, 펙틴
펙틴은 수용성 식이섬유의 일종으로, 우리 장 속에서 마치 '물먹는 스펀지'처럼 놀라운 역할을 합니다. 잦은 설사로 물바다가 된 장 속에 펙틴이라는 스펀지가 들어가면, 과도한 수분을 쫙 흡수하여 묽은 변을 쫀쫀하고 안정적인 젤 형태로 뭉쳐주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바나나가 '천연 지사제'라고 불리는 이유입니다. 뿐만 아니라, 설사로 인해 대량으로 빠져나가는 우리 몸의 필수 전해질인 칼륨(Potassium)을 보충해주는 최고의 과일이기도 합니다.
2.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한의학적 지혜
한의학적으로도 바나나는 특별합니다. 대부분의 과일이 찬 성질을 가진 것과 달리, 바나나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평(平)한 성질을 가졌고, 인위적이지 않은 단맛은 소화기관인 비위(脾胃)의 기운을 보강하는(건비(健脾)) 역할을 합니다. 또한, 펙틴이 변을 뭉쳐주는 것은 한의학에서 설사를 멎게 하는 원리인 '수렴(收斂)' 작용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즉, 바나나는 장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영양을 공급하고 설사를 멎게 돕는 아주 지혜로운 과일인 셈입니다.
설사에 '약'이 되는 바나나 섭취법
이왕 먹는 바나나, 어떻게 먹으면 그 효과를 200%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두 가지만 기억하세요.
1. '푸른빛이 살짝 도는' 바나나를 선택하세요
우리가 찾는 성분인 '펙틴'과 '저항성 전분'은, 노랗게 푹 익은 바나나보다 껍질에 푸른빛이 살짝 남아있는 덜 익은 바나나에 훨씬 더 풍부합니다. 반대로, 검은 반점이 생긴 잘 익은 바나나는 당 함량이 너무 높아, 오히려 예민한 장을 자극할 수 있으니 지금은 잠시 피해주세요.
2. 그냥 드시기보다, '으깨거나 살짝 익혀서' 드세요
물론 그냥 드셔도 좋지만, 숟가락으로 부드럽게 으깨거나,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살짝 구워 드시면 바나나의 찬 성질이 중화되고 소화 흡수율이 더욱 높아집니다.
[Tip] 따뜻한 흰쌀죽에 으깬 바나나를 섞어 먹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Q. 바나나를 먹으면 변비가 생긴다는 말도 있던데, 괜찮을까요?
A. 네,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바로 그 '변을 단단하게 만드는' 효과 때문에, 잦은 설사에는 도움이 되는 것입니다. 덜 익은 바나나의 타닌과 펙틴 성분이 변을 뭉쳐주기 때문이죠. 따라서 변비에는 '잘 익은' 바나나, 설사에는 '덜 익은' 바나나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내 몸의 상태에 따라 같은 과일도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 셈입니다.
바나나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바나나는 급성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데 아주 훌륭한 '응급처치' 식품입니다. 하지만, 만약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설사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된다면,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장누수 증후군'이나 '자율신경'의 문제 등 더 깊은 원인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단순 급성 설사가 아닌,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만성 설사라면, 음식 조절만으로 해결하려 하지 말고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할 '골든타임'입니다.
과일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오늘은 설사에 좋은 과일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설사를 악화시키는 최악의 과일은 무엇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다루어 보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일은 무조건 나쁘다'는 두려움을 버리는 것입니다.
내 몸의 상태를 정확히 알고, 그에 맞는 '착한 과일'을 현명하게 선택한다면, 과일은 우리 장을 편안하게 하는 최고의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F.L. Suarez, J. Furne, J.R. Wolever, M.D. Levitt. (1999). Pectin increases stool viscosity and reduces stool output in human volunteers. Gastroenterology, 116(4), A1015.
#설사에좋은과일 #설사에좋은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