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부작용 설사 이유는?

“설사는 시작일 뿐이다 – 항생제, 장, 그리고 우리가 놓친 것들”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입니다.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감기약을 처방받고 며칠 동안 약을 복용했는데
갑자기 설사가 시작됩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깁니다.
‘소화가 안 되는가 보다’
‘피곤해서 장이 예민해졌나?’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설사는 멎지 않고
복부팽만, 트림, 묘한 장명음, 잔변감이 이어집니다.
심하면 열이 나고, 진짜로 화장실에서 꼼짝 못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설사, 그냥 장염일까요?
아닙니다. 이건 항생제로 인해 장이 무너졌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항생제는 어떻게 우리 몸을 바꾸었나

1940년대, 페니실린이 처음 개발됐을 때
그건 인류가 처음으로 세균 감염에 반격할 수 있는 무기였습니다.
폐렴, 패혈증, 결핵, 임질...
20세기 중반은 “항생제의 시대”였습니다.
누구도 항생제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건 생명을 구하는 약이었으니까요.

이상한 설사, 설명할 수 없는 사망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항생제를 복용한 후, 이상한 설사를 하는 환자들이 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입원환자, 노인, 중환자들에서
설사, 고열, 복통, 심지어 사망까지 이어지는 사례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당시엔 누구도 그 원인을 몰랐습니다.
감염? 아니면 면역 반응?

1978년 – 항생제가 장을 망가뜨린다는 증거

1978년, 미국의 바틀렛(Bartlett) 박사팀이
그 원인이 바로 Clostridioides difficile이라는 균이 만든 독소 A, B라는 걸 밝혀냅니다.
항생제를 쓰면, 장 안에 살던 유익균들이 사라지고
그 빈틈을 타서 C. difficile이 폭발적으로 증식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 균이 내는 독소가 장 점막을 파괴하고,
위막이라는 황색 막을 만들며 치명적인 염증성 설사를 유발한다는 것.
이때부터 항생제는 ‘치료제’이자 동시에 ‘생태계 파괴자’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AAD, PMC – 항생제의 이면

오늘날 우리는 이런 부작용을 Antibiotic-Associated Diarrhea (AAD) 즉,
항생제 관련 설사라고 부릅니다.
항생제를 복용한 사람 중 최소 5%에서, 많게는 25%까지 설사를 경험합니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위막성 대장염(Pseudomembranous colitis)이라는
치명적인 상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하루에 수십 번 설사를 하고,
복통에 시달리며, 장 점막이 다 벗겨져 나가고,
심한 경우 장이 뚫리고, 쇼크와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항생제는 모든 세균을 죽인다 – 좋은 세균도

우리는 항생제를 ‘감염균을 죽이는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항생제는 좋은 균과 나쁜 균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장 안에서 소화, 흡수, 면역, 감정까지 담당하던
수조 개의 유익균들이 항생제 몇 알로 모조리 사라집니다.
그 결과, 장 점막은 얇아지고,
염증은 지속되고, 소화는 안 되고,
심지어 감정도 불안정해집니다.

항생제 처방, 어떻게 바뀌고 있을까

과거엔 항생제를 무조건 빠르게, 강하게, 오래썼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감염균을 정확히 찾고 필요할 경우에만
가능한 좁은 범위로 가능한 짧게 쓰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엔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회복까지 계획에 포함시킵니다.
이게 바로 요즘 말하는 항생제 스튜어드십(Antibiotic Stewardship)이라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럼 우리 현실은 어떨까요?
여전히 감기, 위염, 비염에 광범위 항생제 검사 없이 경험적 처방
환자는 항생제를 요구하고
의사는 설명할 시간 없이 그냥 줍니다.
진료는 빨라졌지만, 장내 생태계는 그 속도만큼 망가지고 있습니다.

설사는 시작일 뿐입니다

항생제를 복용하고 설사가 왔다면
그건 단순한 위장 반응이 아니라
당신의 장내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설사가 멈춘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이후 복부팽만, 장명음, 트림, 잔변감, 소화불량,
변비와 설사의 반복
이런 증상이 계속된다면 그건 아직 장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항생제는 무조건 나쁜 약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효과의 이면에는 대가가 있습니다.
장내 세균총은 우리 몸의 면역, 소화, 감정의 근본입니다.
그 균형이 무너질 때, 몸은 소리 없이 무너집니다.
항생제를 쓸 땐 반드시 필요성, 기간, 범위, 그리고 회복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당신의 장은, 생태계입니다.
그걸 무너뜨리는 건 항생제일 수도 있고,
그걸 지키는 것도 결국 당신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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