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멀쩡한데, 왜 이렇게 괴로울까요?” – 기능성 위장장애의 진짜 정체
“이상 없다는데 왜 이러죠?”
안녕하세요. 백록담한의원입니다.
혹시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 “위내시경은 정상인데 계속 속이 더부룩해요.”
- “배가 늘 팽만하고, 밥을 먹고 나면 한숨부터 나와요.”
- “화장실을 수시로 가는데 검사상 대장은 깨끗하대요.”
분명히 몸은 불편하고 괴로운데, 병원에서는 “이상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이상 없음”이라는 말이 전부일까요?
오늘은 이런 경우에 공통적으로 붙는 이름, 바로 기능성 위장장애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개념 정리 – 병은 있는데, 보이지 않는다
기능성 위장장애란 내시경, CT, MRI, 피검사 등 모든 검사에서 이상이 없는데도 위장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기능성”이라는 말은 구조적으로 망가진 건 없지만, 위장관의 운동성, 감각 조절, 자율신경 기능 등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즉, 몸은 분명히 망가졌는데, 그 방식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이라는 겁니다.
다양한 진단명들 – 병명은 다르지만 뿌리는 같다
기능성 위장장애에는 여러 가지 진단명이 붙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능성 소화불량(FD): 조기 포만감, 식후 불편감, 상복부 통증
- 과민성대장증후군(IBS): 복통 + 설사 또는 변비 반복
- 기능성 설사, 변비, 구토, 트림장애: 장기적으로 반복되는 배변 또는 위장 반응의 이상
이런 진단명들은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Rome IV 기준에 따라 진단되며, 증상의 빈도와 지속기간이 기준을 충족하면 진단됩니다.
병태생리 – 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능성 위장장애는 단순히 위장이 예민한 게 아닙니다. 더 깊은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 위장 운동성 장애: 위배출이 지연되거나 연동운동이 불규칙해 식후 불쾌감, 포만감을 유발합니다.
- 내장 과민성: 위나 장의 감각이 지나치게 예민해져서, 정상적인 자극도 통증으로 느껴집니다.
- 뇌–장 신경축(Gut–Brain Axis) 이상: 스트레스나 우울이 뇌를 타고 위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실제 위장 기능이 떨어집니다.
- 장내 미생물총 불균형(Dysbiosis): 장내 유해균이 늘거나, 가스나 염증 유발 물질이 많아지면서 팽만, 통증이 생깁니다.
- 점막장벽 이상 + 저등급 염증: 장벽이 약해지면서 자극에 더 민감해지고, 경미한 염증 반응이 지속됩니다.
언제부터 주목받았나 – 진짜 문제는 ‘별 이상 없음’이라는 말
기능성 위장장애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증상은 심한데 검사상으로는 정상이 나온 환자들이 쏟아지면서, 구조적 진단의 한계가 드러난 거죠.
이후 Rome I → II → III → IV로 이어지는 진단기준이 정립되었고, 뇌–장 신경축, 장내 미생물, 자율신경계 조절 등의 새로운 병태 모델이 제시되면서, 이 질환은 단순히 “신경성”이라 무시할 게 아니게 되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감염 이후 후유증으로 기능성 위장장애가 발생하거나, 자율신경 실조와 연결되어 만성피로, 불면, 공황장애 등과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치료 – 증상 억제가 아니라 시스템 복원
기능성 위장장애의 치료는 증상을 잠깐 덮는 것이 아니라, 깨진 리듬과 시스템을 재조율하는 일입니다.
- 약물: 위장운동 촉진제, 위산 억제제, 진경제, 항우울제(저용량)
- 식이: FODMAP 제한, 자극성 식품 회피, 식사 속도 조절
- 정서/신경계 관리: 스트레스 조절, 이완훈련, 인지행동치료
- 장내 환경 개선: 프로바이오틱스, SIBO 치료, 식이섬유 조정
- 한의학적 치료: 기허형, 간기울결형, 식적형 등 맞춤형 변증 치료
괴로운데 멀쩡하다는 건, 진짜 멀쩡하지 않은 것이다
기능성 위장장애는 단순한 ‘예민함’이 아니라, 우리 몸의 리듬과 회로가 비가시적으로 망가진 상태입니다.
겉으론 멀쩡하지만, 안에선 감각이 과민해지고, 위장이 제멋대로 움직이며, 뇌와 장의 연결이 끊긴 채 괴로워하는 것입니다.
이럴 땐 단순히 약 하나로 누르는 것보다, 전체 시스템을 조율하고 회복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게 바로 기능성 위장장애 치료의 핵심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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