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과 당뇨, 서로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두 병의 연결 고리
1. 피부와 혈당은, 정말 별개일까
건선은 피부병이고, 당뇨는 혈당 조절의 문제입니다. 하나는 피부가 두꺼워지고 인설이 생기고, 다른 하나는 혈당이 높아지고 췌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둘을 완전히 다른 영역의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피부과와 내과처럼 말이죠. 그런데 최근 수많은 연구들이 이 두 질환 사이에 존재하는 면역–대사적 연결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멀어 보이지만, 속에서는 같은 루프에 걸려 있는 병, 오늘은 건선과 당뇨의 숨겨진 연결 고리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2. 건선은 피부에만 생기는 병이 아니다
건선의 피부 변화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붉은 판상 병변, 각질처럼 일어나는 인설, 반복적인 재발과 가려움. 하지만 문제는 피부에 그치지 않는다는 겁니다. 건선은 Th17 면역 경로가 과활성화된 전신 염증 질환입니다. IL-17, IL-23, TNF-α 같은 염증 사이토카인이 피부에서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 간, 혈관, 췌장, 지방조직까지 영향을 줍니다. 즉, 피부가 붉게 달아오를 때, 몸속에서는 조용한 염증이 전신에 퍼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3. 당뇨 역시 염증과 연결돼 있다
당뇨병, 특히 제2형 당뇨는 단순히 “당분을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핵심은 인슐린 저항성, 그리고 그 배경에는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염증 인자들이 있습니다. TNF-α, IL-6, leptin 같은 물질이 지속적으로 분비되면 췌장의 인슐린 분비가 억제되고, 근육과 간의 인슐린 반응도 떨어집니다. 즉, 당뇨 역시 저등급의 만성 염증 상태에서 시작되는 병인 셈입니다.
4. 시나리오 ① 당뇨가 먼저였던 사람 — 피부에서 나타난 두 번째 신호
55세 남성, 체중은 예전보다 조금 늘었고, 당뇨 진단받은 지 7년째. 혈당은 약으로 겨우 조절 중인데, 최근 들어 팔꿈치와 무릎, 두피에 붉고 하얀 각질이 반복적으로 생깁니다. 피부과에서는 건선이라고 진단했고, 환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피부는 한 번도 문제가 없었는데, 왜 이제야 이런 게 생기죠?”
이건 단순한 피부병이 아닙니다. 이분의 몸은 이미 만성 염증 상태였고, 그 염증이 피부 면역계를 흔들면서 잠재되어 있던 건선 반응을 끌어낸 겁니다. 피부는 전신 염증의 출력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가 먼저 있었고, 건선이 그다음에 생긴 사람들은 면역계가 이미 과민해진 상태였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5. 시나리오 ② 건선이 먼저였던 사람 — 조용히 진행된 혈당의 붕괴
반대 방향도 가능합니다. 40대 후반 여성, 건선 병력 10년 이상. 두피와 등, 다리에 넓게 병변이 있었고, 최근엔 손가락 관절까지 붓고 아픈 증상이 동반되며 건선관절염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은 117, 당화혈색소는 6.4% 당뇨 전단계 진단을 받았습니다. 식습관은 나쁘지 않았고 체중도 크게 나가지 않았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지속적인 전신 염증이 대사 기능까지 흔든 것. 건선 병변이 클수록, 그리고 관절까지 침범할수록 전신 순환계에 TNF-α, IL-6, IL-17이 상시 분비되며 췌장 베타세포 기능, 간 내 지방 대사, 인슐린 수용체 반응이 모두 저하됩니다. 피부가 보낸 신호는 사실 이미 혈당 시스템에 작용하고 있었던 거죠.
6. 건선과 당뇨는 루프에 걸려 있다
두 병은 결국 면역–대사 루프(Immunometabolic loop)라는 하나의 고리에 걸려 있습니다. 지방세포는 염증물질을 내고 염증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당 조절이 깨지면 면역 반응이 과민해지고 과민한 면역은 다시 피부나 관절을 공격합니다. 이건 서로 원인과 결과가 되며 순환적으로 서로를 강화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둘 중 하나만 봐서는, 전체 병태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7. 그러면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선이 있다면 혈당을 관리하는 건 내과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입니다. 당뇨가 있다면 피부를 정기적으로 관찰하는 건 그냥 외형 문제가 아니라 전신 염증이 어디까지 번지고 있는지를 감지하는 센서입니다. 약물 선택에서도, 식단 조절에서도, 생활습관 교정에서도 이 둘을 따로 떼서 보면 놓치는 게 많아집니다.
8. 둘 다 염증이 만든 구조라면, 같이 관리해야 합니다
건선과 당뇨는, 전혀 다른 병이 아닙니다.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그 근원은 만성 염증과 면역 대사의 붕괴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이렇게 봐야 합니다. 피부를 보면, 면역을 읽고 면역을 보면, 대사를 짐작하고 대사를 보면, 다시 피부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게 지금 의학이 말하는 면역과 대사, 그리고 질환의 연결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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