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데놀, 두근거림을 멈추는 약일까? 운동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까

1. 두근거리는 마음, 그리고 한 알의 약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뜁니다. 불안한 느낌이 올라오고, 손끝도 차가워지죠. 병원에 가서 증상을 말씀드리면, 이런 말을 자주 들으셨을 겁니다.

“이거 드셔보세요. 인데놀입니다.”

이 약을 처음 받는 분도 계시고, 중요한 발표나 시험 전마다 복용하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약은 도대체 어떤 약이고, 정말 모든 두근거림에 필요한 걸까요? 오늘은 바로 인데놀, 그리고 그것을 대신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운동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인데놀의 시작 –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태어난 약’

1960년대 초, 영국의 약리학자 제임스 블랙 박사는 “심장이 과하게 뛰는 것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는 교감신경계를 억제하는 β 수용체 차단제, 즉 베타 차단제를 개발했고, 그 결과로 등장한 것이 바로 Propranolol, 우리가 알고 있는 인데놀입니다. 이 약은 심박수와 심장의 수축력을 낮추며, 심장의 산소 소비량을 줄여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에 혁신적인 도구로 떠올랐습니다. 이 공로로 제임스 블랙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3. 한국에서의 인데놀 – 언제부터인가 ‘습관처럼’

한국에서도 처음에는 고혈압과 부정맥, 심장질환 치료에 인데놀이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정밀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들이 등장했고, 이제는 고혈압이나 부정맥에 인데놀이 우선적으로 처방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 대신, 두근거림, 불안, 긴장성 증상 등 명확한 질병 진단 없이 나타나는 기능적 자율신경 항진 증상에 마치 루틴처럼 처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장이 자주 뜁니다.”
“긴장할 때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가빠져요.”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의 외래에서는 망설임 없이 인데놀이 먼저 나옵니다. 때로는 진단보다도 처방이 먼저 따라오는 구조라고 볼 수 있죠.

4. 그런데, 편두통에도 쓴다고요?

의외일 수 있지만, 인데놀은 편두통 예방약으로도 승인된 약입니다. 미국 FDA와 유럽신경학회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예방약물로 권장될 만큼 연구와 데이터도 충분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편두통은 단순한 통증이 아니라, 뇌혈관의 반복적 수축과 확장, 감각신경의 과활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인데놀은 이러한 혈관 반응을 조절하고, 중추신경계의 과도한 각성을 억제하여 편두통의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편두통 환자에게 인데놀을 처방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보통은 신경과 전문의 진료에서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5. 약만으로 괜찮은 걸까?

그렇다면, 이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 걸까요? 심장이 두근거린다는 이유만으로, 이 약을 습관처럼, 평생 복용해야만 하는 걸까요?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인데놀은 증상을 ‘억제’하는 약이지, 기전을 ‘회복’시키는 약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많은 자율신경계 증상, 예를 들어 불안성 심계항진, 공황 반응, 기립 시 심박 급증 등은 조절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회복의 수단 중 하나로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입니다.

6. 유산소 운동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그 중에서도 특히 Zone 2 러닝, 즉 심박수를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운동은 심박 조절 능력, 자율신경 균형, 부교감 신경 활성을 회복시키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습니다. 운동을 시작한 이후 인데놀 복용 횟수가 줄어들었다, 긴장 상황에서도 약 없이 조절이 가능해졌다 이런 보고는 실제로도 적지 않습니다. 다만, 유산소 운동도 처음엔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자각 피로도(RPE)를 기준으로 호흡이 가능한 수준의 걷기, 천천한 러닝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7. 억제에서 회복으로 가기 위한 전략

약을 무조건 끊는 게 회복은 아닙니다. 하지만 약 없이도 증상이 조절되는 몸을 만들어가는 것, 그게 진짜 회복의 방향입니다. 먼저, 심박수와 복용 시간, 증상 일지를 간단히 기록해보세요. 이후, 운동 루틴을 시작하고, 몸의 반응을 보면서 복용 간격을 조절해나갈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빠르지 않지만, 확실하게 신체 기능을 회복시킵니다.

8. 조용한 심장은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흔히, “심장이 뛰면 약으로 눌러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심장을 진정시키는 게 아니라, 조절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움직임과 습관, 그리고 자율신경계의 회복을 통해 우리는 진짜로 조용한 심장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인데놀 #인데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