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위한 완벽 저포드맵 식단 가이드

허용 식품 vs 제한 식품 총정리

가스가 자주 차고 배가 아파서 '과민성대장증후군' 진단을 받고, '저포드맵' 식단을 해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뭘 어떻게 먹어야 할지, 김치나 된장 같은 한식은 먹어도 되는 건지 막막하시죠?

이런 고민, 정말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십니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대부분 서양식 위주라 우리가 매일 먹는 밥상에 적용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잘못 따라 했다가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기도 하죠.

안녕하세요, 15년간 수많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분들의 식단 관리를 도와온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한의사 입니다.

저포드맵 식단의 핵심

저포드맵 식단의 핵심은 무조건 '제한'하는 것이 아닌, '나에게 맞는 음식'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오늘 이 글을 끝까지 읽으신다면, 더 이상 막막하게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한식을 중심으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음식을 피해야 하는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한국형 저포드맵 식단'의 완벽한 가이드를 얻게 되실 겁니다.

저포드맵(Low-FODMAP), 도대체 뭔가요?

이 성분들은 장내 미생물들의 좋은 먹이가 되는데요, 문제는 이 미생물들이 포드맵을 먹고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이 가스가 바로 배를 빵빵하게 만들고(복부팽만), 꾸르륵 소리를 내고, 복통이나 설사, 변비를 유발하는 주범이 되는 것이죠.

중요한 점

저포드맵 식단은 평생 유지하는 식단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통 아래의 3단계를 거쳐,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을 스스로 찾아내는 '진단 도구'로 활용됩니다.

  1. 제거기 (Elimination): 2~6주간 포드맵이 많은 음식을 엄격히 제한하여 증상이 개선되는지 확인합니다.
  2. 재도입기 (Reintroduction): 제한했던 음식을 하나씩 다시 먹어보며 어떤 음식이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지 테스트합니다.
  3. 개인화기 (Personalization): 테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음식들로 구성된 '개인 맞춤형 식단'을 완성합니다.

한국인을 위한 '허용 식품' vs '제한 식품' 총정리

아마 이 부분이 가장 궁금하실 텐데요. 우리가 매일 먹는 한식을 기준으로,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주의해야 할 음식을 정리해 드립니다.

곡류

  • 허용(O): 흰쌀밥, 쌀국수, 쌀떡, 현미(소량), 귀리, 감자, 고구마
  • 제한(X): 보리, 밀(모든 밀가루 음식: 빵, 면, 과자), 호밀

채소

  • 허용(O): 오이, 가지, 당근, 애호박, 청경채, 숙주, 파프리카, 토마토, (소량의 씻은) 익은 김치
  • 제한(X): 마늘, 양파, 파(흰 부분), 부추, 콩류, 양배추, 브로콜리, 버섯

과일

  • 허용(O): 딸기, 바나나(덜 익은 것), 오렌지, 귤, 포도, 블루베리, 키위
  • 제한(X): 사과, 배, 복숭아, 수박, 망고, 체리, 아보카도

단백질

  • 허용(O): 모든 종류의 육류, 생선, 해산물, 두부, 템페, 계란
  • 제한(X): 양념된 고기(양념의 마늘/양파/설탕 주의), 콩물

유제품 및 견과류

  • 허용(O): 유당제거우유, 아몬드 우유, 하드치즈(체다, 파마산), 아몬드(10알 이하), 호두
  • 제한(X): 일반 우유, 아이스크림, 소프트치즈(리코타, 크림치즈), 요거트, 캐슈넛, 피스타치오

장/소스류

  • 허용(O): 간장(글루텐프리), 참기름, 들기름, 식물성 기름, 소금, 후추, 식초
  • 제한(X): 고추장, 된장, 쌈장 (마늘, 양파, 콩, 밀가루 함유), 굴소스, 대부분의 시판 소스

잠깐! 한식의 핵심, '마늘, 양파, 고추장'은 왜 피해야 할까요?

아마 많은 분들이 제한 식품 목록, 특히 채소와 장류 부분을 보고 좌절하셨을 겁니다. 마늘, 양파, 고추장 없는 한식은 상상하기 어려우니까요. 왜 이토록 우리에게 친숙한 재료들이 장을 불편하게 만드는 '고포드맵' 식품으로 분류되는 걸까요?

1. 마늘, 양파, 파 (프룩탄의 공격)

마늘, 양파, 파(흰 부분), 부추 등은 프룩탄(Fructan)이라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습니다. 프룩탄은 포드맵의 'O(올리고당)'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성분입니다. 우리 인체에는 이 프룩탄을 소장에서 분해하는 효소가 없습니다. 결국 분해되지 않은 프룩탄은 그대로 대장까지 내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장내 미생물들의 아주 좋은 '먹이'가 됩니다. 문제는, 박테리아들이 이 프룩탄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가스를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늘이나 양파를 먹은 뒤 유독 가스가 많이 차고 배가 아픈 이유입니다.

2. 고추장, 된장, 쌈장 (복합적인 포드맵)

고추장, 된장, 쌈장은 여러 가지 포드맵 성분이 복합적으로 들어있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습니다. 주재료 '콩(Soybean)': 콩에는 갈락탄(Galactan)이라는 또 다른 종류의 올리고당(GOS)이 풍부합니다. 부재료 '밀(Wheat)': 시중에서 파는 대부분의 고추장, 된장에는 점도를 높이기 위해 '밀'이 들어갑니다. 밀 역시 프룩탄 함량이 높은 대표적인 고포드맵 식품입니다. 추가 재료 '마늘, 양파': 감칠맛을 내기 위해 대부분의 장류에는 다량의 다진 마늘과 양파가 들어갑니다.

'한국형 저포드맵', 이렇게 시작하세요!

마늘, 양파, 고추장, 된장 없이 어떻게 요리하나요? 하고 막막하게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담백하고 맛있는 '속 편한 한식'이 가능합니다.

샘플 식단

  • 아침: 흰쌀밥, 파/마늘 없는 맑은 계란국, 간장 두부조림
  • 점심: 소고기 쌀국수 (양파, 숙주 대신 허용 채소 활용) 또는 소금구이 생선과 쌀밥
  • 저녁: 구운 닭가슴살과 구운 감자, 오이 당근 무침 (식초, 참기름 사용)

팁: 마늘과 양파의 향이 그립다면, 향을 낼 때만 사용하고 건져내거나, 파의 초록 부분, 혹은 생강, 허브 등을 활용해 보세요.

오늘은 저포드맵 식단에 대해 집중했지만, 가스가 차는 근본적인 원인인 '장내세균'의 불균형, 즉 SIBO에 대해서도 궁금하시죠? 이 부분은 조만간 기회가 된다면 더 깊이 있게 다루어 보겠습니다.

저포드맵 식단은 '고통스러운 제한'이 아니라, '내 몸을 알아가는 즐거운 여정'입니다.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먹을 수 있는 음식'에 집중하며 속 편한 하루를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본 콘텐츠는 백록담한의원 의료진이 직접 작성하고 감수하였습니다.]

[참고 자료] Shepherd, S. J., & Gibson, P. R. (2006). Fructose malabsorption and the bigger picture. The American journal of gastroenterology, 101(9), 2092-2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