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설사의 진짜 이유는?

지속적인 설사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 입니다.

반복되는 설사, 정말 단순한 문제일까요? 매일 아침마다 화장실부터 찾게 되시는 분들, 혹은 식사만 하고 나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게 되는 분들이 많습니다. 커피 한 잔, 스트레스 하나로도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병원에서는 대부분 “장에 이상은 없습니다”, “과민성 대장입니다”라는 말만 듣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버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건 단순한 장의 문제가 아니라, 몸 전체 리듬의 교란일 수 있습니다.

설사라는 말로 묶기엔 너무 다양한 모습들

설사라고 다 같은 설사가 아닙니다. 하루에 몇 번인가요? 식사 후 바로인가요, 아니면 몇 시간 후인가요? 아침에만 그런가요? 밤에도 자다가 화장실을 가시나요? 설사 직후 시원한가요, 아니면 더 탈진한 기분인가요?

냄새, 점액, 기름, 색깔까지—이 모든 정보들이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힌트입니다. 어떤 설사는 에너지를 너무 빨리 써버리는 상태의 결과이고, 어떤 설사는 흡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의 결과입니다. 그냥 물처럼 나온다고 다 같은 설사는 아닙니다.

왜 설사를 멈추지 못할까? – 기능의학적 기전 해석

기능의학에서는 설사의 기전을 다음과 같이 나눕니다.

  • 삼투성 설사: 음식물이 제대로 소화되지 않아 장내 삼투압을 높이며 수분이 끌려들어오는 경우입니다. 락토오스 불내증, 과일 과다섭취, 인공감미료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분비성 설사: 염증이나 독소로 인해 장벽에서 수분과 전해질이 과다 분비되는 경우입니다. 세균 감염이나 만성 염증이 대표적입니다.
  • 운동 항진성 설사: 자율신경계의 교란으로 장 운동이 빨라져 내용물이 충분히 흡수되지 못하고 배출되는 경우입니다. 스트레스성 설사나 갑상선기능항진증과 연관됩니다.
  • 장내 미생물의 문제: 음식물이 미생물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발효되면 가스와 함께 장내 압력이 상승하고 설사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SIBO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즉, 설사는 소화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전신적인 생리 리듬의 붕괴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설사를 어떻게 해석할까요?

한의학에서 설사는 단순한 배변이 아니라 몸이 무엇인가를 내보내려는 반응으로 이해합니다. 비위의 기능이 약해져서 습을 이기지 못하면 ‘비허설’, 아침 일찍 차가운 기운에 설사를 하면 ‘오경설사’, 식사 후 즉시 설사하면 ‘식후즉설’, 스트레스를 받으면 바로 배가 아픈 것은 ‘간기범비’로 해석됩니다.

또한 한열의 구분도 중요합니다. 냉한 성질의 설사, 예를 들어 묽고 찬 느낌이 나며 시원하게 쏟아지는 설사는 비양허나 신양허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대로 끈적이고 냄새가 심하며 점액이 동반된 경우는 습열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설사든, 무엇을 버리는가보다 왜 그렇게까지 버리고 있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설사 문진의 핵심: 횟수가 아니라 감각이다

진료실에서 설사를 문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몇 번”이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느낌으로 나오는가입니다. 식후 10분 내 설사인지, 식후 1~2시간 뒤인지. 설사 후 개운한지, 탈진한지. 배변 중 식은땀이 나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지. 배가 아프다가 설사하면 편해지는지, 여전히 불편한지.

이런 감각 정보가 곧 자율신경 상태, 소화 효소 상태, 장내 미생물 상태까지 보여줍니다. 그래서 단순히 ‘설사해요’라고만 하면, 진짜 중요한 신호들을 놓치게 됩니다.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설사: 고위험 신호

지속적 설사가 항상 위험한 건 아니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더 깊은 감별이 필요합니다:

  • 새벽 설사 혹은 야간 배변이 반복되는 경우
  • 설사에 점액, 혈액이 섞이는 경우
  • 체중이 줄고, 피로가 누적되며, 식욕이 없어진 경우
  • 50대 이후 설사가 처음 발생한 경우
  • 방귀가 심하게 자주 나오며, 설사와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

이런 경우는 SIBO, 염증성 장질환, 췌장 효소 문제, 장내 종양 등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단순한 장염이나 스트레스로 넘겨선 안 됩니다.

설사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몸의 리듬을 복원해야 합니다

설사는 ‘비우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반복된 설사는 몸이 계속 무언가를 해결하려 하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장은 단순한 배설기관이 아니라, 신경계, 면역계, 감정의 거울입니다.

설사를 그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왜 내 몸은 계속 버려야만 했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다시 채울 수 있는 조건, 흡수할 수 있는 리듬을 회복해야 합니다. 그것이 설사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설사를 통해 몸을 해석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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