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포진? 반복되는 손·발 수포, 진짜 원인을 말합니다

안녕하세요 백록담 한의원 입니다.

병명을 들었지만, 이유는 모를 때
혹시 이런 증상 겪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투명한 물집이 생기고, 그게 터지면서 따갑고 가렵고, 심하면 갈라지기도 하고요. 피부과에 가면 이렇게 말하죠.

“한포진입니다. 약 바르시고요, 재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생기는 건가요?’라는 질문엔 대부분 고개를 젓고, ‘재발이 너무 잦은데요’라고 하면 그저 “체질이에요, 스트레스성일 수 있어요”라고만 말하곤 하죠. 오늘은 이 ‘한포진’이라는 말 뒤에 숨은 진짜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한포진이라는 진단, 그건 병명이 아닙니다

우선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한포진은 진단명이 아니라 ‘증상 묘사’입니다. 서양의학에서는 dyshidrotic eczema 또는 pompholyx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말 그대로 “손·발에 생긴 수포성 습진” 정도로 해석됩니다.

의사들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습진”이라고 기록하는 경우가 많죠. 알러지일 수도 있고, 스트레스일 수도 있고, 무좀균에 대한 면역 반응일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채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으로 치료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죠. 잘 듣지 않는 경우도 많고, 듣더라도 재발이 잦다는 것.

한의학은 이 증상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한의학에는 ‘한포진’이라는 병명이 없지만, 비슷한 증상들을 설명하는 표현들은 고서에서 흔히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습열창”, “풍습창”, “음한”, “수포창” 같은 이름들입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진짜 강점은 이름보다도 해석 방식에 있어요. 피부는 단지 겉의 문제가 아니라 오장육부, 특히 간과 비위, 그리고 감정 상태까지 연결된 ‘내면의 거울’이라는 관점입니다. 즉, 증상이 생긴 자리보다, 그것이 반복되는 ‘패턴’이 무엇인지를 봅니다.

그래서 한포진을 치료할 때, 물집 자체가 아니라 왜 그 피부가 그런 반응을 반복하는가를 먼저 읽어내려 합니다.

증상은 같아 보여도, 원인은 모두 다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분은 여름만 되면 수포가 심해지고, 땀이 많고 진득한 경우가 있어요. 이건 습열형, 즉 피부에 열과 습이 울체된 상태입니다. 이런 분은 해독 위주의 약재, 예를 들면 용담초, 황금, 의이인 같은 걸 씁니다.

반대로 물집은 적지만 늘 손바닥이 건조하고 밤에 가려워지는 분은 혈허풍조형. 이때는 보혈윤조가 중심이 되죠.

어떤 분은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난 후에만 증상이 나타나요. 소화기엔 문제도 없고, 땀도 많지 않은데 유독 감정 이후에 심해지죠. 이런 분은 간울형, 즉 간의 기운이 막히고 열로 전환된 상태로 봅니다. 침으로 자율신경을 조절하거나, 소풍산, 가미소요산 같은 약을 써서 기운의 흐름을 풀어줍니다.

이처럼 증상이 비슷해 보여도, 치료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한의학적 치료의 장점 – 급한 증상보다, 재발의 경향을 바꿉니다

한포진의 치료는 한의학에서 “재발을 유도하는 체질의 패턴”을 바꾸는 것에 더 가깝습니다.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으로는 당장의 가려움은 줄일 수 있어도, ‘왜 이게 자꾸 생기는지’에 대한 해답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적 치료는 피부보다 내면에 집중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걸릴 수는 있지만, 되풀이되는 증상의 리듬을 끊고, 증상 외의 다른 체질 문제까지 함께 교정하는 데 강점이 있습니다.

‘한포진’이라는 이름을 넘어서

한포진이라는 말에 갇혀서, 그저 반복되는 스테로이드와 재발에 지치셨다면, 이제는 그 이름을 넘어서 몸의 흐름과 감정의 패턴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포진은 피부의 병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일 수 있습니다. 그 신호를 듣고, 방향을 바꾸는 것. 그게 한의학이 말하는 진짜 치료입니다.

#한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