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불안증후군 진료과, 어디로 가야 할까요?

— 진단 기준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현실적인 가이드

1. 다리가 아니라 내 인생이 불편한 건 아닐까

잠들려고 누운 그 순간, 다리에 이상한 감각이 올라옵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간질거림,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저릿한 불쾌감… 움직이면 좀 낫지만 가만히 있으면 견딜 수 없습니다. 병원에 가봤지만 검사에선 이상이 없다고 합니다. “신경 문제 아닐까요?”, “잠이 예민하신 거예요.” 누구는 신경과로, 누구는 정신과로, 또 누구는 한의원으로 간다고 합니다.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2. 신경과 – 기전이 가장 명확하지만, 진단 기준에 얽매이는 곳

신경과는 하지불안증후군의 정식 진료과입니다. 이 질환은 중추신경계의 감각-운동 억제 회로, 특히 도파민 시스템과 철분 대사의 이상으로 설명됩니다.

주요 약물Pramipexole, Ropinirole (도파민 D2/D3 작용제) → 중뇌 흑질의 도파민 신경을 활성화시켜 감각 충동을 억제 → 저용량으로도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며,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에게 1차 선택약Iron (철분제) → 페리틴 수치가 50ng/mL 이하이면 뇌 내 도파민 합성이 저해됨 → 철분이 도파민 대사의 핵심 조효소이기 때문에 보충은 기전적으로 매우 타당Gabapentin / Pregabalin → 과흥분된 감각 회로를 억제하고 통증, 이상감각을 완화 → 특히 수면장애 + 통증 + 감각과민이 동반될 때 2차 선택지로 사용

진단 기준이 명확하지만 경계에 있는 환자들을 수용하지 못함. 약물 복용 시 오히려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음. 증상이 설명되지 않으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종료되는 경우도 많음.

3. 정신과 – 감정과 수면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곳

정신건강의학과는 감각 그 자체보다는 감정과 수면의 흐름을 중심으로 접근합니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30~40%는 불안장애나 수면장애를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정신과적 개입이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주요 약물Benzodiazepines (Clonazepam 등) → GABA-A 수용체 작용, 신경 흥분 억제, 수면 유도 → 감각 과민이나 불안이 주된 환자에서 일시적 안정 효과SSRIs (Fluoxetine, Sertraline 등) → 기분장애, 불안장애를 동반한 환자에게 사용 → 다만 RLS를 악화시킬 수 있음 (특히 fluoxetine 계열은 PLMS 증가 가능)Trazodone, Mirtazapine 등 → 수면 유도용으로 사용되는 항우울제 → 일부 환자에서는 감각 이상을 악화시킬 수 있음

감각 증상 자체보다는 불안/우울 증상 중심 접근. 약물이 RLS 증상을 간접적으로 건드리기도 하며, 역효과 날 가능성도 존재. 실제로 RLS를 "신경성 불면"이나 "심인성 이상감각"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있음.

4. 정형외과·통증의학과 – 구조적 병변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곳

척추 협착이나 디스크, 좌골신경통이 동반되어 있을 경우 다리 감각 이상은 말초신경 압박의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과에서는 먼저 MRI, 신경전도검사, 근전도 등을 진행합니다.

주요 치료:신경차단술, 신경근 주사 → 구조적 압박이나 염증이 확인되면 직접적인 통증 완화 목적 → 실제 하지불안증후군과는 병태 기전이 다르지만, 증상은 유사할 수 있음Tramadol, Duloxetine 등 → 말초신경병증성 통증 완화 목적 → 감각 과민에는 효과가 있으나 RLS의 전형적 증상과는 맞지 않음

진짜 RLS 환자라면 효과 없음. MRI 상 병변이 없는 경우, “이상 없다”고 종료되는 경우 많음. 감각 이상을 “디스크 때문일 것”이라고만 해석하는 경향도 있음.

5. 한의과 – 진단과 치료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해석력

한의과에서는 이 질환을 간혈허, 음허풍동, 심신불안, 내풍동요 같은 개념으로 재구성합니다. 감각과 수면, 불안, 정서적 항진이 얽혀 있는 상태를 "몸의 에너지 흐름(기혈진액)과 정신의 교란이 동시에 온 상태"로 파악합니다.

주요 처방:사호가용골모려탕 (柴胡加龍骨牡蠣湯) → HPA axis 조절, 교감신경 항진 억제, 신경 안정 → 일본 캄포의학에서는 하지불안증후군 유사 환자에게 빈용산조인탕 (酸棗仁湯), 가미온담탕 (加味溫膽湯) → GABA 유사 안정 효과, 수면 리듬 조절, 불안 완화자음식풍방 (천마구등음, 대정풍주 등) → 간혈허, 음허로 인한 감각이상 + 움직임 충동 = 내풍 해석 → 감각 과민 + 야간 악화되는 패턴에 적합침 치료 (간경, 족소양담경 중심) → 하지의 경락순환 조절, 감각 전달 민감도 완화 → 일부 환자에서 수면 질과 불쾌감 감소 보고됨

진단 기준 바깥의 환자를 해석하고 수용할 수 있음. 감각, 감정, 수면을 하나의 현상으로 통합적으로 바라봄. 표준 약물에 실패한 환자, 또는 경계적 증상을 가진 환자에게 유효한 대안.

누가 봐도 이상한데 아무도 병이라고 말해주지 않는 증상. 그게 바로 하지불안증후군의 본질적인 난점입니다. 그리고 그 틈에서, 각 진료과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설명을 시도합니다. 그 설명 중 어떤 건 정확하지만 부족하고, 어떤 건 완벽하진 않지만 공감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증상은 당신만의 경로로 치료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길엔 때때로, 진단을 넘어서는 해석과 접근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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