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제가 안 받아서 더 힘드네요” | 갱년기 여성의 호르몬제 부작용

“선생님, 호르몬제가 저한테는 너무 안 받아서 더 힘드네요. 가뜩이나 갱년기 증후군 때문에 지쳐있었는데, 이게 맞는 건가 싶어요.”

제가 진료실에서 종종 뵙는 환자분들 중에는 이런 고백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갱년기 증후군으로 불편함을 겪다 새로운 희망을 품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했지만, 예상치 못한 호르몬제 부작용으로 오히려 더 큰 좌절감에 빠지는 경우죠. 밤잠을 설치게 하는 불면, 온몸이 땀으로 축축한 열감, 이유 없는 불안감,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감정 기복까지.

이런 증상들을 완화하고자 시작한 치료가 또 다른 고통을 안겨줄 때, 우리는 어디에서 다시 길을 찾아야 할까요?

### 호르몬제, ‘돌아온 부메랑’이 될 때

폐경 여성 건강을 위해 선택하는 호르몬제는 많은 분들에게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가져다줍니다. 특히 안면홍조나 골밀도 저하 같은 명확한 증상에서는 분명한 효과를 보이죠. 하지만 모든 몸이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얼마 전 진료실을 찾았던 50대 중반의 A님은 전형적인 케이스였습니다. 몇 달 전부터 찾아온 안면홍조와 가슴 두근거림 때문에 호르몬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좀 나아지는 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머리가 깨질 듯한 편두통과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심해졌다고 호소했습니다. “숨쉬기조차 힘들고, 가슴에 돌덩이가 눌린 듯 답답했어요. 밤에는 식은땀을 흘리며 깨기 일쑤였고요. 약을 먹을 때마다 불안감만 더 커지는 것 같아서 결국 중단했습니다.” 이것이 A님의 갱년기 약물 반응이었습니다.

이처럼 호르몬제는 특정 질환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개인의 몸 상태나 체질에 따라 호르몬제 부작용이라는 형태로 ‘돌아온 부메랑’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증상 완화를 위해 시작한 치료가 오히려 예상치 못한 불편함을 유발하며 환자분들에게 기존 치료법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을 안겨주는 것이죠. 메스꺼움, 유방 압통, 체중 증가, 심할 경우 혈전 생성 위험 증가 등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렇다면 호르몬 치료가 어렵거나 꺼려지는 분들은 그저 갱년기 증상을 견뎌야만 하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 그 안에 담긴 이야기

제가 임상에서 환자분들을 만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입니다. 호르몬 수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모든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호르몬을 보충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 몸은 하나의 복잡한 유기체이며, 갱년기는 이 유기체의 신체 균형이 변화하는 시기입니다.고전 의서인 『상한론』이나 『금궤요략』의 관점에서 보면, 몸의 불편함은 단순히 어떤 물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장부(臟腑)의 기능이 조화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몸의 미세한 변화 패턴입니다. 가령, 뜨거운 열감이 올라오는 것은 단순히 에스트로겐 부족 때문이 아니라, 우리 몸의 ‘물’과 ‘불’의 균형, 즉 음양(陰陽)의 조절 능력이 약해진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또 밤에 잠 못 들고 불안한 것은 심장과 신장의 기운 소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일 수 있죠.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호르몬제 부작용을 겪는 분들도 단순히 호르몬 수치를 인위적으로 맞추는 대신, 몸 안의 균형을 찾아주는 비호르몬 치료를 통해 충분히 갱년기 증상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ㅁ는 것이 아니라, 몸 스스로 회복력을 되찾도록 돕는 근본적인 접근이라고 믿습니다.

### 비호르몬적 접근, '내 몸의 지휘자' 되기

비호르몬적 접근은 외부에서 호르몬을 넣어주는 대신, 우리 몸 안에 이미 존재하는 자연적인 조절 능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각 장부의 기능이 제 역할을 하고 서로 조화롭게 움직이도록 돕는 것이죠.예를 들어, 갱년기에 흔히 나타나는 불면과 불안감은 신장의 기운이 약해지고 심장에 열이 몰릴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저는 신장의 기운을 보충하고 심장의 열을 식혀주는 약재를 조합하여 몸의 균형을 되찾도록 돕습니다. 한약 치료는 이렇게 개개인의 맥박, 혀의 상태, 소화 기능, 생활 습관 등 수많은 단서를 종합해, 마치 맞춤복을 짓듯이 처방합니다.

이것이 바로 갱년기 관리의 핵심입니다.이러한 비호르몬 치료갱년기 증상 완화뿐 아니라, 몸 전반의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소화가 편안해지고, 피로감이 줄며, 마음이 한결 안정되는 등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증상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몸의 근본적인 환경을 바꿔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 당신의 몸은 이미 회복의 길을 알고 있습니다

호르몬제 부작용으로 인해 갱년기라는 긴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셨나요?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많은 환자분들처럼, 당신의 몸 또한 이미 회복의 길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길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지도와 나침반을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입니다.비호르몬적 접근은 호르몬제에 대한 부담 없이, 당신의 몸이 스스로 균형을 찾아가도록 돕는 여정이 될 수 있습니다. 몸의 미세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는지 함께 해석해 나간다면, 당신은 분명 갱년기의 불편함 속에서도 평온과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결국 중요한 것은 내 몸을 이해하고, 내 몸에 가장 맞는 방식으로 돌보는 것입니다.

혹시 당신도 호르몬제 부작용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몸 전체를 세심히 살펴주고 조화로운 회복을 안내해 줄 동반자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몸은 생각보다 훨씬 더 놀라운 회복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