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히스타민제에 의존하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
인천 두드러기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최연승 한의사입니다.
매일 밤, 항히스타민제 한 알의 의미
“저에게 저녁은 가려움과의 전쟁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이 약을 먹지 않으면 안심하고 잠들 수 없어요.”
얼마 전 진료실을 찾은 30대 후반의 한 플로리스트가 꺼낸 이야기입니다.
약을 삼키고서야 비로소 찾아오는 하룻밤의 평화. 하지만 그 안도의 한숨 뒤에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하는 깊은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는 늘 한 가지 질문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 약 한 알이 주는 평화는 과연 진짜 평화일까?
그분은 말했습니다. “이 약이 제 몸의 경고등을 잠시 꺼주는 것뿐이라는 걸 알아요. 하지만 이 약 없이 하루를 보낼 용기가 나지 않네요.”
오늘 이야기
바로 이 위태로운 평화, 항히스타민제와의 끝나지 않는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내 몸의 유능한 기술자, 항히스타민
먼저 오해는 없어야 합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분명 우리 몸의 유능하고 신속한 '비상 출동 기술자'입니다.
두드러기는 피부 장벽이 무너진 습진이나 아토피와는 결이 다릅니다. 우리 몸이라는 건물을 예로 들면, 두드러기는 건물 벽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건물 내부의 '화재경보기(비만세포)'가 너무 예민해져 사소한 연기에도 '스프링클러(히스타민)'를 터뜨리는 오작동에 가깝습니다.
항히스타민제는 바로 이 요란한 경보음을 멈추고, 쏟아지는 스프링클러를 잠그는 역할을 합니다. 이 유능한 기술자 덕분에 우리는 잠시나마 물바다(팽진과 가려움)에서 벗어나 일상을 유지할 수 있죠. 약에 의존하게 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기술자가 떠난 뒤에 남는 것들
하지만 문제는, 이 유능한 기술자가 고장 난 '센서' 자체를 수리하지는 못한다는 점입니다.
약효라는 계약 시간이 끝나면 그는 떠나고, 예민해진 센서는 다시 작은 연기에도 반응할 준비를 합니다. 약효가 떨어지는 순간, 불안은 다시 시작됩니다.
더 깊은 우려는, 이 기술자가 사용하는 소화기의 성질에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 볼 때, 항히스타민제는 열을 끄는 차가운 속성과 함께, 수분을 말리는 건조한(燥) 속성을 가집니다.
이 소화기를 매일 뿌리다 보면, 당장의 불티는 꺼지지만 건물 전체의 습도, 즉 우리 몸의 촉촉한 진액(津液)까지 말라붙게 됩니다. 땅이 건조해지면 작은 불씨에도 더 쉽게 불이 붙듯, 몸이 건조하고 민감한 환경으로 변해가는 것이죠.
“약을 먹을수록 몸이 더 예민해지는 것 같다”는 환자분들의 불안감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화재경보기는 왜 예민해졌을까?
그렇다면 진짜 문제는 기술자가 아니라, 예민해진 '센서' 그 자체입니다. 화재경보기는 대체 왜 이렇게 과민하게 변해버린 걸까요?
한의학은 그 원인을 세 가지 측면에서 찾습니다.
- 첫째, 건물 내부에 보이지 않는 '꺼지지 않는 열(內熱)'이 가득한 경우입니다. 몸 자체가 늘 과열 상태이니, 작은 자극에도 센서가 쉽게 반응하는 것이죠.
- 둘째, 센서의 과열을 식혀줄 '마른 수분(陰虛)'의 문제입니다. 몸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열을 식혀줄 냉각수, 즉 진액(津液)이 부족해진 상태입니다.
- 셋째, 외부의 작은 연기에도 경보기가 쉽게 반응하도록 방어 시스템이 약해진, '허술한 방어(衛氣不固)'의 상태입니다.
이런 복잡한 상태를 마주할 때면, 치료는 정해진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기보다, 환자의 몸이 들려주는 작은 단서들을 따라 함께 길을 찾아 나서는 여정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목표는 더 유능한 기술자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이 세 가지 원인을 해결하여 '센서 자체를 안정화'시키는 것입니다.
기술자와의 건강한 이별을 준비하며
한의학적 치료는 바로 이 '센서 안정화'를 목표로 합니다. 몸 안에 과도하게 쌓인 열은 식혀주고, 부족해진 수분은 보충하며, 약해진 방어막은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항히스타민제는 결코 악이 아닙니다. 급한 불을 꺼주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고마운 파트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건강하게 이별해야 할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약으로 신호를 끄는 데 급급했던 삶에서 벗어나, 내 몸이 왜 그런 신호를 보낼 수밖에 없었는지 그 근본 환경을 돌보는 것. 그리하여 더 이상 비상 출동 기술자가 필요 없는 평온한 몸의 상태를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항히스타민제 없이 맞는 편안한 아침을 향한, 긴 여정의 시작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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